"보이콧(Boycott), 도대체 무슨 뜻이지?"
누가 봐도 영미권에서 유래된 것 같은 이 단어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메리엄-웹스터 사전을 통해 찾아본 정확한 의미를 알려드릴게요. 일단, 보이콧은 사람, 상점, 조직 등에 대한 구매나 거래를 공동으로 거부하는 것을 의미해요. 혹은 그들에게 ‘특정 조건을 수락하도록’ 몰아붙이는 거죠. 흔히 일어나는 불매운동도 그래서 ‘보이콧’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사실, 보이콧은 과거 실존했던 인물인 찰스 커닝햄 보이콧(Charles Cunningham Boycott)의 이름에서 유래한 단어예요. 19세기 말, 아일랜드의 농부들은 심각한 기근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죠. 찰스 보이콧은 아일랜드 지역 지주의 대리인을 맡던 사람이었어요. 그는 기근임에도 불구하고, 소작농들이 임대료를 못 낸다는 이유로 그들을 강제 퇴거시키려 했죠. 이에 분개한 소작농들은 시위의 일환으로 그의 모든 지시를 거부하고 농사일을 짓지 않았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농작물은 모두 썩었고 지주와 찰스 보이콧조차 먹을 식량이 떨어지게 되었죠. 그 이후, 찰스 보이콧의 이름은 특정한 사람이나 조직, 브랜드에 대한 ‘거부 운동’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이름을 남길 수도 있다니!)
"그래서, 올림픽 보이콧 국가 선수들은 왜 경기에 참가하게 된 걸까?"
결론은 ‘보이콧은 했지만 보이콧을 한 것은 아니다’가 될 수 있겠어요. 무슨 말이냐구요? 올림픽 보이콧은 역사적으로 방식이 다양했고, 이번 올림픽에서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들은 정확히 ‘외교적 보이콧’을 한 것이라고 해요. 즉,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하도록 하되 자국의 외교/정부 주요 관계자들을 올림픽에 보내지 않는 형태를 의미하죠.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뒤로 미국, 호주, 영국, 일본을 비롯하여 영미권 국가들 다수가 ‘외교적 보이콧’ 선언을 한 거예요. 한국의 경우, 보이콧을 선언하지는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참가 대신 황희 문체부장관을 파견했어요.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일종의 ‘절충안’이라는 해석이예요.
"올림픽 보이콧은 이번이 처음일까?"
놉! 심지어 ‘대회 완전 불참!’을 선언했고, 실행에 옮겼던 올림픽 보이콧의 역사가 분명히 있었어요. 역사적으로는 여섯 번의 올림픽에서 대회 불참을 선언한 국가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1980 모스크바 올림픽과, 이어서 열린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죠. 1980 올림픽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 vs 공산진영 국가들의 갈등으로 많은 자유진영 국가들이 불참했어요. 이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이어서 열린 1984 올림픽에는 공산진영 국가들이 불참을 선언했죠.
"이쯤에서 우리가 떠올려야 할 사람은 누구? 바로 선수들!"
‘대회 완전 불참!’에 동의하는 선수들도 있었겠지만, 많은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았던 스포츠정신을 선보일 기회를 강제로 빼았기기도 했어요. 정치적 이슈와는 별개로,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선수와 선수가 만나고, 세계 시민들이 스포츠 정신을 나누는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하니까요. 아마 그래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외치며 선수단 파견은 그대로 진행한 이유 말이예요. 그러니 특정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했다고 해서 경기 중 해당 국가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만 하겠죠. BBC뉴스의 댄 로안 스포츠 에디터는 그의 기사 말미에 이런 말을 했어요.
“확실한 것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선수들의 선택이 아니었으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올림픽에 참석해 경쟁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어떤 판단을 하든, 경기 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