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8일  (No. 656)
AI는 '창의력의 적'

요즘 AI를 쓰지 않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최소한 제 주변인들은 "AI에게 물어봐!"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내뱉을 정도로 AI에 친숙한데요, 알다시피 기획서 초안부터 이메일 작성, 심지어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까지 AI에게 맡기면 눈 깜짝할 사이에 훌륭한 결과물이 모니터에 나타나기 때문이겠죠. 예전 같으면 며칠 밤을 새웠을 일을 단 몇 분 만에 끝내고 나니 엄청난 쾌감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란 말은 AI에 대해서도 통하는 진리입니다. 생산성을 무한히 확대해주는 대신 우리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은밀하게 퇴화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시난 아랄(Sinan Aral) 교수 연구팀은 약 2,000개의 팀(인간-AI 혼합 팀과 인간으로만 구성된 팀)을 구성하여 마케팅 광고를 제작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우리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인간-AI 팀은 기존 방식보다 직원당 50%나 더 많은 광고를 만들어냈고, 텍스트의 품질도 더 높았으니까요. 전통적인 생산성 지표로만 보면 AI와의 협업팀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그러나 아랄 교수는 이런 승리에 뒷면에 숨겨진 위험을 경고합니다.

첫째는 다양성의 붕괴(Diversity collapse)입니다. 실험에서 AI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사람들의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방대한, 그러나 동일한'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창의적인 작업에서 독창적인 '엣지'를 둥글게 만들어 안전하고 평준화된 결과만 뱉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AI 증강의 함정(AI Augmentation Trap)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인지적 작업을 AI에게 아웃소싱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본인의 기술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직장인은 스스로 문장을 구성하는 유창성을 상실하고 마니까요. 

이런 현상은 이미 역량이 쌓인 시니어들보다 한창 '업무 근육'을 키워야 할 주니어 직원들에게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면 장기적으로는 "AI를 아예 도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개인의 역량이 더 퇴보하는" 끔찍한 역설에 직면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딜레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두 가지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아랄 교수의 후속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의 성향을 그대로 모방하는 AI가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 보완적인' 성향을 갖도록 맞춤화된 AI와 짝을 이루었을 때 다양성 붕괴가 줄어들고 창의적 성과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먼저 거칠더라도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를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 낸 다음, AI에게 "내 아이디어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줘"라거나 "나와 완전히 반대되는 관점에서 내 기획을 비판해 줘"라고 요청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의미죠. AI를 '까다로운 스파링 파트너'로 활용해야 합니다.

AI 창을 열기 전, 단 5분 만이라도 온전히 여러분의 머리와 손만으로 초안을 직접 만들어 보세요. 그런 다음 AI에게 피드백을 구하세요. 이 짧은 시간이 여러분의 사고력이 AI에게 잠식하는 걸 막아주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겁니다. (끝)


*참고논문
Ju, H., & Aral, S. (2025). Collaborating with ai agents: Field experiments on teamwork, productivity, and performance. arXiv preprint arXiv:2503.18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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