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내 아들의 💩이야기

Fathers’ Note

여러분은 💩을 어떻게 닦으시나요? 다른 사람의 💩을 닦아본 적이 있나요? 휴지에 💩이 더 이상 묻지 않으려면 대략 몇 번을 닦아야 하나요? 점보롤 휴지를 몇 번 접어야 지구에서 달까지 닿을까요? 이번 레터는 아들 셋 아빠 정우 님이 보냅니다.

식당에서 밥 먹는데 아이 둘 동시에 💩이 마렵단다. 번뜩 든 생각 하나. 셋이 동시에 마려운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 둘. 아내랑 같이 있어서 하나는 두고 둘만 데리고 화장실에 가도 되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급하게 아이들 손을 잡아끌어 사람이 없는 층의 화장실로 간다. 이제 아이들은 스스로 바지를 내리고 화장실 문을 안에서 잠글 줄도 안다. 예전 같으면 ‘변기 만지지 말아라’,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바지가 닿지 않게 조심해라’ 잔소리를 늘어놨겠지만 이제는 별 수 없이 가만히 들여보낸다. 어차피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줄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일 다 보면 부르라 하고 밖에 누가 오진 않을지 보안 요원 자세로 기다린다.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싸는 경험이 처음인지라 종알종알 말이 많다.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리다가 시간이 너무 지나 마치 교도소 간수처럼 화장실 문을 쾅쾅 두드렸다. '어이 친구들, 나올 시간 지났어. 면회 끝났다고.'

그제서야 점보롤 티슈를 주르륵 잡아 빼는 소리와 함께 흥얼대는 노래 소리가 들린다.

??? : "안 묻어 나올 때까지~♬”

??? : “나는 안 접힐 때까지~♬”

왜 본인들 행동을 일일이 입 밖으로 내뱉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뒤처리는 내가 해줬던 것 같은데.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니 솔직히 뒤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시덕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한 놈은 수단보다 목표를, 다른 한 놈은 목표보다 수단을 중시한다고 추측만 할 뿐이다. 이 엉덩이나 저 엉덩이나 같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닦아줬을 텐데 커가면서 저마다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니 신기할 노릇이다. 💩을 닦는 방식에서도 가치관의 차이를 느낄 줄이야.

초등학교 때였다. 내가 6학년 때 명칭이 바뀌었으니 국민학교 때였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였는지 국민학교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6학년이었던 내가 보이스카우트 옷을 입고 화장실 칸막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난다. 그때만 해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 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행위였다. 소변기가 아닌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다는 행위 자체가 친구들에게는 이미 놀림감이었다. 짖궂은 아이들은 칸 넘어 고개를 들이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똥', '오줌', '방귀'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지러지던 사람들이 커서 사회생활을 하고 회사 화장실에서 어떻게 얼굴 표정 하나 변함없이 태연히 일을 보는지 의문이다. 다들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가장 숨 막히게 의심되는 공간이 어른들의 화장실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보이스카웃 옷을 입던 때로 돌아와서, 어쨌든 화장실 칸막이 안이었다. 수업 중에 나왔었나? 화장실은 고요했다. 여유롭게 변기에 앉으려고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가 흠칫 놀랐다. 허리띠가 채워져 있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버클이었다. 허리 사이즈에 맞는 구멍에 핀을 꽂는 방식의 허리띠가 아니었다.

화장실에 사람이 없어 잠시 풀렸던 긴장은 허리띠와 함께 점점 조여들어왔다. 이렇게 당겨도 저렇게 젖혀도 버클은 열리지 않았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려는 찰나, 바지를 허리띠 채 훌렁 내려서 가까스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귓가에 천사들의 나팔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영적 경험을 하며 일을 다 보고 바지를 다시 올렸다. 팽팽히 조여있던 버클은 이미 쉽게 풀어져 있었다. 그제야 이런 류의 버클을 어떻게 푸는지 알게 됐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보이스카웃 허리띠 버클 푸는 법을 꼭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무리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허리띠 버클의 종류를 설명한 자료를 찾지 못해서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지만 악어 입처럼 생긴 버클이다. 그 입을 벌려 반대편 허리띠에 넣고 입을 닫으면 이빨이 허리띠를 꽉 물듯이 풀어지지 않는다. 보이스카웃이 경례할 때 두 손가락으로 했는지 세 손가락으로 했는지, 아람단인가 우주소년단인가 하는 아이들과 기싸움 같은 게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허리띠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아이에게는 생경하다. 단추 채우는 법, 신발끈 묶는 법, 화장실 문 잠그는 법도 알아야 하지만 채운 단추와 묶여 있는 신발끈, 또는 허리띠를 푸는 법, 잠긴 화장실 문을 여는 법도 같이 알아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주고 싶다. 아이들이 조금 더 의연하게 세상에 맞설(?) 수 있게. 언제 마주할지 모르는 급💩에도 당황하지 않게.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어딘가 빠뜨린 부분이 생겨 아이들도 당황할 때가 있겠지.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본인 뒤처리는 본인이 알아서 하게 되었듯 조금씩 스스로 배우게 되겠지. 하기야 기저귀를 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갓난쟁이들이 어느새 흥얼거리면서 본인들 엉덩이를 닦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목욕하러 들어갈 때 훌렁훌렁 벗어놓은 옷 무더기를 정리하다 보면 속옷에 희미하게 구릿한 흔적이 보일 때가 있다. 하루 종일 이러고 다닌 건가 속상하면서도 아직 내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부족한 듯 조금씩 커가는 아이들이어서 다행이다. 어차피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줄 수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