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독자님의 편지를 받았을 때 망설였어요. 아이가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데다가, 아이들을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 아동권리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많이 공부를 해야 편지를 쓸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러다 이번 금요일 저녁에 겨울매미를 틀어 보았습니다. 20분이 조금 넘는 단편영화인데 3분 때부터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었습니다. 독자님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회사를 찾아간 소영이 다른 특성화고 학생을 만나 나눈 대화를 뽑았지요. 독자님들이 영화를 보기 바라는 마음으로, 대사는 그대로 옮기진 않았습니다. 저는 달리기를 좋아했던 학생 소영을 그리워하며 교사 소영이 뛰는 장면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어요. 제 머릿속의 "아동"은 초등학생이었다는걸요. 그래서 청소년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시 찾아보니 아동은 18세 미만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더라고요(
보건복지부 아동권리 소개 페이지 보기). 내가 아동이란 단어를 참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 일찍 나오게 되는 아이들, 열여덟에 고아원에서 독립하게 되는 아이들도 떠올랐습니다. 한편 그런 생각도 했어요. 이 이야기 하나만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단정짓진 말아야겠다고.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일은 참 어려워요. 차라리 누구를 오해해버렸다고 말하는 게 솔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해한다는 건 섣부르게 붙여두었던 마음속 라벨을 거듭해서 수정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원래 영화를 정말 안 보는 편인데, 영화를 보았기에 다른 이에게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던 독자님에게, 그리고 정수진 감독에게 고맙습니다.
'이번 주 밑줄'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말한 문장을 골라보았습니다. 앞의 두 문장은 영화제 인터뷰 페이지에서 왠지 마음이 갔던 문장들입니다. 이다혜 기자에게서 한 문장, 이은선 저널리스트의 인터뷰에서 또 한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세번째 문장은 이번 영화제의 심사 감독이기도 했던 윤가은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발췌했어요. 왠지 이 인터뷰를 보고 나서, 우리집이라는 영화도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11월에 종종 생각났던 문장입니다. 다른 이의 슬픔에 공감할때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서 다룬 글입니다.
-11월 13일,
단편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소얀 드림
PS.겨울매미는 11월 한 달 동안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어요(보러가기). 저도 여기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겨울매미가 포함된 GV 행사도 서울, 대구, 울산에서 열리니 확인해 보세요(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