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뉴스레터 원고를 주로 주말에 씁니다. 주중에 글을 쓰는 걸 힘들어하거든요. 이걸 빗대어 "제 글쓰기 영혼은 평일에는 가출했다가 주말에 돌아온다"고 설명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주는 토요일이 지나 일요일이 와도 글쓰기 영혼이 오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뒤적여봐도, 제가 찍어두었던 문장들을 보아도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았어요.
세이브 원고는 없고, 이 사태라면 휴간해야 하나? 싶었을때 다행히 어떤 분이 소개해준 글 중에서 주제를 찾을 수 있었어요. 다정함을 다룬
칼럼이었습니다. 인생에서 빌런을 만나 인류애가 없어졌을때, 그럼에도 끝내 다정한 마음으로 나빴던 기억이 덮어질 거라고요.
아, 이거다 싶었어요.제가 글을 못 썼던 이유는 마음이 버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여러분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편지를 써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바닥났기에 무엇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일 읽고나니 나도 모르는 새 받았던 다정한 관심들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동료 P가 적어두었던 편지. 아침에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시던 아버지와 두런두런 나눴던 대화.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감주*까지요.
마음이 힘들 땐 이전에 받았던 다정함을 기억해보려 합니다. 이번주 생각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여럿 있었던지라 다정함에 대한 생각은 미뤄두고 있었어요. 나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사실은 나를 챙겨주는 다정한 이들은 내 곁에 있었다는걸 기억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