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의혹 방어 논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민간 특혜 막았다"는 주장, 효과가 계속될까요?

 경기도청에 마련된 국회 행정안위원회 국정감사장. 18일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연합뉴스]
 “대중은 이성보다 감성에 취약하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 (중략) 가장 아둔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것의 결과만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근거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옥중에서 구술한 것을 루돌프 헤스가 받아 써 만든 책  『나의 투쟁』에 있는 문장들입니다. 그는 “선전은 진리를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자기 정당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만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단순한 내용을 반복해 말하고, 대중들이 자기 생각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말(즉,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성공적 선전(홍보) 기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던 것도 이런 방법을 썼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연 이런 선전 기술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데 정말 효과적일까요? 프랑스의 인지 과학자 위고 메르시에는 『대중은 멍청한가』라는 책에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주장합니다.  

 ‘역사학자 이언 커쇼(Ian Kershaw)는 일기부터 나치 정보기관의 보고서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나치 시대의 독일 국민 여론을 정확히 알아냈다. (중략) 커쇼의 진단에 따르면, 히틀러가 1933년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이미 광범위하게 확립된 이데올로기적 합의를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중략) 요컨대 히틀러는 독일 여론을 만들어간 것이 아니라 독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한 것이었다.’

 ‘커쇼는 “나치 프로파간다의 효과는 기존의 여론에 기초해, 기존의 여론 가치를 재확인하고, 기존의 편견을 부추기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고 결론지었다. 프로파간다는 여론과 충돌하면 어김없이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중 설득은 ’전혀‘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커쇼는 나치 친위대(SS) 산하 보안방첩대로 올라온 정보들을 추적했는데, “우리 프로파간다가 허위이고 거짓이란 이유로 어디에서나 국민의 저항에 부닥치고 있습니다”라는 취지의 보고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독일 국민이 나치의 유대인 추방 주장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은 것, 장애인 강제 안락사 조치에 대중의 반대가 널리 퍼진 것, 전쟁에 노동자를 징발하자 다수의 노동자가 결근으로 저항한 것, 선전부의 메시지보다 몰래 전해진 BBC의 보도를 신뢰했던 것 등이 나치의 선전이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위고 메르시에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메르시에는 나치의 대중 동원력은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공포 조장과 법적 차별’에서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제시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기존 믿음과 충돌하는 메시지, 우리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짓을 하라는 명령은 쇠귀에 경 읽기에 가까울 수 있다. 가톨릭 교회는 최고의 권위를 행사할 때도 농민들에게 금식하고 고해성사하며, 자발적으로 십일조를 헌납하고, 이교도적 풍습을 버리도록 유도하지 못했다. (중략) 대중 설득은 저항에 부딪히면 실패한다. 어떤 메시지가 효과를 가지려면, 그 메시지를 믿을 만한 긍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1조원에 가까운 이득을 주게 된 개발사업의 구체적 진행 과정에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감은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의혹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역공만 할 게 아니라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성실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오늘 자 신문에 실린 중앙일보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더 모닝's Pick
1. 유류세 인하로 가계 부담 덜어줄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게 되면 10년 만에 ‘3% 물가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 정부가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유류세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 말까지 유류세를 줄여 가계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2. "출근할 수 없는 몸이 됐다"
 '재택근무 종료를 공지받은 기업의 일부 직원들은 벌써부터 출퇴근 스트레스와 육체 피로를 걱정하고 있다. 안양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1년 째 재택근무 중인데 이미 출근을 할 수 없는 몸이 돼 버렸다. 편도 1시간 30분 출근길을 버틸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일상 복귀 움직임을 조명한 기사가 이렇게 상황을 전합니다. 😳 
3. 법조인 칼럼 '로담' 연재 시작
 중앙일보가 법조인 칼럼 '로담'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권경애 변호사, 윤웅걸 전 검사장, 구태언 변호사 등이 필진입니다. 😮 윤 전 검사장은 첫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계몽주의 정신을 계승한 검사제도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검사들의 과도한 권한 행사와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제도 자체가 많이 훼손되게 되었고, 공익과 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탄생한 검사제도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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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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