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이블리 실적 2.현대백화점 해외 진출
 2024.04.10 24-015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에이블리, 첫 연간 흑자 전환 이후의 과제는
  02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글로벌'을 만든 속내는
  03 뉴스 TOP5 - '위임하는 월마트, 통제하는 아마존'

   

에이블리, 첫 연간 흑자 전환 이후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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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2개의 시선

에이블리가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동시에, 론칭 이후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2,5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하였고, 특히 영업이익은 33억 원으로 전년 744억 원 적자 상황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뿐 아니라 에이블리는 지그재그와의 여성 패션 버티컬 1위를 두고 벌인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기준으로 작년 4분기 이후 유의미한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호실적을 기반으로, 에이블리는 스타일 커머스 전략을 통해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급증한 매출과 달리, 거래액이나 트래픽 성장성은 둔화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요.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중국 커머스의 공급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대문 기반의 패션 플랫폼 중 지그재그, 브랜디는 눈에 띄게 이용자 수가 줄고 있는데요. 가장 선두에 선 에이블리는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용자 수 증가폭이 확실히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이후 패션 셀러들의 폐업이 급증한 것과 맞물려 있는데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스타일이라는 핵심 강점이 겹치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에이블리가 작년에 거둔 성과들을 올해나 내년까지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 어린 시선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핵심 역량

역대급이었던 작년 실적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불안한 측면들이 여럿 발견되긴 합니다. 이번 에이블리의 첫 흑자 전환은 무엇보다 서비스 매출 성장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전체 매출액 성장은 45.3%였는데, 서비스 매출은 99.3%이나 증가했고, 상품 매출은 13.1% 늘어나는데 그쳤거든요. 이러한 매출 성장을 이끈 요인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3%의 판매 수수료 부과를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요. 무엇보다 최대 2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브랜드 패션 및 비패션 카테고리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에이블리의 차별화 경쟁력을 상징하던 에이블리 파트너스 실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에이블리의 빠른 성장을 이끌던 건, 상품 사입부터 배송, CS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해 주는 파트너스 서비스였는데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파트너스 서비스에 뛰어들고, 아예 브랜드로 성장한 성공 사례들이 여럿 나오면서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블리의 파트너스 매출 증가율은 2022년 83.3%에서 2023년 13.1%로 급격히 둔화되었고요. 이러한 외형 성장에 부진에 이어, 재고 회전율도 악화되면서 운영 효율도 나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외형 실적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이는 비유하자면 마치 쿠팡의 로켓배송 관련 매출이 꺾인 것과 마찬가지의 일입니다. 로켓배송이 없는 오픈마켓 쿠팡은 굳이 고객들이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논리로, 계속 트래픽을 모아 왔던 에이블리 파트너스가 흔들리면, 브랜드 패션이나 다른 카테고리 셀러들이 굳이 에이블리를 택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수익 기여도는 작더라도, 에이블리는 파트너스 서비스를 계속 키워야 하는 거고요.

결국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에이블리 파트너스의 부진은, 에이블리가 못했다기보다는 사실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큽니다. 흔히 보세라 부르는 동대문 기반의 패션이 성장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나마도 앞선 중국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대물 풀필먼트 서비스들 다수가 최근 서비스 종료를 택할 정도로 생태계 전체가 위기 상황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에이블리는 동대문 패션 생태계를 살릴 적임자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사입 플랫폼을 넘어서 최종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실제 거래까지 만들어내고 있고요. 풀필먼트와 상품 추천 역량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에이블리 파트너스의 성장을 다시 가속화하고, 더 나아가 동대문 전체를 다시 활성화시키려면, 앞단의 제조나 기획 단계까지 관여하고 투자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쉬인이 제조 공장까지 연계하여 빠른 기획과 생산으로 '리얼타임 패션'으로 거듭난 것처럼 말입니다.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동대문이 광저우로 대표되는 중국에 열세라지만, 품질과 기획력, 브랜딩에선 분명 파고들 여지가 있습니다. 에이블리가 이러한 강점들을 살려서 동대문 패션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 및 브랜드화를 이끈다면 앞으로 더 큰 성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글로벌'을 만든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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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더현대 '글로벌'이라고요?

더현대 서울과 더현대 대구에 이어 새로운 더현대가 등장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를 비롯한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무형의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 론칭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해외 유명 리테일 기업들과 협업하여,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마련하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유사 서비스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일본의 대형 유통그룹 파르코와 업무 협업을 맺고, 주요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라 하고요.

여기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은 매장 임대나, 인테리어, 수수료 계약 등의 부담을 덜게 되면서,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비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현지의 리테일 업체들은 더현대 서울 등에서 검증된 차별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수고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얻고자 하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콘텐츠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매우 독특한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신세계 그룹, 롯데쇼핑, GS리테일 등이 리테일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온라인에서도 하나의 플랫폼이 되기를 지향했다면요. 현대백화점은 무리하게 플랫폼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 왔습니다. 한섬, 리바트, 지누스 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고요. 이를 기반으로 전문몰을 육성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도성을 가지고 다른 온라인 채널들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왔습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이러한 전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입지가 좋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팝업 스토어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차별화 콘텐츠를 통해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판교점이나 더현대 대구에 그대로 이식 중이고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한섬이 만든 패션 플랫폼 EQL도 콘텐츠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은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도우며, 관계성을 강화하고 자신들에게 락인시키기 위해 더현대 글로벌을 론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들의 현대백화점 의존도를 높일 필요가 있고요. 해외 백화점들과의 협력이라던가, 팝업 스토어 운영 노하우 등은 현대백화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 거죠.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아쉬운 건 타이밍입니다. 현대백화점은 해외 진출 지원에 있어서 확실한 후발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신세계는 작년 5월에 케이패션82라는 플랫폼을 론칭하고 작년 하반기에만 약 53억 원의 현지 수준 상담 및 업무 협약을 성사시켰고요. 더욱이 무신사, 29CM, W컨셉 같은 패션 플랫폼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 진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여러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먼저 출발한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현대백화점은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일례로 일본에서 현대백화점은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누구(nugu)'를 운영하고 있는 메디케어랩스에게 현지 마케팅 및 매장 운영 지원을 맡긴다고 하는데요. 반면에 무신사는 해외 현지 법인을 세운 건 물론이고, 해외 쇼룸 에이전시 아이디얼피플에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관련 역량을 내재화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절히 대행을 맡기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순 있지만, 정말 장기적으로 브랜드와의 더 깊은 관계성을 가지려면, 관련된 핵심적인 기능들은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는데요. 패션 브랜드 해외 진출 지원 분야가 이미 만만치 않은 레드오션이 되었다는 걸 현대백화점이 빠르게 인식하고,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알려드립니다!
       
      • 블로터에서 주최하는 2024년 4월 25일에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되는 CMTS 2024(커머스 마케팅 & 테크놀로지 서밋 2024)에 연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까지 향후 커머스 경쟁 트렌드 전망에 대해, 'Guaranteed'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기로 하였는데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오셔서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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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가 신선식품 매장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제 둘은 일종의 운명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듯이 브랜드를 키웁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