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보는 얘기, 그저 재밌기만 해? 

포르노그라피와 뗄 수 없는 #여성혐오 #여성폭력 #불평등

오늘 소개해드릴 논문에서는 포르노그라피를 여성혐오적 ‘제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르노 산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섹슈얼리티를 연계하는 문화적 재현물들이 대거 양상되었고, 그런 프로노그라피가 만연해지면서 남성 우월주의의 섹슈얼리티가 제도화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포르노그라피와 여성혐오의 관계에 대해 알아볼게요.

💡 ‘멸시당해도 쾌락을 느끼는 여성들’이 가득한 삐뚤어진 공간

전형적인 포르노 안에서 여성은 유혹하는 자, 혹은 강간을 당하는 자, 혹은 그저 특정 성기로써 존재하는 대상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시작과 과정, 서사가 어떻든간에 마지막은 쾌락을 느끼는 여성으로 끝이 납니다. 여성은 어떤 고통이나 폭력도 기꺼이 쾌락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성기를 지닌 존재로 그려지면서, 남성들로 하여금 성녀/창녀의 이분법적 사고를 내재화하게 하며 창녀에 대한 멸시, 그리고 이들에 대한 남성들의 욕망은 그게 어떤 형태든지 정당화해줍니다.

사실 이런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시선을 전형화해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중문화는 미디어 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한 학자는 여성은 대중문화의 재현 방식이 뭐든간에 여성혐오에서 벗어날 수 없어 왔다고 말합니다. ‘전업주부는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만 쓰는 한심한 존재로, 일하는 여성은 남성의 자리를 탐내는 악녀로, 독신여성과 페미니스트는 아이를 거부하고 가족 가치를 거부하는 ‘질병’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었다’며 말이죠.

문제는 이런 삐뚤어진 여성 관념을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는 대중 매체와 포르노가 너무도 만연하면서, 젊은 남성들의 사회화 과정에 ‘훈련 매뉴얼’이 되고 있다는 거예요. 성장기 남자 아이가 야동을 보는 걸 당연하다는 듯 말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죠. 해외 연구에 따르면 소년들은 평균 11세 나이에 포르노를 소비하게 된다고 해요. 이들이 보게되는 포르노에는 ‘멸시당해도 쾌락을 느끼는 여성들’이 가득하죠. 심지어 포르노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폭력적이고 하드코어한 재현이 늘어난 포르노를 접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포르노를 본 소년들이 형성해갈 여성, 성, 폭력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겠죠?

💡 포르노, 영상일 뿐이잖아? “응, 아니야~”

어떤 이들은 포르노는 단지 영상일 뿐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들은 포르노가 현실의 여러 문제들과 깊은 공모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매춘과 포르노그라피: 한 학자는 성차별을 공공연히 제시하고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매춘과 포르노를 꼽아요. 두 가지 모두 여성을 남성들이 원할 때 마다 구매할 수 있는 것이자 여성에 대한 성적 접근은 남성의 권리라는 생각을 강화하기 때문이에요. 원치 않는 여성을 강제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한데요, 매춘 여성과 포르노 여성 배우 모두 계약에 따라 돈을 받고 하는 건데 무슨 말이냐 싶은가요? 대부분의 매춘 여성과 포르노 여성배우들은 가난, 가정 폭력 등의 이유로 일을 시작하게 되고 일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협박, 강간, 감금, 구타 등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정말로 자유로운 선택으로 적절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답니다. 

• 성 착취 범죄와 포르노그라피: 혹시 ‘소라넷’ 기억하시나요? 과거 포르노그라피를 소비하는 주요 온라인 공간이었는데, 일반인 여성 대상 불법촬영, 성관계 영상의 비동의 유포, 강간 모의 등의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2016년 폐쇄된 사이트에요. 그러나 사람들을 예상대로 ‘포스트 소라넷’은 건재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여러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현실의 여성들, 어린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죄를 이미지로 공유하는 범죄 행위들이 발생해 온 것이죠. 즉, 기존에 포르노를 감상, 소비하던 공간에서 현실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 범죄 공간으로 이행하는 행보를 목격하게 되었어요. 다수의 해외 연구자들은 포르노그라피가 남성들로 하여금 현실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 행위를 범하도록 독려하는 문화적 기제라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물론 포르노그라피는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도 분명히 있습니다. 여성이나 성 소수자가 포르노그라피의 소비자가 되어 새로운 관점의 재현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고요.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포르노그라피는 ‘남성만의 자유’만을 옹호, 확대해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 아동의 자유와 권리는 침해되어 왔고요. 따라서 포르노그라피가 내포한 정치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논의는 자유의 제약이라기 보다 오히려 실질적인 자유의 증진에 가깝습니다. 여성의 시민권 혹은 더 확장된 인권의 개념으로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법적 규제를 검토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 한편 포르노그라피를 혐오표현의 일환으로 보는 방식도 가능해요. 포르노그라피가 폭력, 살인 등의 물리적 폭력을 유발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그러한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육체적 안전과 사회적 통합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이죠. 인종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같이 말이죠. 즉, 여성이 이러한 해악에서 시민으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비방이나 명예훼손 발언에 대한 법적 제재의 차원에서 포르노그라피에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접근보다는 위의 평등, 인권 차원의 접근법으로 법적 체제를 마련해야 그 법적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 한편 대중문화를 향유하고 만들어가는 주체인 우리들의 자세를 반성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기도 합니다. 대중문화는 피곤한 노동을 마친 후 고민 없이 다양한 즐길거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사회화의 공간이자 더 나은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힘을 가진 공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제공되고 주어지는 문화를 여과없이 소비하는 태도는 대중문화가 가진 풍부한 사회적 기능을 제한시킬 위험이 있어요. 가끔은 불편하고 예민한 감각을 세워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화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