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9 - 2025년 12월 첫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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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생태계 속 경력 사다리의 불편한 진실

by 레아

안녕하세요, 국제개발협력 컨설턴트 레아입니다. 요즘 우리 업계에서 일자리 생태계 관련 이야기가 뜨겁죠? 공적인사적모임은 올해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와 함께 생태계 특별위원회를 공동운영하며 일자리 생태계에 대한 공론장을 개최해왔습니다. 특히 지난 11월 21일 열린 타운홀 미팅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KOICA ODA 학술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한 일자리 생태계 개선방안 연구 중 ‘경력사다리’ 관련 연구의 내용을 김칩 구독자 여러분께 먼저 공유하고자 합니다.

양적 성장 이면의 구조적 한계

KOICA는 「KOICA 일자리전략 로드맵 2018-2021」, 「KOICA 일자리전략(2021-2025)」을 통해 경력사다리형 인력양성체계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왔습니다. 실제로 YP 참여 인원은 2020년 466명에서 2024년 1,052명으로 2.3배 증가했고, 경력사다리 전체 참여 인원도 2024년 기준 2,945명에 달합니다.

[ KOICA 개발협력 경력사다리 연도별 활동인원 ] (출처: 한국국제협력단 홈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대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확인된 현실은 ‘진입은 가능하나 지속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 사다리는 ‘한번 오르면 다시 내려올 수 없는 구조’이자, ‘끝까지 밟아도 더이상 갈 곳이 없는 막힌 경로’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경력 사다리 스텝마다 단기 계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었고요, 전문성 축적의 기회는 제한적이며 경력 단계 간 연계성도 부족합니다. 청년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만 34세가 끝나거나, 경력사다리의 끝에 다다르면 더이상 갈 곳이 없어져, ‘탈국개협’으로 분야 자체를 이탈하는 결정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이중 책임 하의 YP 제도가 만든 생태계 왜곡

KOICA 경력사다리에는 '이중 책임' 구조가 드러나는 지점이 두 군데 있습니다. 바로 국내 수행기관 YP와 PAO 제도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두 제도를 중점 분석했는데, KOICA가 인건비를 지원하지만 실제 고용과 관리는 수행기관이 담당하는 이중 책임의 구조가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국내수행기관 YP 제도를 살펴볼까요? 현재 약 180개 수행기관이 매년 7개월짜리 YP를 무료로 제공받고 있습니다. 과거 ODA 청년인턴 시절 최대 1년이던 기간이 2017년부터 7개월로 단축되면서, 기관들은 자체 인건비 투자 없이 반복적으로 인력을 충당받는 구조에 익숙해졌습니다. 10년 이상 지속된 이 구조는 수행기관의 인적자원 투자 동기를 현저히 약화시켰습니다. 왜 굳이 정규직을 채용하고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할까요? 일년에 두 번씩 기관에서 특별히 투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돈으로 무료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KOICA가 2026-2027년부터 국제기구 국내사무소로까지 YP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점입니다. KOICA 「2026-2027년 개발협력 사업수행기관 영프로페셔널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국제기구 국내사무소 YP 시범사업을 위한 기관 리스트에는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재외공관과 총영사관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발협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관들까지 포함시키며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는 모습, 인재양성의 본래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PAO,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

PAO(Project Action Officer, 프로젝트 실무 전문가) 제도에서는 더욱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발견됩니다. KOICA의 「KOICA 국별협력사업 초급 전문인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KOICA는 노동시장 진입 단계의 인재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초급 전문인력 운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PAO는 전문가 등급 4~6급 사이의 국별협력사업 수행기관에서 선발/계약체결/관리하는 인력으로, 최소 12개월 투입하여 사업수행기관의 국별협력사업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PAO의 인건비는 국별협력사업 예산에 포함되어 있어 KOICA가 지원하는 형태지만, 실제 선발과 계약 체결 및 관리의 주체는 수행기관이라는 점에서 국내수행기관 YP와 마찬가지로 이중 구조에 놓입니다.

[ 계약은 사업수행기관과 체결하지만, 보수 기준은 KOICA와의 용역계약서 내 책정된 예산으로 지급하는 구조 ]

(출처: KOICA PAO_(통합매뉴얼) 국별협력사업 초급 전문인력 운영 가이드라인_202312)

최근 제보된 한 PAO의 사례를 소개할게요. A씨는 개발도상국 현장사무소에서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주 5일 근무했습니다. 완전한 상근 직원과 다름없는 근무 형태였지만, 계약서는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이었다고 해요. 사회초년생이었던 A씨는 계약 체결 당시 이러한 계약 형태의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일자리가 절실했기에 별다른 의문 없이 서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야 4대보험 가입이 되지 않았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현장 체재비까지 소득으로 신고되어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을 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어, 저거 내 얘기 아닌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례는 한 명에게만 제보받은 특수한 경우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많은 PAO들이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해당 문제는 계약 당사자인 기관과 PAO 간의 문제로 규정되기에, 이러한 위반사항이 접수되어도 KOICA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중 책임의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 용역계약와 근로계약은 큰 차이가 있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사다리에서 정글짐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사다리는 오직 위로만 올라가는 단선적 구조입니다.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올 수 없고, 옆으로 이동할 수도 없습니다. 막다른 곳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죠. 현재 KOICA의 경력사다리가 바로 이러한 구조입니다. 봉사단에서 YP로, YP에서 PAO로, PAO에서 전문가로 이어지는 단선적 경로. 하지만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청년 나이(만 34세)를 넘어서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은 ‘사다리형(ladder)’ 경력 모델에서 ‘정글짐형(jungle gym)’ 경력 모델로의 전환입니다.

사다리와 달리 정글짐은 다양한 방향으로의 이동이 가능합니다. 위로도, 옆으로도, 때로는 전략적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가 다른 방향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NGO에서 경험을 쌓다가 KOICA 사업수행기관으로 이동하고, 다시 국제기구나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력 경로가 되는 것입니다.

[ 사다리형과 정글짐형 경력모델 간 비교 ] (출처: 저자 작성)

국제개발협력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다학제적입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단선적 경력만을 고집하는 것은 인재 성장을 제한합니다. 정글짐형 전환을 위해서는 경력 상호인정 체계 확립,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인재 중심 고용 구조, 수행기관의 인적투자 책임 강화가 필요합니다.

함께 만들어가야 할 건강한 생태계

KOICA 경력사다리 제도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인재양성 제도입니다.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있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일 경험 기회를 제공했고, 많은 수행기관들에게 인재를 연결해줬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왜 이토록 어려운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선택할까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일자리가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직업’일지 모르지만, 청년들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생태계는 이들의 열정을 시험하고 사다리에서 떨어뜨리고있어요. 언제까지 청년들의 불안정을 '경험'으로 포장해야 할까요? 「KOICA 일자리전략(2021-2025)」이 올해 종료됩니다.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차기 전략에는 안전망을 갖춘 다경로 경력모델, 기관의 인적투자 책임 강화, 통합 관리 체계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오늘 맛보기로 공개한 연구의 내용 어떠셨나요? 공적인사적모임은 이 외에도 다양한 세부 주제로 생태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2월 11일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와 향후 김칩을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건강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여러분의 의견과 생각을 나눠주세요!

세 줄 요약

#1.

KOICA 경력사다리는 청년들에게 양적으로는 많은 기회를 제공했지만,

YP 7개월 단기계약과 PAO 용역계약 문제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청년들은 지속가능한 경력 개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2.

KOICA와 수행기관의 이중 책임 구조 속에서 수행기관은

KOICA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인적투자 책임을 회피하며

생태계 전체를 왜곡시키고 있어요.

#3.

단선적 사다리형 경력모델에서

다방향 이동이 가능한 정글짐형 모델로 전환하고,

국제개발협력의 원칙과 본질을 반영한 구조적 개혁을 거쳐야

건강한 국개협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에디터의 질문💁‍♀️

이번 기획기사는 KOICA ODA 학술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한 일자리 생태계 개선방안 연구 중 ‘경력사다리’ 관련 연구 내용 일부를 보셨는데요. 여러분께서 현재 '경력사다리' 인력양성체계를 경험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공사모 카톡방에서 함께 나누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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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스러움에 대하여

by 핑키

우리 레오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0월부터 나와 함께 했다. 처음 만났을 땐 세상에 나온 지 4주 정도 된 아깽이 였는데, 길에서 차에 치일 뻔한 녀석을 누군가(레오를 구해주신 분이니 이하 ‘천사’라 부르겠음) 데려와 임시보호를 하던 중이었다. 천사는 당시 김칩의 에디터와 친하던 분이었는데 마침 나와 같은 동네에 살고 계셨다. 당시 난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었다. 이유는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해외 나갈 일도 거의 끊겼을 때라 1인 가구의 삶이 꽤나 건조해서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 그걸 알고 있던 김칩 에디터가 천사와 날 연결해준 덕분에 고양이와 살아본 적이 없던 난 열흘 정도 가열차게 고양이에 대해 공부한 후 레오를 우리 집에 맞이할 수 있었다.

레오는 나의 성 ‘오’를 붙이면 오레오가 된다. 마침 검정, 갈색, 흰색이 섞인 녀석이라 과자 오레오 같기도 하다. 오레오라는 어감도 좋고 레오의 인상하고도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같이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 오레오라고 이름지었다. 오래오래 오레오. 레오는 정말 귀엽다. 레오 엄마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엄청 귀여웠을 거다. 왜냐하면 레오는 정말 귀엽기 때문이다. 무던한 성격의 레오는 밥도 잘먹고 똥도 잘 싼다. 간식도 안 가리고 잘 먹고, 애교도 많고 낯도 안 가린다. 가족은 물론 가스 검침원이나 수리 기사님 같은 분들이 집에 오셔도 그 자리에서 홀라당발라당 배를 뒤집어 깐다. 그럴 때마다 ‘저거저거 고양이 아닌거 아니야?’ 싶지만, 사실 레오는 매우 고양이스럽다. 왜냐하면 귀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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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 "사다리에서 그물망으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공론과 제도적 전환" (12/11)

12월 11일, 연세대학교에서 2025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가 열립니다. 공사모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획세션 「사다리에서 그물망으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공론과 제도적 전환」을 발표합니다.

올해 공사모와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 개발협력 생태계 특별위원회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일자리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세 차례의 공론장을 통해 단기 계약, 불안정한 고용 등 실무자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를 모으고 분석하며, 제도적 대안을 함께 고민해왔는데요.

이번 기획세션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그동안 축적된 인사이트와 제안들을 종합적으로 공유할 예정입니다.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현실을 이해하고 더 나은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