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콧: 우리가 벌써 15년지기라니 새삼스럽다. 당연하게 친구였던 것 같은데 우리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해? 정신차려 보니 웃고 떠들던 기억만 나는 것 같아.
🫘두부: 처음 반 배정 받던 날 친구의 친구로 알고 있던 아콧이 같은 반이 되서 너무 반가웠던 기억이 나. 실은 잘 맞을 것 같은 친구들한테 같이 밥 먹자고 먼저 내가 꼬셨어. 알고보면 나한테 간택당한거야. 같이 만화 보고, 그리고, 소설도 쓰면서 너무 재미있게 지냈던 것 같아. 3학년 내내 실컷 함께 놀았어서 같이 놀던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을 때 너무 아쉬웠어.
💧아콧: 맞아. 일반고부터 시작해서 특성화고, 자사고, 외고 심지어 미국 이민까지 문자 그대로 뿔뿔이 흩어졌네.
🫘두부: 중학교에 올라갈 때도 초등학교 친구들과 헤어져서 친구들이 잘 가지 않는 학교로 배정받았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도 그래서 너무 슬펐어. 중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도 많지 않아서 더 적응하는 게 힘들기도 했고. 중학교 때 친구들은 좀 거칠어도 착한 친구들이었다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점잖은데 더 예민했던 것 같아. 그 때는 사춘기를 지나느라 서로 다른 부분을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들었나봐. 지금 돌아보면 크게 다르지도 않았는데 말야.
💧아콧: 나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갈 때 아예 연고가 없던 이 동네로 이사왔어서 그 심정 너무 잘 알아. 등교 첫 날 숟가락 나눠준 친구가 아니었다면 적응하기 힘들었을거야. 그러고보니 나는 대학교를 타 지역으로 가기도 했었고 다른 동네로 잠깐 이사가기도 했었는데 두부는 우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도 내내 이 동네에 살았잖아. 떠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
🫘두부: 왜 아니겠어. 초등학교 때부터 살았으니까 정말 20년 넘게 산 집인 걸. 추억이 많이 쌓인 공간이지만 한편으론 너무 잘 알아서 질린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어. 한국에서의 미래나 커리어를 생각하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세를 주고 다른 집으로 이사가려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또 왠지 아쉬운거야. 그래서 이사간다는 생각으로 집을 싹 고치기로 했어. 그 과정에서 많던 짐도 줄이고 배치도 바꾸니까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요즘엔 다시 집에 정 붙이고 있어.
💧아콧: 생각해보면 난 꽤 이사를 다닌 편이라 여기가 우리 동네다 하는 느낌을 갖기까지 오래걸렸던 것 같아. 실은 부모님 집에 같이 살다보니 언젠가 독립하면 또 다른 동네에 정착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두부: 나도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살았다면 그랬을 것 같아. 주변에도 아이들 학령기 때 이사왔다가 대학교에 올라가면 이사가는 집들이 꽤 많았어. 그래서 기간이 정해진 전세가 아니라 집을 사서 이사오는 집이 있으면 너무너무 반갑더라. 한참 같이 살 동네 이웃이 생기는거니까.
💧아콧: 이웃 정말 중요해. 전에 살던 곳에는 왕래하는 이웃이 없어서 정말 잠만 자는 공간처럼 느껴지더라. 엄마도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다 이 동네에 있으니까 결국 다시 이곳으로 이사왔어.
🫘두부: 그러면서 우리 집이 가까워져서 좋았어. 다른 친구들이랑 다같이 만났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더 길게 수다 떨기도 하고. 재작년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같이 뉴질랜드 여행도 다녀왔잖아. 그러고보면 15년 동안 항상 함께 한 건 아니지만 우리 되게 중요한 인생의 순간에는 함께 했네. 중학교 3학년을 같이 보냈던 것도, 졸업하자마자 이민 갔던 친구를 만나러 5년 후에 같이 미국 여행을 다녀왔던 것도 큰 터닝 포인트 였어. 그러고보면 덕질을 업으로 삼아야 겠다 다짐했던 공연도 아콧이랑 같이 보러 갔었어. 그 때까지 아콧이 작가가 될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덕업일치한 작가가 됐네.
💧아콧: 좋아하는 걸 일로 해낼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 요즘엔 취미로 쓰는 글도 겨우 쓰는 걸. 그런 의미에서 두부가 정말 존경스러워. 요즘엔 어떤 작품들을 쓰고 있어?
🫘두부: 어른들이 보는 극을 주로 써왔는데 요즘엔 아동극도 많이 작업하고 있어. 보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함께 준비하는 스태프들도 아동극을 준비할 때 더 순수해지는 것 같아.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잘 찾아서 꺼내놓기만 해도 이야기가 되고 감동하거든. 그래서 더 마음이 가.
💧아콧: 그래서 동심이라고 하나봐. 아이(童)의 마음은 쉽게 감동(感動)하니까. 그런데 난 두부가 쓴 어른극(?)을 보고도 늘 감동했는걸. 그래서 삶의 터전을 바꾸더라도 계속해서 써줬으면 좋겠어.
🫘두부: 나도 그러고 싶어. 그래서 한국을 벗어난 삶을 고민하면서도 지금 여기의 삶을 더 열심히 살고 있어. 터전이란 건 결국 사람인데 낯선 곳에서 여기서처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해. 그래서 여기서 더 깊고 튼튼하게 뿌리내려서 멀리까지 가지를 뻗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여기도 터전이고 거기도 터전이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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