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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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미국 하원 의회에서는 틱톡의 CEO를 소환해 ‘틱톡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의 정보가 중국 정부에 제공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관점에서 중국 정부와 틱톡의 관계를 묻는 것이 골자였는데요. 청문회에서는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듯 공화당과 민주당 할 것 없이 틱톡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이 끝없이 오갔습니다.

추 쇼우즈 틱톡 CEO는 당연하게도 틱톡은 중국 정부와 관련이 없고,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최선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정석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틱톡 금지를 위한 포석으로 마련되었을 뿐, 진짜 해명을 듣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나나
요즘 감기가 엄청 유행이래요. 다들 물 많이 마시고 아프지 말아요!
오늘의 이야기
1. 틱톡을 찢고 싶은 미국
2.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틱톡
3. 결국은 미국의 거대한 견제

틱톡을 찢고 싶은 미국🔨

출처: Unsplash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중국 회사인 점을 들어 창업주의 지분 매각을 요구해 왔었죠.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이미 공개적인 비난을 한 상태고요. 틱톡을 강제로라도 미국 회사로 만들 수 없다면, 틱톡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발의된 법안이 RESTRICT Act입니다.


RESTRICT Act, 직역하면 ‘제한법(이하 ‘제한법’으로 표기)’이지만 사실상 ‘틱톡 금지법’으로 불리고 있는 이 법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의원들의 발의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안은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이 함께 발의했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까지 받았으니, 사실상 이 법의 실행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틱톡은 어쩌다가 미국 의회에서 공개적인 타격 대상이 되었을까요. 그것도 양 정당 모두가 합의한 상태에서요.


'제한법'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적대적 국가의 기술을 행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간단히 말하면 미국 국민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보에 위협이 될만한 해외 서비스들을 규제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아니라 ‘특정 국가 소속의’ 회사를 겨냥한 점이 포인트죠)


수정헌법 1조와 충돌할 가능성, 표현의 자유 제한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점 때문에 언론 자유의 측면에서는 미국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법안의 실현 가능 여부는 충분한 검토 후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틱톡뿐만 아니라 VPN 사용과 비트코인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금씩 나오고 있고요.


틱톡 규제는 너무나도 명백하게 미·중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중국 서비스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처음이 아니니까요. (하드웨어 측면이기는 하나, 이미 제재당한 화웨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나 틱톡은 이번이 두 번째라는 점에서, 미국 대선을 의식한 규제는 아닐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2020년 7월에도 트럼프 정부에서 틱톡 매각에 대한 협상과 미국 내 사용 금지 행정명령이 있었거든요. 이유는 지금 상황과 똑같이, 중국 정부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 사용 우려였습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치러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행정명령은 취소되었고 규제 이슈도 한동안 잠잠했었는데요. 2022년 말부터 미국 주 정부들로부터 규제 움직임이 보이더니, 급기야 2023년에 들어서며 연방정부 소유 기기 사용 금지, 법무부의 바이트댄스 수사와 같은 압박들이 이루어집니다.

 

다음 미국 대선은 2024년 11월에 있을 예정입니다. 지금 당장 코앞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은 있을 겁니다. 다만 틱톡 주 사용자층인 미국 젊은 세대의 반발을 생각해보면, 현재 미국 정부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기보다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더 관심이 있어보여요. 전술한 바와 같이 제한법이 민주당 의원들에 한해서만 발의가 된 것도 아니고요. 당파에 상관 없이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가 대중전략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틱톡💸

틱톡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청문회가 끝난 이후 틱톡에는 추 쇼우즈 틱톡 CEO를 지지하는 영상이 다발적으로 업로드되었다고 합니다. 83년생 젊은 CEO의 깔끔한 이미지와 글로벌 경력 등으로 인간적인 호감이 간다는 내용들도 바이럴이 되고 있습니다. 틱톡의 콘텐츠 검열과 중국 정부 선전 의심 논란을 생각하면 이런 흐름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요.


한편, 플랫폼 바깥에서는 적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며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틱톡은 지난 해 로비스트들에게 70억 원대의 비용을 지불하며 여론전에 총력을 가했죠. 이에 더해 대선 캠프와 백악관에서 활약해온 홍보 전문가들을 영입해 청문회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서 말 그대로 탈탈 털리기는 했습니다만, 틱톡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해 알고리즘 검열 이슈 해소를 위해 오라클 클라우드에 틱톡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100% 이전하는 ‘프로젝트 텍사스(Project Texas)’가 진행된 점을 청문회에서 주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고요.


틱톡의 광고 상품은 업계의 우려와 달리 여전히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의 안보 이슈는 해결이 될 테니 걱정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 2월에 예고되었던 ‘틱톡 프로모션’ 기능 확대를 통해 중소규모 광고주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에서 3년 전에 출시된 레몬8이 갑작스레 앱 순위가 상승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틱톡 규제 이슈에도 굴하지 않고, 5월 글로벌 캠페인 런칭을 준비하면서 콘텐츠를 채워줄 크리에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을 합친 듯한 서비스인데 미국에서 얼마나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레몬8)

결국은 미국의 거대한 견제

마케팅 업계에서는 숏폼 콘텐츠가 이미 영타겟 대상 프로모션 활동에는 필수적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죠. 그러나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 대안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마케터들의 혼란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과 메타의 반사 이익은 둘째 치고 당장 틱톡이 주 무대인 크리에이터들의 불안감이 제일 클 겁니다.


미국 안에서는 젊은 층의 이용이 압도적이다 보니, 젊은 층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텐데요. 중국 감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제기된 것이 청소년 보호 이슈였습니다. 미국 유타주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SNS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이 이미 통과가 되었어요. 현재 상황에서는 틱톡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고요.

출처: Unsplash

미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유럽과 캐나다, 일본에서도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업무용 기기에 틱톡 삭제 지침을 내렸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NATO에서도 동일한 금지 조치가 있었고요.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중국에서는 4월 중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유럽에 파견하여 EU와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규제 계획은 없을 예정이라고 합니다만, 미국에서 구체적인 금지 수순이 이루어진다면 소극적인 수준에서라도 기조를 따라갈 수 있겠어요.


일단은 미국의 기술 안보라는 명목에서 시작된 갈등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경쟁과 신냉전 구도에 있어서 미국이 견제를 원하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정말로 자국민을 위한 안보만이 목적이었다면 ‘적대적 국가의 서비스’로 인식하고 제한하기보다는 국제적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공조가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는 아니었을까요.


실제로 틱톡에 대한 전면 금지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틱톡이 선례가 된다면 앞으로도 미국에서는 (우리가 그간 중국에서 페이스북, 유튜브가 제한되는 모습을 봐온 것처럼) 여러 서비스들이 제한되는 일들이 생기겠죠. 미국에 우호적인 다른 국가들에게도 비슷한 정책이 모방될 가능성도 충분하고요. 틱톡이 무사히 살아남게 되더라도, 당분간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적 갈등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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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레터를 한참 쓰다가,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거장의 별세 소식은 왜 언제나 마음 한구석을 무겁고 슬프게 만들까요.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모두에게 그가 주었던 기쁨과 편안함에 대한 보답으로, 그 자신도 편안하게 떠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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