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하듯 도전하며 사는 중입니다
보이저      "언젠가는 저도 글을 잘 쓸 수 있겠죠?"

안녕하세요 여러분, 객원 에디터로 인사드리는 보이저라고 합니다. 

이전부터 팬이었던 어거스트에 제 글을 보탤 수 있어서 기뻐요. 


저는 2023년 1월부터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등 미디어에 객원 에디터로 참여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게 주요 업무예요. 필요에 따라 인터뷰 준비와 진행, 콘텐츠화하는 작업도 하고요. 동시에 다른 프리랜서분들과 팀을 이뤄 브랜딩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철학과 매력을 텍스트로 만드는 일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프리랜서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예측할 수 있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환경을 선호했거든요. 그런 제가 왜 홀로서기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들려드릴게요. 오늘 저의 이야기가 프리랜서, 에디터라는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마음에 와닿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1. 내가 좋아하는 것 + 잘하는 것 + 세상의 흐름 = 에디터
2. 의미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뭐든 합니다
3. 불안이 기본값인 시대, 자유라는 펜을 잡고 글을 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 잘하는 것 + 세상의 흐름 = 에디터

2021년 여름, 저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광고회사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번아웃이 심하게 왔거든요.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들어서 주저앉은 날, 저는 제 커리어에는 없을 거로 생각했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후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으며 번아웃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제 미래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죠.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쓸모가 있을까. 마음을 추스르며 그 질문을 곱씹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단서는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글을 쓰는 모임이 계기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그동안 제가 겪어온 일들과 그 과정에서 고민한 것들을 정리하고 싶어서 참여했는데요. 모임에서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글을 쓰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이전부터 뉴스레터나 팝업 스토어, 전시회 속 텍스트를 보며 ‘나도 이런 걸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났죠.  


마침 그 무렵은 뉴스레터가 새로운 미디어로 본격적으로 주목받던 시점이었어요. 브랜드들도 고유한 메시지와 철학 등을 담은 콘텐츠에 투자하는 게 눈에 보였고요. 빠르게 시선을 사로잡는 걸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는 언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해지기 시작했던 거예요.


그런 변화의 흐름과 제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잘 한다는 피드백을 들은 역량들의 교집합이 뭘까,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에디터’였습니다. 보다 긴 호흡의 글로 생각해 볼 만한 점,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제안하는 역할에 매력을 느꼈어요.

© 보이저 (에디터 제작)

그러던 와중 롱블랙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알게 됐습니다. ‘하루에 딱 하나’라는 대담한 슬로건과 깊이 있는 콘텐츠를 보면서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우연히 객원 에디터 모집 링크를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지원했습니다. 이전에 브런치에 쓴 글들, 공간이나 이벤트를 둘러보며 제가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한 인스타그램 피드들을 모아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운 좋게 같이 해보자는 답변을 받았고, 9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롱블랙의 객원 에디터로 활동했습니다. 


시작은 좋았지만, 에디터의 길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에디터로서 쌓아온 관련 경력도, 제 역량을 보여줄 결과물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객원 에디터 활동을 마친 후 여러 프리랜서 플랫폼의 문을 두드렸지만, 저에게 관심을 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 이 사람은 정말 관찰력이 좋고 그걸 텍스트화하는 능력도 있구나’라는 인상을, 경력 이외의 무언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내가 선망하는 브랜드나 미디어에 어떻게 나를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찾은 답은 ‘태도를 제안하자’였어요. 경험은 부족하지만,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 많으면서도 깊게 탐구하는 열정, 기꺼이 발품을 파는 자세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 보이저 인스타그램

그래서 저는 컨셉진에서 진행하던 마이 컨셉진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를 주제로 30일 동안 나만의 잡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저는 이 책을 저만의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그리고 명함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 SNS를 통해 이 책을 받고 싶으신 분들의 신청을 받았어요. ‘한 분이라도 신청해주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준비한 20권이 마감됐습니다. 그 책이 계기가 되어 여러 기회로 이어졌고요. 저의 본격적인 프리랜서 여정은 이렇게 무모하게, 하지만 대담하게 시작됐습니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뭐든 합니다

© 보이저 (에디터 촬영)

2023년 1월, 저는 ‘글의 힘이 필요한 일은 뭐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시작했어요. 우선, 제가 프리랜서 에디터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SNS 등을 통해 열심히 알렸습니다. 만들어놓기만 하고 오랫동안 방치된 링크드인에 저의 프로필을 처음부터 다시 쓰면서, 에디터로서 저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커뮤니티 참여도 병행했어요. 뉴스레터 미디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나 구독자 모임에 꼬박꼬박 참여하면서 에디터분들께 저를 소개하기도 했고요. 앞에서 소개했던 저의 ‘자기소개 매거진’을 읽어보신 분들이 연락을 주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일단 해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보냈어요. 뉴스레터, 인터뷰, 리포트, SNS 콘텐츠 등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오는 대로 참여했습니다.

© 보이저 (에디터 촬영)

브랜딩 프로젝트도 작은 것부터 도전했어요. 담당 브랜드 규모나 유명세와 상관없이,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정돈하고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프로젝트면 일단 참여했죠. 그 과정에서 스포츠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속 문장들, 블록체인 스타트업 이벤트를 위한 텍스트, 부동산 디벨로퍼 기업 소개서, 접근성을 주제로 한 매거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매번 잘할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의미를 발굴하고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면 번지점프 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어요. 


이렇게 경계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은 경험은 세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AI와 드론 같은 최신 기술이 패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브랜딩 관점에서 좋은 전시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등,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들도 만들 수 있게 됐죠. 그러면서 더더욱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고, 메시지로 만드는 작업이 재미있어졌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졌고요.


그런데 사실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잘하고 있나? 내가 만든 카피나 텍스트가 정말 의미가 있나? 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이런 질문들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매 순간 저의 최선을 다하는 데에 집중했어요. 부족하거나 미숙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곧바로 적용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죠. 지금도 쉽지 않을 때가 훨씬 많지만, 그럴 때마다 초심을 되새기며 일하는 중입니다.

불안이 기본값인 시대, 자유라는 펜을 잡고 글을 씁니다

프리랜서라고 하면 보통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부럽다는 반응을 많이 듣곤 하는데요, 저는 프리랜서이기에 오히려 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일을 해 보니, 하루 루틴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더라고요. 저의 하루 루틴을 간단하게 소개해 볼게요.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제가 구독하는 뉴스레터들을 읽어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전에는 마감 기한이 가깝거나 중요도가 높은 업무에 집중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짧게라도 꼭 산책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컨디션을 관리해요. 오후에는 아직 데드라인까지 여유는 있지만, 규모가 큰 일을 차근차근 하고요. 저녁에는 운동이나 독서, OTT 감상처럼 저를 위한 시간을 가져요. 동시에 내일 해야 할 일들, 남은 1주일 스케줄을 확인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지만, 사실 글이 잘 쓰일 때보다는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지?’ 싶을 때가 훨씬 많습니다. 콘텐츠별로 집중해야 하는 지점이 전부 다르거든요. 뉴스레터 아티클을 쓸 때는 주목도가 있으면서도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브랜딩 프로젝트에서는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핵심적인 메시지와 말투, 키워드 등을 찾아내야 하죠.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답변을 끌어내고 싶거든요. 이 외에도 매 프로젝트마다 담당하는 역할이 달라져서,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볼펜과 노트를 항상 곁에 두고 있어요.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결과물, 그 지점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 중간중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꾹꾹 눌러쓰다 보면 생각이 선명해지거든요. 어떻게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할지 구조도 조금씩 잡히고요. 그렇게 펜과 종이, 마우스와 기계식 키보드와 씨름하며 조금씩 문장들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정말 최선인가?’, ‘내가 잘 쓰고 있나?’ 싶을 때도 많지만,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믿고 결과물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어요. 최대한 마감 기한 전에 초안을 완성하고, 다시 살펴보는 시간도 가지려 하고요.

'프리랜서'는 원래 '방랑하는 창잡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해요. 특정 영주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고, 그때그때 소속을 바꾸는 전투의 스페셜리스트였다고요. 어쩌면 프리랜서라는 표현이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하고 싶은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지금은 직장인일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처음 접하는 일도 일단 해 보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사실 저는 '프리'랜서보다는 프리'랜서'일 때가 더 많아요. 자유롭게 일한다는 장점이 크지만, 항상 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무게감도 만만치 않거든요. 하루가 다르게 AI의 성능이 진화하고, 전 세계가 요동치는 지금은 특히 더 불안하죠. 자기 이름으로 우뚝 선, 업계에서 인정받는 분들을 볼 때마다 저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생각도 저를 힘들게 하고요. 월급의 개념이 없다 보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저는 이 일을 꾸준히 잘 해내고 싶어요. 나만의 메시지와 철학을 텍스트로 말하는 것에 대한 필요는 더 커질 거라고 믿거든요. 열등감이나 질투심, 불안함을 온전히 마주하며 성장하는 것도 느껴졌고요. 지금 세상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피부로 느끼기에,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에요.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도전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꾸준하게 시도하고 헤매는 만큼 제 세상이 넓어진다는 걸, 일하면 일할수록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그럼에도 저는 에디터라는 길을 계속 걸어가 보려 합니다. 브랜드와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사람. 범람하는 변화의 우주를 항해하며, 고유한 관점으로 화두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사람.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편집/윤문 | 나나

[E SENS(이센스) 인터뷰 모음.zip] ‘옥중에서 발표했다는 화제 그 이상의 걸작’ 스물일곱 강민호의 일화가 담긴 [The Anecdote](Eng Sub)

에디터 <보이저>의 코멘트

처음에는 껄렁껄렁한 랩이 멋있어 보여서, 나중에는 가사가 너무 좋아서, 지금은 삶의 태도가 당당해서 팬인 래퍼 이센스. 지난 3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20분 가까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가짜 소개팅하듯이 살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진실된 순간이 자기에게 어느 순간 와야 한다” 같은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글에 제 생각을 담는 게 망설여질 때 돌려보면 힘이 되더라고요. 나만의 메시지를 세상에 보여주는 게 고민되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드리는 인터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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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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