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시장에 가서 시장해진 하루😋

믿기지 않지만 어느덧 6월!
알맹님은 한 해의 중간을 어떤 마음으로 통과하고 있나요? 저는 남은 올해는 모든 순간들을 오롯이 마주하고, 작은 성취에도 감사하는 태도를 지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시간이 순삭되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말예요. 🌪️ 그런 의미에서, 벌써 일곱번째 밍글맹글이 세상 밖으로 나온 오늘! 럭키 세븐을 자축하며, (뿌이 뿌이- 🥳) 특별편으로 찾아왔답니다.

바로 지난 호에서 맹그로브 주변 로컬 시장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기억하시죠..?) 그냥 소개만 하기는 (저희가 🤣) 아쉬우니까! 에디터들이 대신 경험하고 알맹님의 눈코입이 즐거울 내용들을 준비해봤어요. 쉘 위 고 투게더~? 🧚

※주의: 많이 길어요.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바쁘시면 틈틈히 한 시장씩 뽀개기를 추천! ✎⁾⁾⁾

리포터 🌊강

일기나 다이어리에 꾸준히 글을 쓰기보단 불쑥 펜과 메모장을 펼쳐 일상을 기록하는 편이다. 5월에 다녀온 홍콩 여행 이후 파인애플에 빠져 이번 시장 탐방에서도 파인애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 탐방 장소 ︴사러가 @saruga_story

➡ 탐방 일시 ︴날씨가 좋은 수요일 오후,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 가는길 ︴맹그로브 신촌에서 🚶 도보로 31분, 🚲 자전거로 10분, 🚌 버스로 20분 , 🚙 차로 11분

신촌에 맹그로브 새 지점이 생기면서 나 역시 이 동네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기 좋은 카페는 어디에 있는지, 경의선 숲길 산책을 나서면 강아지는 몇 마리나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장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등등 조금씩 동네 데이터를 쌓고 있다. 그러다 옆동네 연희동에 위치한 쇼핑센터, ‘사러가’에 왔다.

어딘가 늠름하고 멋진 외관이다. 어쩐지 연희동 골목길에 터줏대감 같은 느낌도 들고 동네 사람들의 방앗간 같기도 하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곳이라기 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인가보다. (이곳을 찍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the only one…🥴)

쇼핑센터 정문을 들어서면 꽃집 사장님이 매일 아침 아름답게 진열해둔 싱그럽고 화사한 꽃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역시 5월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기념일이 있어 카네이션이나 선물용으로 예쁘게 마련된 꽃바구니가 많다. 1층 상가 중앙에는 수십가지 외국 과자들이 즐비했고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도시락 가방부터 주전자, 수저 세트, 밥솥, 돌돌이, 수세미 등 온갖 살림살이들이 한 가득 놓여있었다. 하지만 오늘 나의 첫번째 목적지는 바로 사러가 슈퍼마켓! 장바구니 하나 들고 어디 한 번 들어가볼까나~

왓츠인마이 장바구니 in 사러가 슈퍼마켓 🛒

첫번째는 과일코너. 🍎🍌🥝🍉🫐🍇🍓 사과, 딸기, 바나나, 키위는 물론이고 망고스틴, 파파야, 용과 등 동네 마트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과일까지 모두 반질반질한 포장지에 싸인 채 예쁘게 놓여있다. 하지만 나의 쇼핑리스트 1번으로 적혀있던 녀석은 따로 있지. 바로바로바로 파인애플🍍! “거기, 파인애플! 내 장바구니로 들어가~” 후후.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인지 마냥 달기만한 과일보다는 상큼함도 가지고 있는 파인애플이 좋다. 거 참 파인애플 먹기 좋은 날씨네~

흠흠~ 다음은 어디를 가볼까나~ 싶은 찰나.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어디선가 난다.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바라보니 고기가 구워지고 있는 시식코너를 발견. 와 대박. 소고기야. 하나 하나 세심하게 고기를 구워내며 밝은 목소리로 먹어보고 가라고 이야기 하시는 직원 분의 말을 그냥 넘어가면 안돼지. 고기가 있었는데요, 없어요. 🥩🤤

깜쮝쓰한 하리보 젤리, 대만에만 있는 줄 알았던 펑리수와 누가크레커, 종류별로 있는 일본 낫또, 꽃보다청춘 조정석이 핫도그월드를 외치며 먹었을 법한 소시지, 세계 곳곳에서 온 향신료와 소스들까지. 여기 정말 다른 마트랑은 다르다. 외국에서 한인마트를 발견하면 나오는 기쁨의 환호성과는 또 다른 환호성이 막 나온다.

재밌고 신기한 재료들 속 내 장바구니로 들어갈 두 번째 품목은 ‘Smuckers Goober Strawberry Peanut Butter’! 식빵에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잼이나 스프레드를 발라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이자 최고의 조합은 피넛버터와 딸기쨈 아닐까? 이건 피넛버터와 잼이 겹겹이 쌓여진 일석이조 원샷투킬의 제품 되시겠다. 🥜+🍓 (세상에 이런 게 있었다니~ 나만 몰랐어?) 먹어보고 맛있으면 큰 거 사러 또와야징~

오늘 내가 살 건 이 두 개가 끝. 바로 집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방 무거워 지면 안된다. 계산은 셀프 계산대에서 종량제 봉투 하나 추가해서 했는데, 이런! 가까워도 연희동은 마포구가 아니라 서대문구라 종량제 봉투는 내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맹그로버 여러분… 장바구니 챙겨가시오… 혹은 서대문구 사는 친구에게 기부하시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마트 구경은 끝!

클래식은 영원하다, 피터팬1978

다음 목적지는 피터팬1978 (언제부터 베이커리 이름에 1978을 넣었을까? 시작 때부터인가? 처음부터 오랫동안 운영할 것을 알았던 사장님의 큰 그림..?) 이 제과점은 사러가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잡다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석으로 만드는 빵집 느낌! 나의 선택은 이곳의 시그니처인 소금빵.🧂🥐 인기라고 해서 혹시나 못 사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넉넉히 준비해두었으니 걱정말고 가져가라고 말하듯 수북히 쌓인 소금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소금빵 두 개 주세요!

내맘대로 DIY 옵젵상가

지난 겨울 동료 🎱스민이 귀여운 장갑을 차고 와 구매처를 물었더니 “강~ 이거 연희동 옵젵상가에서 만든거에요~” 라고 했었는데, 거기를 이제야 와보다니! 옵젵상가는 귀여운 와펜들을 직접 골라 컵홀더, 키링, 에코백, 장갑 등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뭐를 만들어볼까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고민하다가 만들어본 야매 밍글맹글 굿즈… 하지만 난 손재주가 없어서 내가 만든 건 잘 안쓰기 때문에… pass…. 누가 내꺼 만들어 줬으면 ~ 호호.

마트 구경의 마무리는 커피 한 잔으로

마트 구경도 했겠다 목도 마르겠다 설렁설렁 동네 구경하며 도착한 곳은 매뉴팩트커피. 여기는 동료 🥪샌드의 추천으로 갔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또 다른 동료 🎵조이와 왔던 곳이었다. 넓은 공간에 커다란 테이블이 두 개 있고 바테이블도 길게 하나 늘어져 있는데 자유롭지만 잘 정리된 분위기가 좋다.

짐은 바테이블 한켠에 내려두고 카운터로 가 주문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핸드드립 아이스로 한 잔 주세요!’ 뒷편에는 세 명의 직장 동료인듯 한 여성 분들이 재잘재잘 대화를 하고, 왼편에는 한 남자 분이 바리스타와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커피가 나오자 굉장히 빠르게 마신 후 유쾌한 인사를 남기고 떠난 걸 보니 꽤나 단골인 듯 하다.

드디어 나온 나의 커피. 시원하게 쭈욱~ 목이 말랐던 탓인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평일 한낮의 여유로운 장보기와 커피 한 잔 덕에 피곤한 오후임에도 다시금 활기를 찾은 듯 하다. 서울에 막 상경한 시골쥐처럼 많은 정보를 가지지 않은 채 연희동 그리고 사러가 쇼핑센터에 왔는데 이곳 평소의 모습이 이렇다면 더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리포터 🎱스민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사람.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오랫동안 하셨기에, 나름 시장을 잘 아는 편이다. 탄산음료보다 식혜가 익숙한 시장 키즈라고 할 수 있다.

➡ 탐방 장소 ︴경동시장

➡ 탐방 일시 ︴여름이 귀 옆으로 다가온 5월의 어느날

➡ 가는길 ︴맹그로브 신설에서 🚶 도보로 20분, 🚲 자전거로 5분, 🚌 버스로 5분, 🚏 지하철로 10분

맹그로브 신설 2년 차, 이제는 앞마당 말고 옆마당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특히 신설동의 절친한 친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이 요즘 꽤 시끌벅적하다고 하여, 바로 탐방을 다녀왔다. 신설에 산다면 알만한 정문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그곳에서 2221번 버스를 타면 경동시장에 갈 수 있다. 이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기분이 좋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버스를 타는 느낌이랄까? 행운의 상징이라는 2달러 모양의 카드를 들고 경동시장을 향한다. 시장에 카드를 들고 가다니? 꽤나 용감하다. 🔥

살기 좋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1960년 개설된 재래시장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라고 하니, 그 규모는 말해 뭐할까. 실제 제기동과 청량리 사이를 시장이 모두 메우고 있다. '제기동역, 서울 약령시’라는 안내와 함께 2221번 버스에서 내렸다. ‘여기가 경동시장인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숨 한 번 크게 들이 쉬었다. 한약 한 방울 섞인 듯한 공기의 냄새가 콧 속을 채웠고, 고개를 들어보니 경동 시장 간판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심과 인삼이 손짓하는 곳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동시장에 입성하기 전,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약 냄새가 느껴졌다. 휙 하고 뒤를 돌아보니 천마차 무료 시음 매대가 있었다. 굵은 궁서체로 적혀있는 효능들이 내 눈을 끌었다. 👀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잔 후루룩- 마셔 보았다. 맛은 천마차 맛이었다. 요즘 인심 다 죽었다는데, 경동시장 인심은 살아있었다. 인심 뿐만 아니라 인삼도 있었다. 각종 삼들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아- 여기가 서울 약령시구나’ 단 번에 알았다.

냉면이 홍어무침을 사랑하는 10가지 이유

시장하면 시장 맛집이 유명하지 않나. 경동시장에 온 이상 모두를 놀라게 할 맛집을 발견하겠다는 야심에 찬 욕심이 있었다. 여러 카테고리 중에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냉면 맛집을 발견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달궜다. 그러다가 경동 함흥냉면과 조우했다. 신뢰할 수밖에 없는, 매장 앞에 빼곡히 붙은 생방송 출연 이력과 캡처 사진, 간판 속 웃고 있는 사장님의 얼굴이 내 몸을 끌어 당겼다. 물기 있는 바닥을 지나서 철퍼덕 터를 잡고 앉았다. 물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삼 형제만 있는 집이다. 그 중 가장 친숙한 물냉면을 주문했다. 🍜

화려한 헤어스타일의 아주머니께서 바쁘게 매장 안을 움직이고 계셨고, 그래서인지 옆면을 가득 채운 거울에 비친 내 헤어스타일이 조금 심심해 보였다.

냉면이 나왔다. 육수는 소고기를 우려 만들었다고 하셨다. 오이를 못 먹기에 오이를 골라 내고 냉면 한 젓가락 집었다. 이럴 수가! 맛이 밍밍했다. ‘뭐지? 실망인데?’ 잽싸게 앞에 놓인 홍어무침을 입에 넣었다. ‘살았다 - 홍어가 살렸다..’ 냉면은 혼자 있을 때는 밍밍하나, 홍어 무침과 함께 일 때 빛이 났다. 🔦 여기서 홍어 무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삭힌 홍어가 아닌 달달한 맛이었다. 냉면의 밍밍함은 홍어의 달달함을 만나 감칠맛으로 변모했다. 함께일 때 빛나는 조합, 이 둘의 러브스토리가 경동 시장에서 꽃 피고 있었다.

시장을 돌아보던 중, 익숙한 간판이 보인다. 경동시장에 새바람을 호호~ 불어 넣고 있다는 그 스타벅스임이 분명하다.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올라가 보았다. 홍삼, 수삼, 건삼을 지나, 금성전파사를 지나니 눈앞에 황금빛 커피 길이 펼쳐졌다. ☕

나무로 이루어진 지붕 아래에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사 고랭지 밭에 비유할 수 있는 구조랄까?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잔잔한 분위기가 공간을 흐르고 있었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 분위기 좋은 카페에는 좌석이 한정적일 때가 있는데, 시장 안 스타벅스라서 그런지 참- ‘좌석 인심’ 좋다.(심지어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었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전체 풍경을 위에서 보고 싶었다. 중앙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맨 위로 올라가 보았다. 공부하는 사람들, 이야기하는 연인들, 책을 읽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어머님들이 보였다. 사람 구경에 빠져있던 중에, 신기한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이 나올 때, ‘혜린’ ‘A-87’과 같이 주문 번호 또는 닉네임을 빔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목 아프게 이름을 크게 부르지 않아도 되고, 고객은 내 이름이 벽면에 적힌 모습을 사진 찍어 간직할 수도 있으니 인스타그래머블하기도 하다. 📸

메뉴를 주문했다. 바닐라더블샷 라떼(얼음 컵으로 변경, 바닐라 시럽은 한 번만)과 AOP버터 뺑오쇼콜라를 선택했다. AOP의 뜻은 버터 인증 제도 중 하나라고 한다. 어둑어둑한 조명 속, 소파에 앉아 시킨 메뉴를 먹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공간에는 새로운 마음이 채워지는 법이다.

이 공간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음악이었다. 🎹음악의 템포가 빠르고 가사가 많았는데, 우디하고 어두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재즈를 틀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뭐 내가 이어폰으로 들으면 되잖아? 경동 1960은 커뮤니티 매장으로 전체 결제금액의 600원이 지역사회 상생 기금으로 기부된다고 한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다.

리포터 🥪샌드

움직여 느끼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느리게 모든 구석을 들여다본다. 일주일째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베어 물다 ‘샌드’라는 필명을 지었다.

➡ 탐방 장소 ︴광장시장

➡ 탐방 일시 ︴비가 올 듯 구름끼고 흐린 날

➡ 가는길 ︴맹그로브 동대문에서 🚶 도보로 25분, 🚲 자전거로 11분, 🚌 버스로 18분, 🚙 차로 11분

얼리 버드는 찹쌀~떡을 먹지

오전 10시. 광장시장 헐레벌떡 도착. 평일 오전에 시장을 찾은 것은 오랜만, 아니 처음인가? 하기야 부모님과 함께 장은 늘 주말에 보았고, 친구들과는 여름마다 성행하는 야시장을 주로 찾았으니까. 혼자 시장을 가는 것도 처음이므로 어제부터 어디를 가야할지, 무엇을 먹을지 행복하고 어려운 고민이 있었더랬다. 🤓

고심 끝에 첫 번째 메뉴는 찹쌀떡으로 골랐다. 그렇다. 나는 떡순이다. 한국인은 밥심이지만 떡도 우리 쌀이잖아요. 쫄깃쫄깃 떡을 먹으면 기분좋은 힘이 솟는다.

여튼 광장시장에는 찹쌀떡으로 아주 유명한 60년 전통떡집이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은 주문 즉시 반죽을 뚝 떼어 팥소를 듬뿍 넣어주기로 유명하다. 따끈한 반죽을 빚어 바로 만든 찹쌀떡이라니.. 생각만으로 침이 고여 발걸음이 빨라졌다. 🏃‍♂️

아침의 시장은 꽤 고요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있었고 사람도 얼마 없었다. 찹쌀떡을 포장하면 어디서 먹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태평하게 걷던 나는, 좁은 골목을 돌자마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인적이 드문 거리 끝, 고양이 꼬리만큼 기다란 줄이 하나 있었다. 에이, 설마. 💭🐈

불길한 예감은 왜.. 왜 항상 들어맞을까. 긴 꼬리는 찹쌀떡 대기줄이었다. 스무 명 넘게 서 있는 행렬에 아득해졌지만 다급히 합류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부지런한건지. 먹는 것에 다들 진심이야. 내가 투덜거리는 와중에 앞사람들은 웅성웅성 거렸다. 그 틈새로 주인 아주머니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찹쌀떡 다 팔렸습니다~ ”

...네?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 오전이 채 지나지 않아 찹쌀떡은 솔드아웃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쯤되자 실물 영접도 힘든 찹쌀떡의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블로그 후기에서는 보통 12시에서 2시 사이에 매진된다고 했는데, 내가 가는 날이 정말 장날이었나 보다. 어쩌겠나.. 씁쓸하지만 자기 합리화를 했다. 사실 나는 떡보다 빵을 더 좋아한다고.. 눈에서 흐르는 거 눈물 아니고 침이라고... 나 대신 찹쌀떡을 맛본 얼리버드들의 평을 대신 전하자면 곱게 갈린 팥소는 비교적 달지 않고 슴슴한 맛이라고 한다. 담백한 음식 러버라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나처럼 늦게 가면 못먹는다. 그래, 일찍 일어난 새만이 찹쌀떡을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

어니언.. 언.. 언빌리버블

아무런 수확 없이 시장을 걷고 있으니 마음이 초조해졌다. 😓 광장시장.. 이렇게 핫한 거 나만 몰랐어? 심란한 마음이 되어 어니언으로 향했다. 광장시장에 어니언이 생겼다. 어니언 성수와 안국은 이미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지역에 따라 특화된 인테리어와 메뉴가 인상깊었다. 그래서 어니언 광장시장점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

시장 입구 쪽으로 향하자 부쩍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촉이 왔다. 여기구나. 카페 어니언은 남1문 왼쪽 코너 앞에 위치해있다. 뭐, 찾기 힘들면 연어처럼 사람 파도를 타면 된다. 아직 오픈 시간이 안되었다길래 다소곳이 줄을 섰다. 뭐, 다섯 명 정도야 이제 껌이다. 😎

인테리어는 기대했지만 여러모로 대단했다. 시장의 특성을 어니언식으로 풀어낸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꾸미거나 과하게 정제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러프하다. 힙하다.. (우리 엄마가 딱 싫어할 스타일.. 근데 난 좋아..💙)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했고 벽면과 기둥은 어니언 박스테이프로 거의 도배가 되어있었다. 판대기에 대충 적은 메뉴, 포장마차 의자에도 칭칭 감긴 테이프, 천장 한 복판에 매달려 있는 북어까지. (북어가 복을 불러온다고 한다 🐟)

어니언 광장시장점은 테이크아웃 전문점과 야외석이 있는 카페, 그 사이 어디쯤이었다. 좁고 작은 스탠딩 테이블과 매장 앞에 놓여진 의자 몇 개가 가구의 전부였다. 지금은 야외도 괜찮지만 추운 겨울에는 어떻게 운영될지 좀 궁금해졌다. 🤔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바쁜 와중에도 친절했던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이미 핫플로 너무 알려져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참 친절한 면면이었다. 혼자 온 손님도 원하는 자리에 편히 앉으라는 안내와 파이는 딸기쨈을 칼로 슥 발라 먹으면 더 맛있다는 꿀팁도. (파이는 .. 후렌치파이를 열 개 정도 합친 맛으로 특별하진 않았다.🤫) 말과 말 사이 호탕하게 웃음 짓는 직원들 덕분에 내 기분까지 맑아졌다. 기존의 풍경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면서도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니. 파사삭 부서지는 파이를 씹으며 속으로 조용히 감탄했다. 🥖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어
나의 짧고 굵은 시장 탐방기는 떡볶이와 마약김밥으로 끝이났다.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광장시장에서 느낀 바는 다름 아닌 우주 대통합. 🌏 시장에서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국적도, 외양도, 성격도 제각기 다른 사람들.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조금씩 들떠있었다는 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괜히 광장의 뜻을 검색해보았다. 광장. 개방된 장소로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넓은 공간. 👥

그런 의미라면 광장시장은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개방된 장소라는 의미가 단순 물리적으로 열려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 곳, 광장시장. 같은 김밥이더라도 집집마다 다른 포인트가 있다. 그래도 다 맛있다. 찐이다. 다채로운 물건과 사람들을 포용하는 광장시장에서 나는 어떤 해방감마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답답해서, 훨훨 자유롭고 싶을 때 또 와야지. 🦋

답장은 언제나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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