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2 February 13, 2023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가 구분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방과 확산 역시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이 트렌디하게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어떤 것도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아 정체기에 빠지기 쉽죠. 그렇기에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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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디자인 알레' 우현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대화를 통해 클래식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관심을 가지거나 레퍼런스 삼은 국내외 공간이 있는지 묻자 되돌아 온 "없다"라는 명쾌한 대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개인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반 삼아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고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자체적인 고민과 노력을 통해 나온 해법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법이니까요. 꿋꿋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일,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2024년의 문을 다시 한번 활짝 열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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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BRAND
취향을 공유하는 집,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
📸 윤미연
ANOTHER STORY
개인의 히스토리를 품은 공간들
📸 윤미연, La Bagatelle, 여백서원, Maison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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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뒷편에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던 5일간의 오프닝 세션을 마치고 현재는 전시나 클래스를 열 때마다 오픈하고 있는데요. 우현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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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디자인 신 scene에서 주목 받는 스튜디오 '디자인 알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2014년에 문을 연 '마이알레 과천 빌리지'에 이어 2023년에는 우현미 대표가 살았던 적색 벽돌의 주택을 개조하여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을 오픈했다. 화분, 오브제, 조명은 물론 손님에게 대접하는 아기자기한 커피잔까지,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서 우현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개성과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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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Director of Design Allé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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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과천에 문을 연 마이알레 본점은 '과천 빌리지', 2023년에 오픈한 이태원 마이 알레 매장은 '리빙룸'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지점마다 마이알레의 정체성을 다르게 잡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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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은 그야말로 하나의 마을(village)이죠. F&B 공간, 리빙숍, 스튜디오, 온실뿐만 아니라, 마이알레의 오피스까지 한 공간에 모여있습니다. 마이알레의 모든 세계관이 집약된 곳이죠. 이런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이 '빌리지'였습니다. 마이알레 이태원은 '살롱 salon'이라고 부를까 하다가 미국 현대 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 John Cage의 '리빙 룸 뮤직 Living Room Music'이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정했어요. 외부인을 맞이하는 장소인 동시에 여러 라이프스타일 조각을 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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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 건물은 원래 개인적으로 활용하던 공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전에 이곳에서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겼고, 무엇을 계기로 공간의 쓰임을 다르게 하기로 결정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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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집 home'이 누군가를 초대하고 대접하는 공간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곤 하는데요. 저는 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이 훨씬 즐겁다고 느꼈어요. 집에서 열리는 소소한 모임을 통해 손님들이 호스트인 제 취향을 발견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집 문화라고 생각해요.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전보다 높아져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적인 공간을 오픈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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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벗어나 과천으로 오피스를 옮겼다가, 지난 11월에 다시 이태원에 거점을 마련했는데요. 도심으로 돌아온 소감이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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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알레 오피스는 여전히 과천에 있어서 그곳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고요.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은 계속 상주하는 공간이라기보다 마이알레의 연구실이자 실험실 같은 공간이에요. 간헐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과천과 이태원을 오가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은 애초에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공간을 오픈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아직 문을 연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여러 실험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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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의 공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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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부엌과 거실이 자리하고 있어요.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가면 예전에 옷방과 침실로 사용하던 방이 나오는데, 의자 40여 개를 넣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했어요.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공연자와 관객들이 가까이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이죠. 공연 이후에는 주방으로 내려와 간단한 다과와 함께 애프터 파티를 즐기는 것도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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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침실의 테라스요. 침대 옆에 애매하게 남아 있는 공간을 활용하여 만든 작은 테라스입니다. 강아지와 함께 앉아 있기 좋은 곳이에요.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곧바로 옆 건물의 붉은 벽돌이 보이는데, 봄이 되면 개나리가 피어나요. 오래된 벽돌 사이로 자라는 개나리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정말 끝내주죠.(웃음) 계절감이 잘 느껴지는 공간인데요. 봄에는 개나리를, 여름에는 싱그러운 잎을, 가을에는 낙엽을, 겨울을 지나 초봄에는 개나리의 동글한 새순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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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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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내부에서 외부가 잘 보이도록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 집을 산 이유도 창문으로 보이는 옆 건물의 빨간 벽돌담과 바로 앞에 보이는 느티나무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에요. 붉은 벽돌담을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원래 베란다였던 공간의 벽을 헐어 하나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1층 공간 내부에 외벽이었던 벽돌 기둥이 노출되어 있죠. 덕분에 봄이 되면 느티나무에 싹이 자라는 광경을 직관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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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마이알레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진 플랜테리어를 구현해왔는데요. 트렌디함을 쫓기보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마이알레의 '자연주의 철학'이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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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에 방문하는 분들이 마당 조경이 그리 화려하지 않아서 의외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의도적인 선택이었어요.(웃음) 이 마당에는 꾸며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이태원 해밀톤 호텔 사이로 푸른 숲이 보여요. 지금은 겨울이라 앙상하지만, 봄이 오면 싹이 트겠죠. 조경을 계획적으로 하지 않아도 이미 창밖에 훌륭한 작품이 펼쳐져 있는걸요. 이런 부분이 마이알레의 철학과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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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처음 대중에게 공간을 오픈하는 동시에, 총 5일동안 오프닝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행사 역시 공간이 지향하는 방향과 궤를 같이할 텐데, 기획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또 가장 기억에 남았던 행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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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의 주제를 '알레아 Alea'로 정했어요. 라틴어로 '우연'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오프닝 세션도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마이알레만의 정신과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서울대학교 김승근 교수님과 연이 닿았고, 서울대 SNU 공연예술센터와 협업해 존 케이지의 '리빙 룸 뮤직'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의 이름을 정하는데 영감이 되어준 의미 있는 곡이라 제게도 특별한데,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타악기 연주자들을 위한 작품이에요. 모든 사물이 악기가 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쓰인 곡입니다. 학생들이 1층에서부터 여러 사물을 두드리며 2층의 메인 스테이지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펼쳐지는,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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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프라이빗한 클래스나 전시가 주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에서 예정 중인 행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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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플레이그라운드 Playground' 세션에서는 참석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라운드 테이블 Round Table'에서는 저자와 책에 대해 토론하는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 '마이 리빙룸 My LivingRoom'에서는 공연을 감상하며 취향을 공유하고, '그로우 Grow'에서는 신진 작가들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해요. 2월 23일부터 시작하는 전시 <봄, 부러진 가지>는 '마이 리빙룸' 테마로, 꽃눈이 맺힌 가지를 다룹니다. 창문 밖의 가지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세포들은 다음 해 봄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부러진 가지라도 물에 넣으면 꽃을 피우는 이유도 이렇게 비축한 영양분 덕분이지요. 결실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와 닮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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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이 취향 공유를 목표로 하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야 할 텐데요.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어떤 경험과 감상을 느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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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우연하게 맺은 인연이 다른 좋은 인연을 불러왔어요. 앞으로도 이러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을 운영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의 집에 방문하면 커피잔의 디자인이 어떤지, 어떤 스타일로 거실을 꾸몄는지 등 사소한 부분을 통해 호스트의 스타일을 금방 파악할 수 있듯,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도 마이알레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은유적으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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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이나 자리가 현 시대에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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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인의 취향을 가꾸기보다 대중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시대에 살잖아요. 그래서인지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기보다 인플루언서나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제시하는 취향이 주류를 이끌죠. 물론 유행이라는 흐름은 사회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트렌드에 휩쓸려 자신의 취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심해졌어요. 취향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에 나의 취향을 가꾸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서로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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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에서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스프비 구독자들에게 추천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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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서면, 벽에 큰 코뿔소 머리 장식이 눈에 들어올 텐데요. 덴마크 브랜드 '노달 Nordal'의 오브제입니다. 사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부담스럽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제게는 볼수록 애착이 가는 아이템이죠. 하얀 벽과 화이트톤 코뿔소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코뿔소 아래에는 시계, 온도계, 습도계를 늘 함께 배치하는데요. 코뿔소와 세 개의 동그라미가 하나의 아트피스처럼 느껴져요. 균형감도 훌륭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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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이자 아지트였던 곳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 여러 도시 속 사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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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동에 위치한 적산 가옥으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택으로 사용되었으며, 2007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현재는 초량에 감탄사 '오!'를 붙인 오초량이라는 이름의 복합 교육 문화 공간이자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유명 빈티지 가구로 채워진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감도 높은 취향을 지닌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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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패션 매거진 <코스튬 Costume>의 창립자 말렌 몰링 Malen Malling이 가족과 함께 지내는 공간으로, 건축가 고틀립 빈데스뵐 Gottlieb Bindesbøll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 옷에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는 취미 덕에 라 바가텔은 개인의 거대한 옷장을 넘어 패션 숍이자 스튜디오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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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집'이라는 뜻으로, 괴테 연구가 전영애가 개인의 글쓰기 아지트로 구했던 여주시의 오래된 집이 지금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1층은 괴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도서관으로, 2층은 괴테의 집을 재현한 공간 및 전시관으로 운영되며, 매달 예술 교류를 위한 낭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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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루보프 아즈리아 Lubov Azria와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산드리네 아베세라 Sandrine Abessera가 함께 거주하던 공간으로, 2022년부터 집과 갤러리의 경계를 허문 하나의 예술 전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콘셉트를 유지하여 일상과 밀착한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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