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다시 인사를 드려요. 여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인데요. 테크 업계의 설날인 CES(미국 시각 1월7일)가 진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팀 미라클레터는 CES를 미리 살짝 볼 기회가 있었어요. CES 주관사인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에서,
미디어를 상대로 테크 트렌드를 진단하고, 혁신상 제품을 사전에 공개하는 '언베일드' 이벤트를 열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올해 테크 업계를 강타할 트렌드는 무엇인지 짧고 굵게 진단해 보겠습니다. 서둘러 살펴 볼게요!
(지난호도 확인 하세요) - 테크 산업 3.2% 성장한다
- 모든 사물을 업데이트하라
- 비서로 변신하려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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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언베일드'
3.2% 성장할 테크산업 큰 변수는 무역전쟁
CTA는 2025년 미국의 테크 산업이 약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이에 따라 시장규모는 5,370억 달러 (약 78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드웨어 매출은 3,530억 달러 (약 517조원)로 2.6%,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은 1,840억 달러(약 269조원) 로 4.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중립적인 시나리오이고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후 관세 인상 정책을 펼치고 세계가 여기에 맞대응을 하면서 무역 전쟁이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염려했어요. 노트북과 게임 콘솔 같은 주요 제품 판매는 최대 3분의 2까지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해요.
"매출 3분의2 감소 가능성"
올해 테크 업계에서 가장 '핫'한 분야는 단연 인공지능(AI)이라고 해요. AI는 소비자 시장 뿐 아니라 기업 인프라와 스마트 홈 분야에서도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AI 기반 쇼핑 도구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오늘날 무려 그 비중이 64%에 달하고요. 이에 힘입어 AI 소매 시장은 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래요. 특히 가상 피팅 산업만 약 2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 같대요.
브라이언 코미스키 CTA 시니어 디렉터는 AI가 소비자 가전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는 "스마트폰, 랩탑, TV, 스마트안경, 차량 등에서 AI로 인한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어요. 또 CTA는 스마트홈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미국 소비자의 80%가 스마트홈을 에이지 테크(고령화 기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층이 신문물을 쉽게 접하도록 하는데, AI가 톡톡히 한몫을 한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온다
테크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소는 또 있어요. 바로 Z 세대인데요. CTA의 코미스키 시니어 디렉터는 이번 세대가 처음으로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했다고 강조했어요. 태어날때부터 디지털 테크에 익숙한 세대인 것이죠. 특히 이들은 전 세계 인구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미래를 밝게 보았습니다.
📚 용어 Z세대: Z세대(Generation Z) 또는 주머스(Zoomers)는 밀레니얼 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의 세대를 가리켜요.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까지입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인프라 개선 역시 테크 업계의 큰 화두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은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고요.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부터 항공기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프라가 바뀌어야 할 타이밍 같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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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육아 AI에이전트 '리볼(Revol)', (2) AI가 탑재된 증강현실 안경 '로키드 맥스2', (3) AI 코더들한테 역할을 부여한 코더, (4)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먼저 듣고 답변해 주는 '할리데이'
AI에이전트의 큰 물결 모든 사물을 업데이트
'우리 아기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돌이 안 된 영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늘 갖는 걱정인데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부모들 육아 고민까지 해결해 줄 기세입니다. '언베일드'에선 사람들 일을 해결해주는 수많은 AI에이전트들이 등장했는데요. AI가 모든 사물을 업데이트하는 모습입니다.
📚 용어 AI에이전트: 작년만 하더라도 AI를 가리켜 코파일럿이라고 했어요. 즉 AI는 부조종사고 사람이 주조종사라는 개념인데요. (AI가 완벽하지 않으니, 함께 보조를 맞추라는 뜻.) 하지만 이제는 AI를 가리켜 에이전트(대리인)이라고 불러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만큼 성능이 향상됐다는 뜻입니다.
불꽃처럼 번진 AI에이전트
사례 발표가 있었는데요. 독일 기업 보쉬는 육아 AI에이전트 '리볼(Revol)'을 선보였어요. 멀티모달 능력을 가진 종합 영아 관리 솔루션! 요람 위에 달린 카메라겸 센서가 아기의 모든 활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합니다. 아이의 심장박동수, 호흡수, 수면상태를 체크하고, 아이가 울거나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면 바로 부모에게 알림을 울리는데요. 아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저장할 수 있어, 어린시절 기록용으로도 쓸 수 있대요.
코더(Koder)라는 스타트업은 AI 알고리즘 엔지니어를 선보였어요. 보통 생성형 AI는 코딩을 짤줄 아는데요. 코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코더들한테 역할을 부여해서 자동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AI 마다 테크니컬 리드, 프론트 엔드 코더, 테스터스 등 다양한 업무를 부여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데모를 보긴 했지만, 성능이 뛰어난지는 확인이...)
쏟아지는 스마트안경
'AI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스마트 안경' 스타트업의 등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는 애플 비전 프로를 겨냥한 가상현실(VR)헤드셋이 많았는데요. 올해는 압도적으로 스마트안경 숫자가 많았어요. 언베일드에서도 로키드, 할리데이, 루모스를 비롯한 다섯개 회사가 AI를 탑재한 스마트안경을 들고 나왔어요. GPT-4o가 탑재되어있는 '루모스' 스마트안경, AR(증강현실)와 AI 기능이 함께 들어가있는 로키드의 '로키드 맥스2', 가벼운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 '머스타드 글라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중국 기업 무디홀딩스가 선보인 스마트안경 '할리데이'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미리 알아듣고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회의 중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AI에이전트가 가만히 듣다가, 먼저 답해서 알려주고요. 회의록도 자동으로 생성해 줍니다. 사용자 시야 오른쪽 상단에 간단한 글자와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작은 디스플레이에 사용자만 볼 수 있는 정보가 표시됩니다.
스마트안경이 확 늘어난데는 안경이 AI에이전트와 소통하는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메타가 스마트안경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삼성, 구글, 애플, 아마존을 비롯해 테크 업계 전체가 뛰어들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스마트안경이 언젠가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부를 창조할 디바이스가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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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탁상등(룩소주니어)을 닮은 '미모' (2) 물방울 형태의 작은 대화로봇 '로미' (3) 다중목적 로봇 R2D3 (4) 짠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전자 숟가락'
로보틱스의 거대한 물결
AI는 로봇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일본의 로봇기업 지자이가 공개한 AI로봇 '미모'는 영화사 픽사의 마스코트인 탁상등(룩소주니어)을 닮았어요. 탁상등처럼 생겼지만 걸어서 움직입니다. 미모에는 구글 제미나이, 챗GPT 같은 AI모델을 탑재해 사용자와 대화하며 소통도 할 수 있는데요. 걸어다니며 정보도 찾아주는 AI로봇 탁상인 셈입니다. (대표님한테 슬쩍 가격을 물어봤는데요. 올해 가을쯤 나오는데, 3500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네요.)
일본기업 믹시는 물방울 형태의 작은 대화로봇 '로미'를 공개했어요. 150가지가 넘는 표정과 움직임을 갖고 있는 로미는 부를 수 있는 곡만 30곡인데요. 애완동물을 다루듯 쓰다음어주면 로봇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줍니다. 말동무를 해줄 주변인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애완동물을 키우기 힘든 가정이 주 고객층이래요.
미국 기업 '오픈 드로이드'는 상반신에 바퀴가 달린 가정용 로봇 R2D3를 공개했는데요. 로봇에는 두개의 로봇 팔이 달려있어요. 위아래로 키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높이에서 활동할 수 있고요. 로봇은 설거지, 빨래 개기와 같은 허드렛일을 도울 수 있는데요. (현장에서 음료수 캔을 따는 모습을 시연하기는 했는데요. 어느정도 할지는...)
헬스케어에도 붙은 AI
AI 물결은 헬스케어에도 크게 일었어요. 캐나다기업 엘리(Eli)는 1분 가량만 입에 물고 있으면 침 성분을 분석해 호르몬 수치를 보여주는 간편 모니터링 키트를 선보였는데요. 코로나19 진단키트처럼 생긴 제품으로 사용을 마치고 자체 앱으로 촬영하면 호르몬 수치를 바로 알 수 있어요. 코르티졸과 프로제스테론용 키트 개발이 완료됐고, 향후 진단 가능한 호르몬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래요.
중국 기업 스피디언스는 '짐 몬스터2'라는 다용도 스마트 피트니스 기구를 선보였는데요. 다양한 악세서리를 조립해 수십개의 운동기구로 사용할 수 있어요. 전면에는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어서 이를 보면서 운동을 할 수 있고, 모든 운동 데이터를 기록해서 AI코치가 맞춤 운동을 추천해준대요.
일본 식음료기업 기린은 음식을 먹을 때 실제보다 더 짠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전자 숟가락'을 선보였어요. 숟가락 끝에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 음식의 나트륨 이온을 강화하는 식으로 사용자가 실제보다 더 짜다고 느끼게 해주는데요. 소금을 덜 섭취하는 저염식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입니다. 짠맛은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요. (3년 전에 '단맛 내는' 숟가락이 나왔는데...)
이 뿐 아닙니다. 매트 위에 올라 서기만 해도 몸무게와 함께 몸의 밸런스를 체크해주는 헬스케어 매트, 천식 아동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개인 소비자용 AI 무선 청진기 등 다양한 건강 관리 제품들도 주목을 끌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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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클레터와 함께하는 CES 온라인 세미나
CES 직후에 팀 미라클레터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CEO와 함께 '디브리핑 라이브 세미나'를 열어요. CES에 참여를 하지 못했거나 미래 테크 트렌드를 조망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인데요. 꼭 알아야 할 테크 트렌드 정보만 요약해 전달드리는 것을 넘어 맥을 짚어 드립니다. 또 스페셜 리포트를 PDF로 전해드려요.
- 시간: 1월 14일(화) 09:00~12:00
- 장소: 온라인 세미나
- CES 총론 및 AI: 이상덕 기자
- 바이오 헬스케어: 원호섭 기자
- 메타버스 AR VR: 이덕주 특파원
- 로보틱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 모빌리티: 방성용 그리너지 대표
팀 미라클레터를 라이브로 만나 질문하고 싶으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보세요! 유료긴 하지만, 테크 업계에 몸담고 있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 확신합니다! 버튼을 누르고 신청 부탁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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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삼성전자 전시관에 설치된 '건강을 챙겨주는 집'의 개념도 (아래) LG 올레드 에보(모델명: M5) 인공지능리모컨으로 기능이 다양하다.
냉장고 글자 크기가 사람따라 달라진다
한국 가전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이날 다양한 AI 제품군을 선보였는데요. 누가 더 AI가 물 흐르듯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을 제공할지, 치열하게 선점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TV는 이제 개인비서다"
삼성전자는 AI가 TV와 가전을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특히 TV를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재생 장치를 넘어 사용자 일상을 돕는 '개인 비서'로 탈바꿈시켰는데요.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AI 시대에 TV는 사람들의 취향과 요구를 알아서 맞춰주는 상호작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예를 들어, 비전 AI가 TV에서 구현되면 사용자가 한 번의 클릭으로 드라마 여주인공의 가방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대요. 또 외국어로 된 영화를 볼 땐 거대언어모델기술(LLM) 기술이 활용돼 실시간 번역 자막이 생성되고요. 사용자 생활 습관이나 기기 사용 이력, 집안 상태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데도 TV가 쓰입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AI 최고경영자(CEO) 무스타파 술레이먼이 온라인으로 깜짝 등장해, 삼성 TV의 AI 기술을 지원사격한다고 강조했어요. 가전에도 AI가 속속 들어오고 있었는데요. 삼성 홈 AI는 사람 목소리를 구별합니다. AI가 스스로 사용자들을 구별해, 각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돋보기를 쓰시는 할아버지가 냉장고로 다가오면, 이를 인식해 글씨를 크게 키워줍니다.
리모컨에 붙은 AI 전용버튼 LG전자는 리모컨에 AI 전용버튼을 탑재했어요. AI 버튼으로 TV를 켜면 'AI 웰컴' 모드로 진입해 AI가 날씨, 시간에 맞는 인사와 함께 TV 사용 이력 등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 줍니다. 음성 명령을 내리면 AI가 약 16억개 화면 모드와 4000만개 사운드 모드 중 고객의 요청사항에 최적화한 예시 모드를 제안해 준대요.
또 있어요. LG 스마트 TV에 탑재되는 웹OS25는 LLM(대형언어모델)을 적용해 고객 발화를 이해하고 의도를 추론해요. 예를 들어 "프로레슬러 출신의 배우가 나오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액션영화 보여줘"와 같은 복합적인 질문도 정확히 이해하고 답변합니다.
생활 가전에도 AI가 속속 들어오고 있어요. 생성형 AI를 탑재한 'LG 씽큐 온',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콘셉트 제품 등을 선보였는데요. 고객의 말과 행동,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요.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한대요. 예를 들어 잠을 자는 고객의 심박수와 호흡, 기침 등을 분석해 평소 냉수를 마시던 고객에게 온수를 제안하거나, 집 안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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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ES 미디어 행사에서 물씬 불어온 테크 트렌드를 점검해 드렸는데요. 한 문장으로 요약 하자면, "AI에이전트라는 개념이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 들고 있다"입니다. AI 업계는 그동안 마케팅을 하면서, 개념을 수도 없이 바꿔 왔어요.
3~5년 전 만 하더라도 모델 크기를 강조한게 많았어요. 초거대AI, 대규모언어모델, 파운데이션 모델 등등.. 하지만 챗GPT 등장을 전후해 AI의 작동 방식으로 이름을 붙였어요.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이름이 또 한번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 관점인데요. AI에이전트라는 단어는 "사람을 대신해 준다"라는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즉 그동안 AI는 누가 개발을 더 잘 했냐가 관건 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냐가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팀 미라클레터는 CES 기간 동안 테크 트렌드를 조망합니다. 내일은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의 키노트 발표, 그리고 도요타 아키오 회장의 우븐시티 발표 소식을 정리해서 들고 올게요. 오늘도 독자님의 힘찬 하루를 응원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