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대한 재현과 현실 간 괴리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오늘은 특별하게 모신 객원 에디터 'ㅎㅈ'님과 함께 합니다!

처음 인사 드립니다! 에디터 ㅎㅈ입니다.


저는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정기적으로 챙겨보는 건 따로 없이 많이들 열광하는 ⟪더글로리⟫나 ⟪성난 사람들⟫ 같은 콘텐츠를 종종 몰아보고 있어요.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 작품이네요.


이제는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면 가정 거실에 둔 텔레비전을 찾아가기보다, 다들 각자의 핸드폰을 켜고 구독하는 OTT를 찾아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소유한 플랫폼 기업들도 자기가 보유한 자산을 꽁꽁 아끼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바삐 파편으로 잘라 유튜브 등 타 플랫폼에 업로드하여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를 목표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콘텐츠의 전 편을 안 보더라도 일부에 노출되면서 ‘어떤 게 유행하고 있다' 쯤은 알게 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쿠팡플레이의 ⟨MZ오피스⟩입니다. 얼마 전에 아는 어른 분(사회생활을 하게 되며 아는 사람을 우회해서 표현하는 말입니다)이 저에게 “요즘 MZ세대는 다 이런 거 끼죠?” 하면서 제 BOSE 헤드셋을 가리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다가, ‘아!’ 하고 ⟨MZ오피스⟩가 떠오르더라구요. 

👋 오늘의 에디터 : ㅎㅈ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그 지겨운 'MZ세대'와 젊음
2. SNL과 쿠팡플레이의 만남
3. 풍자 없이 조롱하는 ⟨MZ오피스⟩

그 지겨운 'MZ세대'와 젊음

출처 : unsplash

오늘은 그놈의 ‘MZ’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저도 이 세대 구성원 중 하나인데요. ‘MZ세대'라는 말을 요즘 안 들어보신 분이 있으실까요? 언론에서 방송에서 줄기차게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로, 이전부터 흔히 ‘청년세대'라 부르던 집단을 대체한 것처럼 보입니다. 청년세대는 경제위기 이후로 한국에 불거진 불평등을 ‘흙수저', ‘N포세대' 등등으로 표상할 때,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세대로 호명된 바 있죠.


하지만 'MZ세대'란 용어는 '요즘 애들'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청년세대와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는 좀 다릅니다. 시작부터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이 용어는 우리나라 여러 브랜드에서 소비자의 선호를 읽어 서비스 출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로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보통 서구권에서는 어린 사람들을 칭하기 위해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자들을 칭하는 ‘Z세대'라는 용어를 쓰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인 ‘밀레니얼(Millenial) 세대'를 포함하여 두 세대의 공통점을 부각하여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나이로 환산하면 40대와 10대 후반도 같은 세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 인식 속 'MZ세대'는 사실상 ‘Z세대’이고 지금처럼 한 세대를 구분짓는것이 부적절하다고 본 응답자가 과반수였습니다.


그럼 ⟨MZ오피스⟩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아래 사진은 ‘맑은 눈의 광인(이하 맑눈광)'이라 불리는 캐릭터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내내 에어팟을 끼고 있다가 말을 걸면 저렇게 동그랗게! 눈을 뜹니다. 최근 유행했던 최준, 다나카 등 세상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그려낸, '킹(King) 받는' 캐릭터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죠.
출처 : 쿠팡플레이

그렇다면 왜 킹 받을까요? 누가 킹 받을까요?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에어팟을 끼고 있는 게 좀 어이가 없어서? 에어팟을 끼는 게 왜? 질문을 하다보면 ‘에어팟이란 기기를 사무실에서 끼면 되는 걸까'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놓친 게 하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공적 영역에서 음악을 듣는 행위를 통해 사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게 해준 기기는 ‘에어팟’이 처음이 아닙니다. 

출처 : thatericalper

혹시 ‘SONY’의 ‘워크맨(WALKMAN)’을 아시나요? 1970년대 말, 일본 기업인 SONY에서 낸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리코더 및 플레이어입니다. 1990년대 말이면 동양 한 기업에서 나온 전자기기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이 일상화 되었죠.


이전까지 서구중심적이던 시대에 동양의 이 기기가 불러온 파장은 이 문화적 인공물에 대한 학자들의 탐구를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영국의 문화연구 교본은 ‘워크맨’을 생산, 소비, 정체성, 재현, 규제를 연결하는 ‘문화 회로’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워크맨은 생산 차원에서 세계 각지에 공장을 세우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수행했고, 홍보 차원에서 ‘젊음'이란 정체성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 공적 장소 내 기기 음량에 대한 규제를 만들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귀에 꽂는 기기는 30년 전에도 젊은이들의 이미지에 짝지어졌던 셈이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기가 공사의 영역을 흐린다는 점입니다. 사무실 속 ‘맑눈광'의 행위를 보고 저건 떳떳한 걸까, 좀 열받는 걸까 고민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하는 공간인 ‘사무실'에서 개인적인 행위로서 ‘음악 듣기'를 하면 안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건 왜인지 사실 확실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우니까요.


⟨MZ오피스⟩의 핵심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볼까요. 현실에 있을 법한 직장인들을 그려내면서 시청자를 은근하게 킹받는 우리가 ‘꼰대'인지 아닌지 고민하도록 계속 자극합니다. 저 행동에 의문이 생기는 것 자체가 권위적인 사고를 답습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건가, 아니면 원래 저런 행동은 안되는 건가, 보는 우리도 확신할 수가 없는 거지요. 요즘들어 더 애매하게 쓰이는 ‘MZ세대’란 말은 어쩌면 ‘꼰대’의 반대항으로 가장 정확한 위치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SNL과 쿠팡플레이의 만남 

이상하게 꼰대가 아니어도 묘하게 불편한 ⟨MZ오피스⟩. 이 콘텐츠가 포함된 ‘SNL(Saturday Night Live)’ 어떤 프로그램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미국 NBC에서 40년간 방영 중인 원 포맷 라이선스를 받아, 한국에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tvN에서 방영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요즘 보는 SNL은 쇼핑플랫폼 '쿠팡'의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고 있죠.


쿠팡은 이전부터 독자적 물류센터를 갖추면서 생태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노동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불리곤 했는데, 미디어 영역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쿠팡의 유료 회원서비스 고객을 위한 부가서비스로 ‘쿠팡플레이’를 시작해 2021년부터 OTT 사업에 진출한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독점 콘텐츠' 확보였고, 처음은 아마존과 유사한 행보로 스포츠를 노려 중계권을 겨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계약을 약속한 독점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코미디프로그램입니다. ‘SNL 코리아 리부트'로 돌아와 시즌 1에서 ⟨주기자가 간다⟩ 코너로 인기를 끌었죠. 눈에 띄는 점은 처음부터 신동엽, 김민교, 안영미, 권혁수 등 크루진과 제작진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던 건데요. tvN 시절 제작진이 CJ ENM을 퇴사하고 외주제작사를 만들었기에 쿠팡플레이 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tvN

쿠팡플레이로 다시 돌아온 SNL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온라인 방송을 하는 만큼 TV를 거치지 않아 수위는 상승했지만 시사 풍자는 다소 밋밋하다는 혹평 들었습니다. 미국 SNL 원작은 정치와 사회 풍자로 성공한 프로그램이고, 이 포맷을 수입한 tvN 시절 프로그램 방향도 초기에 <여의도 텔레토비>를 메인 콘텐츠로 밀었죠.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도 사실 기획의도는 비슷한데요, “브레이크 없는 과감한 풍자, 스트레스 날리는 스펙터클한 웃음으로"라고 표현하면서 풍자를 목표했습니다.

 풍자없이 조롱하는 ⟨MZ오피스⟩

우리가 알고 있는 ⟨MZ오피스⟩는 SNL코리아 리부트 시즌3 코너입니다. 핵심 부분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유튜브에서 500만회가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었어요. 입체적인 캐릭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너 이거 봤어?”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기 딱 좋은 콘텐츠였을 것입니다.


속내를 알 수 없고 말 안 듣는 신입, 어린 나이지만 기성세대만큼 낮은 사람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젊은 꼰대. 왠지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의 뒷담화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SNL코리아 리부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회자되고, 이렇게 하나의 ‘밈(meme)'으로서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었을 거예요.


이 콘텐츠는 웃깁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앞의 긴 소개를 했습니다.


풍자의 본질은 ‘약자'가 아닌 ‘강자'를 희화하는 데 있습니다. 핵심은 ‘비판적 웃음'을 자아내는 것입니다. 약자가 강자를 비판하는 건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에 웃음을 통해 풍자 대상을 희화하는 ‘우회적' 방식인 거죠. 이를 통해서 약자들은 서로 연대하고, 사회적인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과거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의 대상은 정치인들이었으니, 목표에 따른 그 대상이 아주 명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MZ오피스⟩의 주인공들은 아직 사회초년생인 젊은이들입니다. “요즘 애들"을 눈치 없고 이기적인 세대로 묘사하면서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 아닐지 질문이 꼭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를 유독 박하게 묘사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인기를 끌수록 ‘요즘 애들 진짜 그래?’하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면접 장면은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착안해 ‘금일'이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사례들을 재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요즘 면접장에 들어온 취업 준비생들이 그럴까요? 취업난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재현은 잔혹한 것도 같습니다. 공백기를 두려워하며 최저임금에 달하는 임금만 쥐어주는 인턴을 여러 번 하면서 경력을 채워도, 불안감에 시달리며 자격증을 여러 개 따도 일자리 얻기가 어려운 취업빙하기의 현실은 콘텐츠에서 깨끗하게 표백되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진짜' MZ들은 미디어 속 재현이 프레임' 씌우는 특징들에 의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쿠팡플레이

또다른 문제는 재미를 자아내는 유구한 방식의 하나로 여자 직장인을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이미지 속 우리에게 익숙한 메인 캐릭터는 모두 여성입니다. 물론 여성 코미디언들로만 채워진 메인 콘텐츠가 있다는 건 즐거운 점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습관적으로 상사를 헐뜯고, 서로 옷차림을 비교하며 상대를 판단합니다. 이런 콘텐츠의 일부는 밈으로 끊임없이 커뮤니티에서 재구성되면서 문제가 아닌 바를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주현영은 한 인터뷰에서 ‘젊은 꼰대' 캐릭터에서 ‘여자들 간의 기싸움'이 포인트인데,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지 질문을 받은적 있습니다. 그녀는 이 캐릭터를 선보일 때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경쟁하는 집단에 속해 있어서 그 안에서의 경험을 상기했는데, 콘텐츠 속 ‘젊은 꼰대'가 대적하는 상대가 여성이 아니길 바라기도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주기자가 간다⟩ 때는 남자 후배와 합을 맞춘 적도 있었고, 다양한 캐릭터와의 케미를 기대했다고 했어요.  


직장 내 여성의 현실은 ⟨MZ오피스⟩가 보여주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아마 현재 MZ세대로 분류되는 많은 이들은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전업주부'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핵가족 출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여성들은 1980년대 사라진 ‘결혼퇴직제'에 의해서 결혼과 출산을 하면 퇴직을 하겠다는 계약서를 쓰기도 했죠.


제도는 사라졌으나, 직장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면서 여성의 노동 참여는 확대되었으나, 돌봄을 주로 수행해온 여성이 오랜 시간 직장에 남아있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꼭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과 친구들의 기억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래서 현실은 어떤지, 무엇이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는지 남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주변으로서 미디어가 추가되었죠.


하지만 현실을 성실하게 재현하지 않는 코미디는 나의 아픈 부분을 비웃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불러올 뿐입니다. <MZ오피스>가 한 코너로 포함되어 있던 SNL코리아 리부트 시즌3는 얼마 전 종영했습니다. 다음 시즌4는 비판의식이 살아 있는 풍자로 웃음을 부르는 속시원한 코미디 콘텐츠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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