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순간들을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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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ion 
나를 돕는 큐레이션
"나도 모르게 이룬 것들을 생각하는 날." 
12월의 어느 날 일력에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어요.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올해는 '나도 모르게'에 방점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2021년 한 해를 살아내는 동안, 우리에겐 분명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루어 낸 작고 소중한 성취들이 있을 거예요. 애써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작은 점들을 찾아내어 연결하다 보면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이번 큐레이션은 구독자 여러분의 연말결산이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이룬 것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모았습니다.
[CONTENT🍊] 내가 올해 이룬거: 귤 하루에 10개만 먹음

본격 연말결산을 시작하기 전, 대단하고 거창한 것들만 '이루다'의 범주에 넣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짤입니다. 엄청나게 리트윗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은 트윗인데요. '이런 것까지 넣는다고?' 싶을 정도의 사소하고 귀여운 목록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만의 리스트도 금방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사실 귤을 하루에 10개만 먹을 수 있는 자제력과 브이로그를 시작한 실행력도 대단하지 않나요. 남들이 뭐라건 내가 나를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싶은 일을 떠올려보세요. 저는 "일어나서 이불 개기"와 "물 마시기"를 적겠습니다(이름값...).

[TOOL🍀] 2021년,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 

올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들이 궁금하다면 오롤리데이의 행복 리포트를 채워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올해 웬디의 노래 'When this rain stops'를 종종 들으며 힘을 받았고, 동네 산책을 할 때 꼭 들르는 저만의 지정석 벤치에서 책을 보거나 노래를 듣는 시간들이 참 좋았어요. 또, 올해 처음으로 매일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 쓰기를 시작했고, 러닝을 하면서 10km 마라톤도 뛰어봤어요. 쓰고 보니 이 목록이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알려주는 든든한 지침서 같기도 해요. 가끔 마음이 지칠 때 꺼내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면 행복에 빨리 가까워질 것도 같고요. 문구인 김규림님의 템플릿도 '올해의 OO'을 간단히 정리해보기 좋고, 흔디님의 작심삼십일 템플릿도 2021년의 마무리를 도와줄 30개의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올해도 버리지 못한 것', '올해의 빌런', '올해의 귀여움' 등의 질문이 인상적이에요. 

[CONTENT🤔] 21명의 2021년 이야기

다른 사람들은 202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얼루어 코리아에서 21명의 사람들에게 올해의 사건과 최고의 음식, 잘 산 물건과 가장 흥미로운 인물, 행복한 순간 등을 물었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올림픽 여자배구'와 '스우파'를 꼽았네요.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시 한편을 완성하고 나서"라고 대답한 심은경 배우가 인상적이었어요.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다는 그 성취감" 때문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저도 올해 달리기를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세상의 평가나 인정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성취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영화 <미나리>에 부부의 아들 데이빗 역으로 출연한 앨런 S.김 배우가 반려견 크림이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은 것도 귀여웠습니다. 같은 질문에 나라면 어떤 대답을 할 지 생각하면서 살펴보세요. 다른 사람들의 답이 좋은 힌트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TOOL✍️]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질문들
한 해를 돌아보며 회고할 때,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같은 관심사를 묻는 질문이라도 단순히 '내가 올해 좋아했던 것'을 묻는 질문과 '새로 시작했는데 재밌었던 것', '좋아하는 줄 알고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을 묻는 건 생각의 층위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시간과 마음을 들여 차근히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싶다면 밑미의 연말질문카드를 추천합니다. 저도 올해의 연말결산 도구로 일찌감치 찜해두었는데요. 구체적인 질문과 이 질문이 가진 의미,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키트입니다. 15장의 굿바이 카드에는 관심사, 소비, 휴식, 일, 인간관계 등을 중심으로 2021년을 회고할 수 있는 질문이 담겨있고요. 'help card'는 이 과정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기록과 방법들을 알려주고, 지난 1년을 정리하면서 그려볼 수 있는 'year graph'도 있어요. 2022년을 계획하는 15장의 나이스투밑 카드는 굿바이 카드의 답변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설계한 부분이 좋았어요. 올해가 지나기 전에 다만 얼마라도 시간을 내어 2021년의 나를 마주해보세요.
[APP📊] 데이터는 내 취향을 나보다 잘 알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들도 '연말결산'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저장된 데이터들은 흐려진 기억들을 대신해 내 취향을 정확하고 세심하게 캐치해 내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스포티파이의 연말결산이 제일 재밌었어요. 사실 추천 알고리즘이 좋아 사용하면서도 한글 제목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만족도가 그리 높진 않았는데, 연말결산 서비스가 그런 불편함들을 조금은 상쇄할 정도로 알차더라고요. "당신이 올해 제일 많이 들은 곡은 이 곡입니다"라고 소개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코인 열풍일 때, 당신은 이 한 곡에 빠져 있었군요"라면서 최애곡을 알려주는 문구도 신선했고요. '진실 혹은 거짓' 퀴즈를 통해 자신에 대한 퀴즈를 맞히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3분 남짓한 연말결산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내가 좋아했던 음악들이 번갈아가면서 BGM으로 나오고, 마음에 드는 장면은 캡쳐 없이 바로 sns에 공유할 수 있게 해놓은 세심함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음악'은 들을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도 함께 기억돼서 그런지 내가 들은 음악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올해의 한 페이지를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멜론, 유튜브 뮤직, 바이브 등 다른 음원 서비스들도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니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한 번 해보세요. 이외에도 네이버 쇼핑은 '2021 연말차트'라고 해서 내 최애 카테고리와 올해 처음 산 물건, 가장 쇼핑을 많이 한 달(이건 굳이...) 등을 알려주고, 왓챠와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등에서도 연말결산을 해볼 수 있습니다.

Weekly Record 
지난주 나를 돌본 것들
✔️ 일단 들어갔다 하면 마구 사게되는 나만의 가게들이 있죠. 제게는 '오브젝트'가 그런 곳인데요. 여러 디자인 제품과 문구들을 파는 편집숍인데, 특히 오브젝트 서교점은 돌아가며 팝업 전시를 해서 주기적으로 꼭 방문하는 곳입니다. 연말 시즌에는 강한 작가의 팝업이 진행 중이라 구경하고 왔어요(물론 구경만 하진 않았다는..). 지난번에도 지출이 많았어서 이번엔 자제해야겠다 굳게 마음을 먹었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 제품들을 보는 순간 역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요즘 같은 추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밝은 색감과 따스한 이미지들이 많았어요. 저는 편지지와 포장용 택, 메모지, 스티커, 마스킹테이프를 조금씩 사 왔어요.

✔️ 매년 연말이면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면서 조그만 선물과 편지를 주고받는 게 연례행사가 되었는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랜선 만남으로 대신한 터라 선물을 직접 전해주지는 못했어요. 대신 크리스마스에 작은 선물이 되길 바라며 택배를 보냈는데 다행히 이브에 딱 맞춰 도착했더라고요. 취향을 생각해 신중히 고른 양말을 크리스마스 포장지로 정성스레 포장하고, 미리 사둔 카드에 올해 우리의 추억들과 고마움을 빼곡히 적었습니다. 일상을 자주 공유하는 사이에 더 할 말이 있을까 싶어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마음들은 늘 남기 마련이라 한 페이지가 금방 채워졌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일 년에 한 번 핑계삼아 쓰는 이 편지를 저도 친구들도 은근히(선물보다 더) 기다리게 됩니다. 연말에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얼굴들이 있다면 편지를 한번 써 보세요. 쓰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분명 기쁜 순간이 될 거예요.

✔️ 올해의 드라마를 한 편만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구경이>를 선택할 거예요. '죽어마땅한 사람'을 골라 죽이는 연쇄살인마 케이와 그를 쫓는 히키코모리 탐정 구경이는 적어도 한국 드라마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은 이상하고 신선한 캐릭터였거든요. <구경이>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범죄들을 소재로 가져와 세밀하게 그려내는 한편,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감을 잘 살리면서도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의심하는 마음', '죽이고 싶은 마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두 명으로 이루어진 작가팀 성초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구경이는 '끝까지 정답을 주는 인물이 아니라 정답을 향해 찾아가는 인물'이라는 점, 구경이처럼 '곁에 믿을만한 친구들이 있으면 그 과정이 조금은 견딜 만해진다'는 얘기가 가장 와닿았어요. 구경이는 내내 의심을 달고 사는 인물이고 친구들도 결코 그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이는 극 중 케이와 구경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면서 구경이가 상처를 딛고 앞으로 한 발 나아가는 힘이 됩니다.

 ✔️ 크리스마스날 밤,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를 읽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각각 다른 이야기이지만 멸망과 단절 앞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사랑을 말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합니다. 김초엽 작가의 세계에서는 "결핍"이 곧 "가능성"의 다른 말이고, 지금 머무는 곳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며,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결국 우리를 구하는 선택을 해요. 이 세계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책의 제목을 따온 소설 '인지 공간'에 나오는 한 구절에 밑줄을 그어두었어요. "저 밤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인지 공간은 저 별들을 모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저 별들을 나누어 담는다면 총체적인 우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침내 이 행성 바깥의 우주를 온전히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언제가 그곳을 향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보이는 세상을 최선으로 여기지 않는 이들이 그 너머를 함께 상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Inspiring Words
영감을 주는 한마디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의 마이너를 메이저로 만드는 힘이 있어요."

제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늘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꺼내기 어려워서라기보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너무 마이너한', '나만 관심 있는' 얘기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면서 용기가 안 나는 쪽에 가까운데요. 스치듯 보게 된 심너울 작가의 이 말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어떤 사소함들은 고유함과 만나 더욱 특별해지기도 하고, 그 특별함이 의외로 보편적이기도 하니까요. 내 안의 힘을 믿고 조금 더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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