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쿨한나입니다.


어제저녁 7시, 우리 집 거실 풍경이 어땠는지 아세요?
싱크대에는 아침에 먹은 그릇들이 그대로 쌓여 있고, 소파 위에는 세탁기에서 막 꺼낸 건조된 빨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걸 하나하나 개야 하는데,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더라고요.
배는 고픈데 국 끓이고 반찬 만들 엄두가 안 나서, 결국 냉동실에 있던 새우 볶음밥 하나 꺼내 대충 볶아 아이와 나눠 먹었지 뭐예요.

그 볶음밥을 한 입 넘기며 무심코 스마트폰을 켰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오는 다른 분들의 일상은 어쩜 그리 눈부신가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갈한 9첩 반상에, 아이는 평온하게 고전 소설을 읽고 있고, 그 옆에서 우아하게 자기 계발을 하는 모습들.

순간, 기름기 묻은 프라이팬을 식탁에 그대로 두고 밥을 먹던 제 모습이 참 초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나만 이렇게 사나? 다른 분들은 다 저렇게 완벽한데, 나만 너무 부족한 건가?” 하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인스타는 1%의 ‘편집본’일 뿐입니다

우리는 가끔 이 사실을 잊고 살아요.
인스타그램의 생리를 냉정하게 한번 들여다볼까요? 인스타그램은 기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선별해서 올리는 공간이에요. 알고리즘은 우리가 선망할 만한 아름답고 정돈된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우리 눈앞에 대령하죠.

생각해 보세요. 누가 인스타에 “오늘도 빨래 안 개서 거실에서 뒹굴거리는 중”, 누가 냉동 볶음밥으로 대충 한 끼 때우는 초라한 밥상을 메인 피드에 올릴까요.


저도 영상을 기획하고 대본을 쓰고 찰영을 하고 편집합니다.

전부를 보여드리지는 않지요.


우리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가장 안타까운 실수는

남의 ‘하이라이트 1분’과 나의 ‘비하인드 24시간’을 비교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도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쌓인 설거지 때문에 한숨을 쉴 거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아이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을지 몰라요. 단지 그 모습을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죠.


특히 유아, 유치원, 초등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시기에 인스타 활동이 가장 활발한 경향이 있어요. 이때는 아이들이 부모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거든요.

부모가 정성껏 고른 옷을 입히고, 좋은 책을 읽히면 그 결과물이 눈에 바로바로 보여요.

그것이 부모에게는 ‘내가 잘하고 있다’는 유능감을 주고, 그 기록을 전시하며 응원을 받는 것이 큰 동력이 되기도 하죠.


저도 저학년 어머니들의 공부 상담 디엠을 참 많이 받습니다. 

진짜 공부는 고학년때 하는데, 저학년 어머니들이 더 궁금해 하시죠. 


화려하던 인스타 기록들이 고학년이 되면 뜸해지는 이유

그런데 주변을 한번 살펴보세요. 그렇게 활발하게 교육 정보를 공유하고 ‘갓생’을 지향하던 분들이,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계정을 닫거나, 교육 이야기는 쏙 빼고 풍경이나 일상의 단편만 올리게 되곤 하죠.

왜일까요? 아이들이 더 이상 부모의 ‘기획’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에요.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은 자기만의 자아가 뚜렷해지고, 부모가 만든 프레임 밖으로 튀어 나가려 하거든요. 부모가 아무리 “이게 너를 위한 길이야”라고 말해도, 아이는 자기만의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방황하기도 해요.

지금까지 온라인상에 당당하게 써왔던 ‘완벽한 교육법’이 실제 아이의 성장통과 충돌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껴요.

‘내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전부는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그러니 지금 온라인 속의 화려한 모습들을 보며 기죽을 필요 전혀 없어요.

지금 당장 눈앞을 어지럽히는 화려한 정보들, "누구는 이걸 시켰네, 저걸 시켰네" 하는 주변의 소음들에 너무 흔들리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것 하나입니다. “옆집 엄마의 말을 듣지 말고, 그 집 아이의 표정을 보세요.”

주변에서 교육 전문가처럼 말하는 분들, 대단한 정보력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다 흡수하려 애쓰지 마세요.

대신 그 댁의 아이를 한번 가만히 보세요. 그 아이가 진짜 행복해 보이나요? 부모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조곤조곤 말할 수 있나요? 아무리 훌륭한 교육 철학을 읊어도 아이의 눈빛이 생기를 잃었다면, 그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일지 모릅니다.


반대로 부모는 좀 서툴고 종종 냉동 밥을 차려줘도, 아이가 밝게 웃으며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재잘거린다면 그것이 진짜 성공한 육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이를 교육 시키기 위한 삶이 아닌,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함께 그리고 멀리 보고 가시죠.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