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갑자기 무슨 일이냐.....휴일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제가 주문한 식재료가 배송이 목요일(오늘) 오후에 온다는거에요. 오늘 레터에 쓸 식재료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하 프리랜서로 살다 보면 요일감각이 많이 흐려지는데, 그 중에서도 휴일에 대한 감각이 많이 흐려집니다. 저같은경우는 특히나 외식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특히 주말이나 휴일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아요.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가게들이 많으니까요. 

여튼 결국 3/1에 쉰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저의 불찰입니다...흑흑 스페셜레터는 다음주로 미루기로 했어요. 귀여운 분들이랑 만든 콜라보 레터는 다음주 목요일에 구독자님의 메일함으로 찾아갈게요.

그래서 급하게 스페셜 레터를 씁니다...다음주 주제를 땡겨 오기로 한 것이죠!! 근데 결론적으로 다행이었어요. 저는 냉이가 3월까지는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더라고요. 3월이 되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이제 수확하지 않게 된대요. 마음이 급해져버린 저...급하게 냉이 레터를 준비했습니다. 냉이는 봄나물이 아니고 겨울 채소라는 사실을! 올해부터는 기억해두겠습니다. 

저는 사실 냉이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요, 사실 2019년 전까지는 호불호의 수준이 아니라 무관심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2019년에 샘표에서 만든 '우리맛연구보고서 나물편'의 책임편집을 맡게 되면서 촬영장에서 냉이김밥을 만나게 됐어요. 촬영하고 남은 음식은 먹어봐도 된다고 하시길래 그냥 하나를 쓱 집어먹었는데? 세에상에?? 너무 맛있는거에요!

세상에 들어간 것이라곤 밥과 냉이볶음 뿐인데 감칠맛이 감칠맛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때 배웠는데 냉이에 있는 향미 성분은 가열하면 해산물향으로 느껴지기도 한대요. 근데 삶거나 데치는 대신 볶으면 맛이 더 응축되고, 그래서 감칠맛이 완전 강해지는거라고. 이날 이후로 만들어먹은 냉이김밥이 못해도 30줄은 될거에요. 사실 최근에도 3~4번 해먹었거든요 💛 

김밥 레시피를 할까 하다가, 사실 올해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가 있었어요. 작년 여름쯤 망원동의 서가만두라는 곳에서 '냉이만두'를 판다는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냉이는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전역에서 즐기는 나물이라고 하는데요, 중국에서는 냉이만두가 되게 찾아보기 쉬운 메뉴인걸까, 인터넷에 냉이의 중국 이름인 제채(薺菜)를 검색하니까 바로 냉동 만두 제품들이 나와요. 춘권이나 탕으로 만들어서도 많이 먹는대요. 언젠가 중국에 가서 냉이 요리들을 먹어보고싶어졌어요. 

냉이가 들어간 만두는 처음 보는거라 꼭 먹고싶어서 올해 봄만을 기다렸늦데, 최근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만들기가 힘들어서 올해는 안하실 것이라는 섭섭한 후기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정말 기다렸는데....

하지만! 굴하지 않죠. 이왕 이렇게 된거 만두를 한 번 빚어보기로 했습니다. 거 뭐 빚으면 될 일이지!! 친구를 꼬셔서 같이 빚어볼까 했지만 친구가 넘어와주지 않아서 😅 혼자 조용히 빚기로 했습니다. 

제가 찾아본 레시피에는 냉이를 데쳐서 다진다고 쓰여있었지만, 냉이를 볶으면 감칠맛이 더 강해진다고 이미 배운 저! 실험정신이 발동하고 말았어요. 비교분석으로 간다! 그래서 굳이 일을 또 키우고 마는 저.....🙄 한 줌은 데친 후 다지고, 나머지 한 줌은 기름에 볶은 후 연두로 간을 하고 식혀서 다졌어요. 

만드는 내내 궁금했어요. 뭐가 더 맛있을까요? 기름에 볶은 재료가 만두 소로 잘 어울리지 않거나 겉도는 것은 아닐까,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요리를 했습니다. 사실 최근에 인대가 조금 파열되어서 오래 서있으면 아프고 불편하거든요. 그런데 만두를 빚는 동안 신이 나서 시간가는줄도 몰랐어요. 역시 저는 음식과 관련한 일을 해야하나봐요. 이런게 왜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라요.

반죽은 기본 중국식 돼지고기 소 반죽입니다! 돼지고기와 냉이를 각각 넣고, 소금, 치킨파우더, 그리고 생강 다진 것을 넣어줬어요. (대파도 넣었어야 했는데 제가 대파를 안사왔지 뭐에요 하핫 🙃) 다만 볶은 냉이에는 연두로 간이 되어있으니 소금 양을 줄여 넣었습니다. 

조금 더 지방이 있는 다짐육을 선호하는데, 마트에 뒷다리살 다짐육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다음엔 역시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을 갈아달라고 해야지. 저는 지방이 음식에 충분히 들어있는 것이 좋아요. 지방만의 미덕과 지방만의 역할, 그리고 지방만이 가지는 힘이 있으니까요! 오늘은 지방이 모자라서 물을 조금 더해줬습니다. 

만두 소를 잘 섞어줍니다. 각각 섞는데, 막 치댈 필요는 없어요. 만두를 만들때는 속을 치대잖아요. 일본 교자도 그렇고요. 레시피에 '젓가락으로 양 방향으로 100번씩 돌려라!' 이런 문구가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만두속을 만들때 그렇게 많이 치대지 않는 편이에요. 굳이? 재료들이 잘 섞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대충 뭉쳐만 지면 끝내는 편입니다. 

자 이제 만두를 빚을 차례죠. 저는 시판 만두피보다는 제가 직접 만드는 만두피를 좋아하기는 하는데요, 이번엔 그냥 마트에서 냉동 만두피를 구입했어요. 이래저래 몸이 힘들어서요. 시판 만두피는 아무래도 좀 두껍고, 찹쌀가루가 들어가있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얇고 너무 차지지 않은 만두피를 선호해요. 사실 빚으면서 후회했어요. 조금 힘들어도 만두피 직접 반죽해 밀걸.

적당히 타협하는 일이란 역시 단계마다의 후회를 쿨하게 넘겨야 가능한 것인데, 저는 늘 그것이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오래 후회하는 편은 또 아니고....아니네요 이정도면 쿨한 것 같기도 🧐

만두를 빚는 장면을!! 단계별로!! 찍으려고!! 했는데요!!!

까먹었어요....그리고 저는 사실 요리할 때 단계별로 사진 찍는거 정말 어려워하고 귀찮아하거든요. 요리를 멈추지 않고 쭉 이어서 하면서 집중하는 편이라, 레터를 쓰기 위해 단계별로 사진을 다 찍어놔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 스스로에게 주지시키지 않으면 큰일나요. 저번에 한 번은 정말 사진을 하나도 안찍어서 완전히 새로 다시 한 번 만들어야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사진은 핀터레스트에 의탁해봅니다. 와 만두 빚기 참 쉽다 그쵸! 저렇게 하면 된대요 맞아요 맞아요 피에 물만 묻히고 하면 돼요.

하지만 사실 저도 만두를 그렇게 예쁘게 빚는 편은 아닙니다....으르신들이 보면 혀를 끌끌 찰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매일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잘 되지 않습니다. 정지선 셰프님이라고 중국에서 딤섬을 전공하신 셰프님과 촬영을 하면서 만두빚는 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리 따라해도 안되더라고요.

만두빚기는 정말 섬세한 기술이에요. 만두소를 적정량 넣어서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내는 것은 정말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멀었지만요. 언젠가는 어떤 모양의 만두도 예쁘게 빚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특히 그 잎새모양의 예쁜 만두요! 언젠가 중국에 가서 냉이 요리도 먹고, 만두 빚기도 배우고 오고싶어져요. 코로나 전에는 온동네 여행가서 쿠킹클래스 듣고 음식 먹어보며 새로운거 배워오는 재미가 있었는데....이번 여름에는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까요?

일단 만두 빚기가 끝났으니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는데, 역시! 만두는 군만두죠. 🔥🥟 저는 셩젠바오 스타일로 아래는 굽고 위는 찌는 방법으로 구워보기로 했어요. 제가 만두를 두 종류 만들었잖아요 비교 용으로. 그래서 아래 3개는 볶은냉이만두고 위에 3개는 데친냉이만두로 했어요! 맛이 어떻게 차이가 날지 너무 궁금한 마음으로 설레하다가 물을 들이붓는 바람에 😂 이게 만두를 굽겠다는 건지, 삶겠다는건지 모를 정도가 되어버렸지만요.

어쨋든 시간을 들여 찬찬히 윗부분을 쪄내고 아래는 기름으로 바삭하게 구워냈어요. 요즘 틱톡+릴스에서 레시피 영상 올리는 사람들은 잘 구워져서 크러스트(crust)가 생긴 부분을 꼭 칼등으로 긁어서 파샤삭 하는 소리를 넣더라고요. 저도 했어야 했나...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레터에는 소리가 안들어가죠. 다들 대충 상상해주세요.

자. 드디어 개봉박두! 🥁🥁🥁🥁🥁🥁🥁🥁 이었는데요? 앉고 나니까....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팬에 있을 때만 해도 만두가 안움직여서 뭐가 뭔지 알 수 있었는데, 팬 채로 뒤집어서 그릇에 담는 과정에서 제가 약간의 스냅...을 주는 바람에 어느 쪽이 볶은 냉이고, 어느 쪽이 데친 냉이인지 알 수 없어진 것이죠....진짴ㅋ 이럴거면 왜 저는 ㅋㅋ 그 고생을!! 그냥 차라리 따로따로 구울걸! hㅏ... 맛이 다르기만을 바라며 일단 입에 넣었습니다.

오 그런데요? 의외로 맛의 차이가 꽤 확연했어요. 정말 다행이죠... 아니었으면 만두 또 구워야 하는 대참사...(이때 시간이 이미 새벽 2시였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이 더 맛있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취향에 따라 다른 레시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고요. 

⏺️ 데친냉이만두 👉 전반적으로 맛이 둥글고 냉이의 식감이 부드러워요. 냉이의 흙향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만두였습니다.

⏺️ 볶은냉이만두 👉 냉이의 감칠맛이 강렬하게 치고 올라와요. 하지만 냉이 자체의 식감은 조금 질긴 편입니다. 

저는 볶은냉이만두가 취향이었는데요, 또 어떤 날은 데친냉이만두가 떠오를 것도 같아요. 어디 하나 튀는 부분없이 둥글고 부드러운 맛이랄까요. 냉이만두 맛있는거네요! 올해의 마지막 냉이를 즐기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메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가만두 사장님 내년에는 냉이만두 해주시면 좋겠네요....역시 만두는 사먹고싶어요... 혹시 망원동 사시는 분들 서가만두 지나가시면 냉이만두 돌림노래좀 해주세요. 그럼 내년에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 서가만두에서 냉이만두 파는 날 꼭 제보해주시기에요!

냉이만두를 먹고 너무 만족스러워진 저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튀김을 하자'  저는 집에서 정말 많고 다양한 요리를 하지만 딱 하나, 튀김만은 하지 않거든요. 아무리 먹고싶어도 튀김은 정말 하지 않아요. 기름 처리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요. 

그런데 그런 제가! 튀김을 하겠다고! 그것도 새벽 3시에! 시방 새벽은 역시 위험한 시간이에요. 저 사실 냉이튀김을 먹어본 적이 없거든요. 인터넷에 냉이 튀김 맛있다는 말이 올라와도 냉이를 튀겨주는 곳은 없을테니 이건 나는 못먹어볼 음식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었어요. 튀김을 그렇게 까지 좋아하지도 않기도 하고요. 아 그런데 냉이를 1년간 보내야 하는 마당에 튀김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냉이를 잘 씻어 물기를 대강 닦아낸 후에, 튀김가루에 물, 그리고 국간장을 조금 섞고 얼음 몇 조각을 넣고 날가루가 날리지 않을 정도로만 섞었어요. 저는 튀김옷이 얇게 입혀지는 것이 좋아서 조금 묽게 잡았고요. 냄비에 기름을 적당히 넣고 기울여서 냉이가 잠길 수 있도록 했어요. 기름을 넉넉하게 넣는건 역시 무리였다.... 하지만 냄비를 기울이는 방법으로 적당히 타협할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위험한 새벽에도 최소한의 이성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에요.

집에서 튀김을 하는 일만 오랜만인게 아니라 정말 튀김을 하는 일 자체가 오랜만이라 조금 긴장했습니다. 튀김 요리는 다치기도 쉬운 요리라 특히 더 그랬어요. 몸을 바로 세운 후에 온 신경을 기름이 끓고 있는 냄비에 집중했습니다. 반죽이 조금 묻은 젓가락을 냄비 바닥에 대어봅니다. 1~2초 후 보글보글 거리며 올라오는 기포. 이제 냉이를 넣어봅니다. 

'차르르'하는 소리가 나며 냉이에 묻어있는 튀김옷들이 떨어져나와 뜨거운 기름 사이로 퍼집니다. 냉이를 살짝 뒤집으며 젓가락으로 흔들어 떨어져나간 튀김옷들을 다시 냉이에 입혀줍니다. 그대로 냉이가 잘 익도록 둡니다. 기름의 양이 적으니 냉이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았는지 중간중간 젓가락으로 쓸어줍니다. 차르르 하는 소리 대신 토독토독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납니다. 튀김옷의 색이 연한 갈색으로 변하면 냉이를 툭툭 건드려봅니다. 적당히 단단해졌다 싶으면 조심스레 집어들어서 기름을 좀 털어내고, 키친타올 위에 올려 기름기를 조금 더 빼줍니다. 

그 과정을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준비한 냉이가 다 튀겨질 때 즈음, 그제야 몸에 힘을 조금 풀었습니다. 짝다리도 좀 짚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요. 긴장이 좀 풀리니까 그제야 제가 얼굴 근육에도 힘을 엄청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표정을 좀 풀고, 고구마도 살짝 튀겨보았어요. 기름이 있으니까....🔥 그렇게 25분 정도 냄비에 완전히 집중해있었어요. 머리 속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냉이튀김을 담으려고 찬장을 스윽 살피다가 일본에서 오래전에 사온 그릇인데 영 어울리는 음식을 못찾아 쓰지 못하던 그릇이 떠올랐습니다. 왠지 어울릴 것 같아서 꺼냈는데, 역시 딱 어울리죠? 드디어 이 그릇도 제 역할을 찾게 되었네요. 종이 호일을 접어서 깔고, 냉이튀김과 고구마 튀김을 조심스럽게 올렸습니다. 초간장을 곁들였구요.

식탁에 앉아서 바삭하게 튀겨진 냉이를 베어무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볶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응축된 감칠맛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이후로 3일동안 밤마다 냉이를 튀겼습니다. 매일 밤 똑같이 뜨거운 기름이 담긴 냄비 앞에 온 몸의 근육을 긴장하고 서서는 긴 튀김 젓가락을 들고 냉이를 튀겼습니다. 완전히 몰입해서 집중하는 그 순간이 참 좋더라고요. 물론 냉이튀김도 맛있었지만요.😌

역시 사람은 자신의 안전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나봐요. 딱 한 걸음만 나가도 이렇게 멋진 맛을 만날 수 있었는데, 왜 집에서 절대 튀김을 하지 않겠다고 우겼는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이건 안해' '이건 못해'하고 결정해버리는 버릇을 올해는 좀 버려볼게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내 세계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는 일에 소홀하지 않을게요.

작년 겨울에 꽃수업을 마치며 선생님께 구근식물 하나를 선물받았는데요, 집에서 햇볕도 쐬어주고 물도 잘 주는데 도무지 자라지를 않아서 역시 죽었나 했는데,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애가 쑥 자라있더라고요. 얘도 봄을 기다린걸까 싶었습니다. 봄이 오자마자 기다린 듯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요. 요즘 정말 갑자기 봄이 와버린 느낌이죠. 시장에 나오는 나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가판대가 갈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 정말 봄이 코앞이구나 싶습니다. 꽃시장에는 벌써 개나리가 나온지 몇 주가 넘었답니다.

드디어 봄을 맞이하며, 3월의 첫 번째 레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