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뜬 마음으로 첫 인사를 전하는 박만쥬입니다.
저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대충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합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저는 잘하지 않을 거면 시작도 않는다는 생각으로 도전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어요. 그러다가 우리끼리 만들고 우리끼리 듣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2019년 팟캐스트 '인생이 덕덕해'를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를 통해 알고 지내던 친구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고, 새로운 친구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같이 방송을 함께 한 친구 중 윤만세, 전사빠, 죠리퐁과 함께 새로운 도전인 뉴스레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물론 대충하자는 마음이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입니다. 저희가 좋아하고 나누고 싶은 것들을 같이 즐겨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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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흠터레터는?
죠리퐁의 출근송 / 여자친구 - 시간을 달려서
전사빠의 바다 건너 최애 / 마이 페어 레이디
박만쥬의 자랑합니다, 제가 한 건 아니지만. / 드라마 괴물 주원동식 솜인형
윤만세의 완전진짜너무진심 / 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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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나요? 가슴 속에 품은 3천 원으로 사 먹는 붕어빵, 김밥처럼 사람을 돌돌 말아버리는 롱패딩, 눈 오리 제조기를 손에 쥔 들뜬 사람들. 자신만의 겨울송도 하나씩은 갖고 있으실 거로 생각해요. 제 앞에 따뜻한 오뎅 국물이 식어버릴 시간만큼 고민한 후에 답변을 부칩니다. 2016년 1월에 발표된 걸그룹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가 제 남바완 겨울송입니다.
<시간을 달려서> MV를 꺼내 듭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의 교정, 졸업을 맞이하고 한 시절을 떠나보내는 각자의 방식, 동글동글한 글씨와 다정한 말들이 담긴 편지, 희고 찬 숨을 뱉어가며 달려가는 간절함, 그리고 최종장에서 한데 모인 서로의 웃는 얼굴들. MV의 재생 바가 끝에 닿습니다. 아직도 겨울은 외로운 계절인가요? 추위를 녹이는 손끝의 따뜻함이 남습니다. ‘시간을 달려서 /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 / 거친 세상에서 손을 잡아줄게’. 분명히 잡았을 그 손의 온기가요.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된’ 제가 이 노래를 꺼내 들 때는 주로 도착 시간이 아슬아슬한 출근길입니다. 어떤 겨울날엔 냉동 통조림처럼 지하철에 언 채로 실려 회사 근처 역에 도착합니다. 회사까지 아직 구만리. 힘을 쥐어짜야 해요. <시간을 달려서>를 재생합니다. 록 발라드로 옮겨도 감쪽같을, 처절한 기타 리프(실제로 콘서트에서 발라드로 편곡한 적이 있어요)와 아련한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를 따라 고조되는 감정의 에너지를 빌려야 합니다. ‘못다 한 말을 전할’ 것처럼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3분 동안이라도 아주 소중한 것을 위해 간절히 달리는 사람처럼 말이죠. 비록 그 소중한 무언가가 오늘의 정시출근에 불과하더라도요.
출사표로 이 곡을 꼭 뽑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사 한 구절을 뚝 떼 제 마음을 전할게요. ‘진심인 것만 알아줘 정말. 서툴기만 한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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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것들에 마음을 뺏겼어요. 수업 시간, 선생님 목에서 반짝이던 목걸이에 한눈을 팔다 핀잔을 들은 적도 있죠. 지금 돌이켜 봐도 참 원초적인 나날이었네요.
물론 아름다움엔 개인적인 선호와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누가 보든, 언제 보든 마음을 뺏길 만한 클래식이 있는 법이죠. 오드리 헵번. 영화 속 그녀를 보는 일은 언제나 커다란 즐거움을 줍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 <마이페어레이디> (My Fair Lady)에서 일라이자 두리틀로 분한 그녀가 제 오드리 헵번 최애 캐릭터랍니다. 하얀 드레스에 높이 틀어 올린 머리, 얼음 조각 같은 티아라와 그녀의 목선을 타고 샹들리에처럼 드리워진 목걸이. 무도회에 가기 위해 성장하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단숨에 그녀에게 반해 버렸죠.
지금도 그 모습을 머릿속에서 생생히 그리는 게 가능해요. 인터넷에서 찾아볼 필요도 없죠. 그렇게 그녀는 어린 저에게 외국 영화에 대한 지대한 호기심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바다 건너 최애’의 첫 주제가 되었고요.
마이페어 레이디는 뮤지컬 영화에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이죠. 음성학자인 프로페서 히긴스가 친구 피커링 대령과 여주인공 일라이자를 두고 내기를 펼칩니다. 히긴스는 자신이 일라이자의 악센트를 교정하면 길거리에서 꽃을 팔며 어렵게 살아가는 그녀를 귀부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죠. 그렇게 히긴스는 일라이자 귀부인 만들기 대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명석하지만 오만한 남자,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지혜를 가진 여자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영화예요. 진부하지만 즐거운, 아니 실로 탁월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영화의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인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 은 영화나 미드에서 종종 밈으로 등장하니 기억해 두시면 한 번쯤 만나게 될 수도 있어요.
그저 아름답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했던 저는 코찔찔이 시절부터 새치 그득한 어른이가 돼서도 참 대쪽같이 가벼운 사람인데요. 그래서 맘 편하게, 가볍게 ‘바다 건너 최애’로 사빠가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어요.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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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몇 번을 말해도 질리지 않아요.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만으로 부족해서 팟캐스트를 만들었지만, 더 가열차게 최애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뉴스레터까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무엇을 자랑할까 고민하다가 지금 가장 빠져있는 것을 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현재 제가 열렬히 좋아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JT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괴물>이에요. <괴물>을 소재로 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두 번이나 녹음했고, 30편이 넘는 팬픽을 쓰기도 했으며, 블로그에는 괴물 내용을 축약해 움짤과 함께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간만 쓰면서 덕질을 한 건 아니고 돈도 많이 썼습니다. 블루레이, 각본집을 구입했고 최근에는 주원동식(극 중 캐릭터 이름) 인형도 손에 넣었습니다.
아이돌 팬들이 최애를 인형으로 만드는 것은 보편적인 문화입니다. 아이돌 팬들로부터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 배우 등 팬덤 문화 전체로 번지고 있죠. 인형은 10~20cm 크기로 실제 인물을 캐릭터화하여 만듭니다. 인형과 맛집을 다니기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인형을 통해 본인의 여러 경험을 인터넷상에 올리기도 합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그 문화가 최근까지 잘 와닿지는 않았어요. 서른이 훌쩍 넘은 저는 인형을 가지고 놀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SNS에서 주원동식의 인형을 본 순간 극렬한 감정에 부딪혔습니다. 소유욕과 질투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군요. 결국 저는 직거래를 통해 솜주원동식을 손에 넣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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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첫 편의 주제는 드라마 괴물이라기보다는 주원동식 인형입니다. 이 인형이 얼마나 귀여운지 자랑하고 싶었어요. 먼저 솜주원이와 솜동식이의 얼굴을 보세요. 주원이 특유의 삼백안과 뚱한 표정이 잘 살아있습니다. 반면 동식이는 깊은 눈가 주름과 수염이 잘 표현되었죠. 게다가 동식이 머리에 삐죽 솟아있는 부분이 보이시나요? 동식이의 반곱슬머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몸 안은 솜이 가득 차 있어서 땡땡하지만 머리카락 소재는 부드러워서 쓰다듬고 있으면 마음마저 몽글몽글 풀어져요. 마지막으로 가장 귀여운 포인트는 발바닥과 손바닥! 강아지 발자국을 떠올리게 하는 자수가 심장을 아프게 만들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귀엽다는 건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거겠죠? 새로운 옷을 구매하게 된다면 종종 인형의 안부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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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윤’이라는 한 글자에 대한 애정만큼은 어린 시절부터 분명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글자에 담긴 ‘진실로'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데요. 나름대로 진실에 가까운 것들을 추구하면서, 진심이 느껴지는 것들에 누구보다 크게 감탄하며 살아오면서 이 글자가 사실은 내 삶을 관통하는 주제이지 않을까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해 왔습니다.
진심이란 뭘까요? 뭔가를 간절히 바라고, 엄청나게 노력을 다하고, 열정이 폭발하고, 눈물이 줄줄 나고 막··· 이런 것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제가 추구하는 진심은 자연스러운 것, 편안하고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는 것에 가깝습니다. 뭔가를 봤는데 픽 웃음이 난다 → 관심이 생겨 찾아보다가 → 누가 만들었는지 알게 되고 →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 ‘아니, 이건 뭐지???’하는 순간을 만난다. 뭐 대충 이런 흐름이랄까요?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했느냐’가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진심의 기준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연히 들은 음악에 감명받아 제목을 적어두고 다른 곡도 찾아 듣다가 더 궁금해져서 인터뷰를 찾아보았는데, 그 뮤지션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고 음악을 만든 배경까지 이해하게 되자, ‘그 사람’이 한 것이라면 뭐든지 다 좋아져 버리는···! 과정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뭔가 좋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매개로 그 사람까지 알고 싶어지는 것, 알아가면서 좋아하는 이상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추구하는, 제가 말하고 싶은 진심이란 그렇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의 진심의 세계는 조금씩 확장되어 왔는데요. 2016년의 어느 날, 선물로 받은 책을 슬렁슬렁 넘기다가 이 문장을 만난 순간도 딱 그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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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보는 순간 ‘뭐지???’ 싶었습니다. 누구의 말인지 알게 된 순간, 깜깜하게 불이 꺼져있던 뇌에 쨍-하고 직사광선이 비치는 것 같았죠.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말이었거든요···! 으아아, 이 순간 저는 제가 왜 안자이씨의 그림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고 말았습니다.
아니, 너무나 솔직하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까지 어렴풋이 추구해온 ‘진심'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 느낌이었어요. <안자이 미즈마루 :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에는 이것 말고도 ‘있는 그대로의’ 문장이 가득합니다.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생각할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볼게요. 안자이 씨가 ‘후와후와(폭신폭신)’라는 그림책을 만들 때의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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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이야기이므로 고양이를 그리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표현해야 하는 것은 그 ‘폭신폭신'한 느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참 어렵더군요. 날마다 ‘폭신폭신' 생각만 했습니다. ‘폭신폭신'이란 어떤 느낌일까. ‘폭신폭신, 폭신폭신' 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폭신폭신'이란 말만 생각했습니다. 한참 생각한 끝에, 고양이 전체를 그리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표현해서 저 나름대로 ‘폭신폭신' 느낌을 냈는데, 어떠신가요? 여기서는 사물에 그림자를 넣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폭신폭신'한 느낌을 위해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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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후와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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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으로는 대충 그린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런 의도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책에 실린 미나미 씨의 말을 인용할 수밖에 없겠네요. 안자이씨는 자신이 ‘좋네’하고 생각하는 그림을, ‘좋네’하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그려서, ‘좋네’라는 생각이 들 때 마무리했습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겠어’ ‘세상을 놀래주겠어’ ‘한껏 웃겨주겠어’ 그런 이유가 아니라 말이죠. 언제나 그런 ‘진검승부'로 그려온 안자이 씨의 그림이 제 기분을 좋게 하고 편안하게 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게 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만쥬님도 첫머리부터 ‘대충하자'고 이야기했는데요. 이 코너 역시 ‘마음을 다해 대충대충’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 그 형태가 어떻든 ‘이거 너무 대충 한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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