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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미오레터 :  '이주의 미오픽'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에선 여론조사 보도를 매일 쏟아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보도에는 유의할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1위’ ‘역전’? 알고 보니 ‘오차범위 안’

선거 기간 여론조사 보도에는 순위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목에 ‘1위’, ‘선두’, ‘역전’ 등을 쓴 경우죠. 그러나 이런 제목을 쓴 기사들이 심의 기구에서 제재를 받곤 합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지난 1월22일 심의 결과에 따르면 언론 20곳이 후보 간 오차범위 내의 여론조사 결과에 우열이 있는 것처럼 보도해 ‘공정보도 준수촉구’를 받았습니다. 기독일보는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오세훈 선두, 정원오 뒤이어> 보도를 냈습니다.

이와 관련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여론조사 결과, 후보 지지도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3.5%p) 이내임에도 불구하고 ‘선두’, ‘가장 높은지지’와 같이 우열화·서열화하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보도”를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부산일보는 <울산시장 지지도… 다자대결 1위 김두겸에 김상욱 맹추격> 보도가 후보 지지도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3.5%p) 이내임에도 ‘1위’ 표현을 써 문제가 됐습니다.

오차범위는 말 그대로 여론조사의 오차를 뜻하는 것으로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일 때는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3~4%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조사의 오차범위 수치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미미한 격차에는 우열을 가려선 안 된다고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에 따르면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해야 합니다. 준칙은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을 보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19대 대선 선거여론조사 제재 내역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이 ‘오차범위 내 순위 매기기’로 나타났습니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0월부터 작성한 여론조사 기사 가운데 오차범위 내 우열을 무리하게 판단한 기사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여론조사 기사의 5.2%로 나타났습니다. 주 단위 기준으로 14%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쪼개기 해석 적절할까

여론조사는 몇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까요?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르면 전국적인 정당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의 최소 표본크기를 1000명,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조사는 최소 800명, 지역구 국회의원선거는 최소 500명으로 규정합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조사를 실시하면 여론의 추이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쪼개기’해서 보도하거나 전 연령 대상 조사를 연령별로 쪼갤 경우입니다. 정당 지지율 등 여론조사에서 ‘경북’, ‘경기도’, ‘충청도’ 등 지역별, 혹은 성별이나 연령대 등을 쪼개서 표심을 분석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A정당 ‘20대 여성 지지율 30%’, ‘B정당 충청 지역에서 지지율 급등’ 등 기사가 대표적인데요. 

언론에 흔히 보도되는 유형이라 문제를 못 느낄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000명 대상 여론조사라면 조사에 포함된 충청도민의 규모는 100명 미만입니다. 충청도민만 쪼개서 여론조사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100명 미만의 표본으로 조사를 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 글에서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특정한 하위집단 응답 결과만을 보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어느 한 지역 유권자들의 응답만을 보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에 따라 응답이 바뀐다?

<국민71%가 “원전 찬성”>. 2019년 8월1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기사인데요. 이 여론조사의 첫 질문은 이렇습니다. “전기생산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시 폭염에 전기사용량이 급증한 시점에서 ‘전기생산 수단’으로서 원전을 강조한 것이죠. ‘찬성’ 응답은 71.6%에 달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 조사에선 원전 확대 14%, 원전 축소 32%, 현재수준 유지 40%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습니다.

2018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논의 국면에서 <방송협회 “국민 41% 지상파 중간광고 찬성, 28% 반대”>(연합뉴스)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광고가 추가로 도입된다는데 반기는 사람이 많을까요? 방송협회의 설문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상파방송이 중간광고 수익 전액을 제작비에 투입해 국가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으로 한류 재창출을 위한 목적에서 중간광고를 실시하는 데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기사 제목과 달리 이렇게까지 질문을 했는데도 찬성이 과반이 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편향된 질문이 논란이 됩니다. 실제 선거 여론조사에서 공표금지 등 제재를 받은 사례를 보면 특정 후보를 호명할 때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던 교수’ ‘성폭력 가해 교사를 변론했던 후보’ 등으로 부연해 문제가 됐습니다. A와 B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을 때 A후보로 단일화될 경우만 질문해 공표금지 조치를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정답이 아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디어세상]여론조사 보도 바로 읽기> 칼럼에서 “가장 염두에 둘 점은 여론조사는 여론을 ‘거칠게’ ‘추정’해 볼 뿐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합니다.  하나의 여론조사를 정답처럼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주체의 조사를 살펴보고, 그 결과를 참고 자료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습니다. 의심이 가는 선거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접속해 질문, 표본 등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은 3조를 통해 여론조사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가 곧 여론 그 자체는 아니므로 미디어는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에 당부한 표현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 입장에서도 곱씹을 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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