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4 November 19, 2024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로부터 배운다.' 최성운의 사고실험은 어떤 분야에서 멋진 결과물을 내거나,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짧은 호흡과 빠른 트렌드가 미덕인 유튜브 세계에서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고, 눈을 마주치며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가는 채널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지요. 2023년 국내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 EO 소속으로 시작한 이 채널은 빠른 속도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며, 최근 10월 단독 채널로 독립했습니다. 콘텐츠의 섭외부터 진행, 편집까지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
최성운 P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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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SPREAD by B(스프비)가 만난 최성운 PD는 채널 독립 후 첫 시즌 준비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구독자 0명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결정은 분명 부담스러운 도전이었을 테지만, 그는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매주 업로드한다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죠. '성실하고 끈기 있는 제작자'로서, 일이 그의 삶에 전부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에서 모종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일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동력 삼아 좋은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최성운 PD에게 영향을 미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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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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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작가는 1997년 연재를 시작한 작품 <드래곤 라자>를 시작으로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로 이어진 한국 판타지 소설의 역사를 썼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작가는 한국형 판타지라는 수식어를 싫어하겠지만요.(웃음) 전승되는 민담과 설화, 엘프 대신에 도깨비를 등장시키는 등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초월적 세계를 구축해 잘 짜인 서사를 끝까지 힘차게 끌어가거든요. 이영도 작가의 소설은 인물과 서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치들을 군데군데 심어두어요. 그것들이 엮이고 이어져 종국엔 탄탄한 세계를 구축하죠. 그 자체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함(originality)을 만듭니다. 작가가 보여준 세계들 덕분에 픽션과 장르 소설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학창시절엔 밤새워 읽느라 잠 못 이루기도 했고요. 창작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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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에 대한 경의와 사랑을 담은 '크라이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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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테리온 (The Criterion Collection)은 1984년 설립한 미국의 DVD/블루레이 제작사입니다. 자칫 잊힐 고전 영화나 외면당할 수 있는 예술영화를 높은 퀄리티로 복원하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죠. 단지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보다 최선의 기술에 충실한 부가영상(Supplement)을 더해서 복원한다는 점에서 진심이 느껴집니다. 영화를 만드는 일,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애정은 블루레이 제품과 자체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Closet Picks' 시리즈에도 담겨요. 그래서 시네필과 감독, 배우들처럼 업계인도 무척 좋아하는 것 같고요. 솔직히 고백하면 집에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어요.(웃음) 목적과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선물과 같은 소비로서 컬렉션을 꾸준히 모아요. 신중하게 고르다 보면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죠. 그 과정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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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대하는 태도를 알려준 평론가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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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국내 OTT 플랫폼 '왓챠'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당시 외부 필진이던 이동진 평론가와의 소통을 담당했어요. 물론 개인적 인연으로 좋은 기억도 있지만, 그가 직업인으로 보여준 모습에 큰 영감을 받습니다. 평론가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정립하고 공개적으로 전하는 일을 하지요. 무언가가 좋거나 좋지 않다고 말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진심을 다해도 때로는 오해나 비난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모든 피드백을 기꺼이 감내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워요. 또한 책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에서 봉준호 영화 감독과 장장 9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역시 '꾸준히 좋아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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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에 대한 고민이 깃든 결단 '리코 GR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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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어요. 제가 처음 구매한 카메라는 리코 Ricoh의 28mm P&S 콤팩트 카메라 모델인 GR 1이었습니다. 가볍고 작아서 항상 갖고 다니며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리코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는 아닐지 모르지만, 콤팩트 카메라 분야에서는 늘 언급되는 이름이죠. 저는 리코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매료되었는데요. 포인트 앤 슛 Point-and-Shoot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빠르고 쉽게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맥락에서만큼은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접어들며 제작 중인 GR 시리즈 역시 틸팅 스크린이나 뷰파인더 없이도 얇고 가벼워 기동력이 뛰어나다는 강점을 살려요. 본질적인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요소에 집중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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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도쿄에서 Ricoh GR1으로 촬영한 이미지 © Sungwoon Ch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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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정말 좋아해요. 스포츠만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인간에게 작용하는 기제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면모도 좋아합니다. 항상 화가 많아 보여도 불행의 감정과는 완전히 달라요. 아무런 연고도, 대가도 없지만 타인에게 가질 수 있는 강렬한 애착이 신기합니다. 분노뿐만 아니라 고양감, 성취감, 열패감, 우정까지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죠. 제가 특별히 농구, NBA를 고른 이유는 리그 자체가 지닌 역동성 때문입니다. 작동 방식과 변천사를 보면, 선수를 포함해 리그를 이루는 이해관계자들이 만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크고 다이내믹해요. 총재가 바뀌어 새로운 규칙이 생긴다거나, 스테판 커리 Stephen Curry처럼 탁월한 플레이어가 등장해 3점 슛 중심으로 경기 시스템을 아예 바꿔버리는 등 예측 불가능한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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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운 PD가 당신에게 전하는 단 하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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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사고실험' 채널을 독립하며 스스로에게도, 회사에도 꼭 필요한 질문이었어요. 어떤 것이든 마지막을 생각해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책임감이나 끈기의 문제일 수도, 한계치의 의미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은 현재 마음을 쏟고 있는 대상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언제까지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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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운 PD와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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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금요일에는
조수용 발행인의 첫 단독 에세이 <일의 감각>을 다룬
스페셜 레터로 한 번 더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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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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