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지브리 스튜디오 <귀를 기울이면>의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이에요. 극 중 주인공 스즈쿠가 쓴 원고를 애니메이션화 한 설정이죠. 아래는 스즈쿠가 책을 출간하기 위해 편집장에게 보낸 상상 편지입니다. 💌

프랑스 음악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드뷔시? 라벨? 많은 작곡가들이 있지만 가장 대중적이고, 프랑스다운 음악을 떠올린다면 이 둘이 제일 처음 생각나는 것 같아요. 🇫🇷 하지만 이 둘과 더불어, 빠지면 아쉬운 한 명이 있는데요, 바로 가브리엘 포레(G. Fauré)! 포레는 앞에 언급한 작곡가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고, 라벨의 선생님이기도 했죠.

오늘 소개해드릴 돌리 스위트(Dolly Suite, Op. 56)는 6개의 짧은 작품으로 구성된 가브리엘 포레의 피아노 듀엣용 모음집이에요. 이 곡들은 포레의 정부이자 성악가인 엠마 바닥 ¹⁾의 딸 레지나 엘렌을 위해 작곡되었는데요, 돌리(Dolly)는 엘렌의 별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엔 고양이와 얽힌 사연들이 있습니다. 🐈

Mi-a-ou! 고양이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예요. 고양이 울음소리를 떠올리며 악상을 떠올렸나 싶지만.. 말을 막 시작하는 돌리가 오빠의 이름, ‘Messieu Aoul’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내는 소리에서 착안한 곡이라고 합니다. 👶 4분의 3박자의 경쾌한 왈츠가 고양이 걸음걸이를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그건 우리의 의미부여였을 뿐, 포레의 편집자 줄리앙 하멜이 마음대로 곡이름을 바꾼 거라고 해요. 그는 그저.. 고양이가 좋았나 봐요.

포레가 엘렌의 생일 선물로 준 곡인 ‘Kitty Valse(키티의 왈츠)’에서 키티는 헬로키티 할 때 그 키티인가 싶지만.. 🐱 이 곡은 돌리가 강아지랑 귀엽게 노는 모습을 묘사한 곡이에요. 무슨 강아지 이름이 Kitty 냐고요? 강아지 이름은 Ketty였어요.. 강아지 이름을 Kitty로 바꿔버린 범인은 바로.. 또 그의 편집자 하멜입니다. 이쯤 되면 그는 극성 집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혹은, 고양이를 넣으면 잘팔린다는 걸 아는 마케팅 천재? 💡

하멜의 장난(?)을 포레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어요. 하멜을 조금 변호해 보자면 포레 음악 특유의 세련됨, 디테일한 감각과 어떤 사랑스러움은 고양이랑 퍽 어울리는걸요. 그리고.. 고양이는 최고니까 괜찮습니다. 😽

10년 전만 해도, 고양이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 사람들은 고양이가 영물이라며 두려워했거든요. 시간이 지난 지금, 고양이는 어엿한 반려동물이 되었고, 사람들은 캔따개 또는 집사를 자처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곧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뜻이고, 고양이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그들은 게시글에는 물론, 페이스 필터와 케이스 속에도 존재해요. 

현재 몸값이 가장 높은 인플루언서 고양이는 ‘날라’입니다. 동그란 눈이 참 귀엽네요!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했는지, 날라는 451만 팔로워를 갖고 있으며, 순자산은 1억 1300만 달러를 넘는다고 합니다. 생후 5개월 때 보호소에서 입양되었고, 다른 가족들과 사진을 공유하려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이 이만큼 커졌대요. 날라의 이름을 딴 고양이 사료 브랜드도 런칭되었고, 현재 CAA(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 ¹⁾에 소속된 유일한 고양이랍니다. 뒤이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고양이 ‘올리비아 벤슨’도 순위에 올랐는데요. 벤슨은 추정 순자산만 9700만 달러를 가지고 있고, 다이어트 콜라 광고에도 출연한 적 있어요.

이렇게 사진 속 고양이들은 큰 사랑을 받는 한편, 유기묘들이 넘쳐나고 캣맘과 캣대디들이 위협받는 세상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모든 고양이들이 구조될 순 없고, 길고양이들이 초래하는 문제도 정말 존재하겠죠. 이 덕에 액정 속 고양이들은 더 큰 사랑과 돈을 얻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이들은 완전히 ‘무해’한 걸까요? 우리는 두 인플루언서 고양이들이 '고양이답게' 벽을 마구 긁거나 고약한 냄새의 똥을 싸는 모습은 몰라요. 유명한 고양이들의 품종을 집요하게 물으며, 결국 ‘고양이농장’을 양산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고요. 😾

고양이들도 미디어 스타가 되는 세상이 왔어요. 🪩 고양이답게 하루종일 낮잠을 자고 급히 먹은 것을 토해내는 모습까진 보진 못하지만,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요. 그동안 다른 랜선 캔따개들은, 고양이들의 온갖 모습까지 사랑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