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일용할 영감 미리보기 👀

1️⃣ 상상인들의 ‘생기’에 관한 이야기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 🦁 
분갈이를 하며 🌳

네, 여긴 노키즈존입니다. 🤵🏻‍♂️

I30 🦫


2️⃣ 영감님들의 영감 한 조각
더지 | 여름 | 신기루 | 뚜뚜 영감

3️⃣ 상상인들의 영감 한 조각
📒 <IVE> 매거진 | 🍓 얼스어스, 딸기 케이크
🪑 공개공지 | 💬 요즘 고민
++++++++++++++++++++++++++
도입글을 때마다 부담이 된다 고백했습니다. 창창님은 ‘후이롱이 후이롱하면 된다 격려의 말을 해주었고, 저는 말에 생기를 얻었지요. 5월의 생기는 푸릇푸릇한 잎사귀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하늘하고, 영산홍이 영산홍하고 이팝나무가 이팝나무함으로써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용할 영감의 생기도 상상인들과 영감님들의 다채로운 빛깔들이 어우러지는 데서 일어납니다. 영감님이 더욱 하는 5월이 되기를 바라며 일곱 번째 일용할 영감 ‘생기’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
by. 후이롱🦁


최근에 저는 생기를 좀 잃은 것 같았어요. 상담 공부를 시작하고 또 상담을 받으면서 제 자신을 자주 들여다 보니 이전엔 몰랐던 저의 낯선 모습들을 많이 만나고 알게 되었거든요. 친숙한 나와 낯선 내가 합쳐지니 밝은 에너지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생기의 뜻 중에 ‘선명함’이 있더라고요. 신선한 정의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밝고 긍정적인 면만을 이상적으로 생각해서, 그렇지 않은 것은 잘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린다고 치면 빛은 과장하고 그림자는 표현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제가 그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밀어낼수록 그림은 왜곡된 실재를 담았습니다. 그림자와 빛이 적절히 표현되어야 그림에서 깊이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저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제 자신에 대한 선명함과 생기를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편 며칠 전에는 힘들게 일을 그만둔 친구와 전화 통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좀 쉬는 시간을 가져야겠네”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이제 쉬는 건 충분히 했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평소의 저였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이번에는 쉰다는 말이 친구에겐 어떤 의미인지 한번 물어보았어요. 친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자는 것이라고 했고, 저는 다음 일을 준비하며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로 말했다고 했습니다. 


 동일한 단어를 썼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또 받아들였던 것이죠. 묻고 나니 친구의 반응이 이해가 되면서 방금 나눈 대화가 선명해졌습니다. 만약 묻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친구는 충분히 잤는데 뭘 또 쉬라고 하나 했을 거고, 저는 친구가 쉬어야 할 때를 모른다고 오해했을 것입니다. 친구와의 작은 일화가 앞으로는 좀 더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어요.


 친밀한 관계일수록 나와 상대방의 다른 모습에서 더 큰 긴장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낯선 자신을 만나는 것처럼요. 그래서 상대에게 묻지 않고 애매한 채로 두어 그 차이를 직면하지 않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드러난 다름은 안전한 반면, 나와 같을 것이라는 착각과 기대, 지레짐작, 내 판단에 대한 잘못된 확신이 관계를 왜곡하게 만드는 위험한 불씨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글을 쓰고 보니 나 자신과 상대에 대해 잘 알려면 이전보다 좀 더 선명하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노자가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고 말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그림자와 빛을 모두 담은 선명한 내가 되고, 질문을 통해 상대를 선명하게 보며 관계를 맺는다면 좀 더 생동감 있는 삶이 되겠다는 기대가 생깁니다. ‘생기: 선명함’이 알려 준 선물 같은 깨달음이네요. 

-

파트 전도사 10년 차, 교회와 일상 사이 은근한 경계를 지키며 삽니다. 점이 이어져서 선이 되고, 선이 면을 이루어 함께 쌓여 가는 일을 좋아해요.  

분갈이를 하며

by. 창창🌳

미뤄 둔 숙원 사업, 분갈이를 했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화분에서 자라느라 식물들이 많이 답답했을 겁니다. 커지는 몸에 비해 화분이 좁아진 녀석들이 더디게 자라기도 하고, 뿌리가 넘치게 자라기도 하더라고요. 영양분을 모두 나눠 준 흙도 회색빛을 띄었습니다. 흙이 딱딱해지니 물이 잘 빠지지 않고요. 매일 똑같은 식물은 없습니다. 사람과 같지요. 멈춰 있는 듯 보여도 어딘가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생명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생명이 있는 한 더 크고 넓은 토양이 필요합니다.


 화분마다 어디로 옮겨 줄지 계획을 세우고, 고르고 고른 큰 화분도 몇 개 샀습니다. 뿌리가 상하지 않게 흙을 잘 털고 벌레가 옮지 않게 씻은 뒤, 마사토, 비료, 커피박을 흙에 적절히 섞어 심어 주었습니다. 좁은 화분에 세 뿌리가 함께 살던 군자란도 큰 화분으로 옮겨 주고, 한 화분에 바글거리던 자보도 넓은 화분에 심었습니다. 씨앗부터 키워 온 아보카도도, 작은 풀에 지나지 않던 장미허브도 조금 더 큰 화분으로 옮기고 나니 이제는 어엿한 나무 같습니다. 


 지난 4월, 거실에서 모이는 작은 공동체에 또 새로운 지체를 맞았습니다. 공동체의 생장이지요. 벌써 공간이 가득 찬 느낌입니다. 손님이라도 초대하는 주일엔 복작이기까지 합니다. 새로운 모임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멈춘 듯 보여도, 조금씩 자랐기 때문이겠지요. 공동체의 새로운 공간은 어떤 토양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크기의 화분에, 어떤 비료를 섞어 우리를 심어야 할지요.


 분갈이한 식물들이 한동안은 몸살을 앓는 듯합니다. 하루 아침에 시들어 버리기도 하고, 잎을 움츠리기도 합니다. 놀라지는 않습니다.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생명력을 알기에, 열심히 물을 주고 빛과 바람을 쐬어 주며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적응기를 지나고 나면, 생장이 시작되겠지요. 식물도 사람도 공동체도, 생명이 있는 자라납니다.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고 돌보는 푸른 5월입니다.

-
창창🌳
콘텐츠 에디터, 북디자이너. 재미와 의미를 찾아 일합니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지체들과 예배하고 공부하며 생활합니다.
네, 여긴 노키즈존입니다.
by. 제이제이🤵🏻‍♂️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아는 것이 저의 큰 영광입니다.” 

_ 김소영 작가, 어린이라는 세계 중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참 많은 기념일과 휴일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이 있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처님 오신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이 평일이라면 조금이라도 쉴 기회가 생기기에 그 기념일이 무슨 요일에 있는지를 확인하며 실망하곤 했지만(!) 그래도 이런 날들이 있어서 조금은 더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922년에 시작된 어린이날은 이제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기념해서 나온 어린이라는 세계의 리커버 특별판을 다시 읽으면서 그 책에 담긴 아이들을 향한 존중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여러 기회가 이어져서 어린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고 책도 읽어 가다가 1923년에 작성된 “어린이 해방 선언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를 향한 존중(경어 사용), 의식주를 포함한 안전한 양육,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아 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었기에 자꾸 슬프게 읽혀졌습니다. 분명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들은 차별, 무시, 학대에 너무나도 쉽게 노출되어 버리니까요. 


 노키즈존, 이라는 말에 담긴 구분짓기/차별은 여전히 너무 당당하게 여러 장소에 존재했고 미성숙의 대명사처럼 “어린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때 아이들은 그 말들 속에 담긴 무시, 조롱에 다치기도 했습니다(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어린이라는 명칭을 미성숙, 초보자라는 의미와 연결하지 말아 달라는 아이들의 의견도 있었지요. 예를 들면, 헬린이나 주린이 같은 용어입니다). 어른들의 배려 없이 사용되는 이런 말들은 어린이날을 그저 지나치기 어렵게 만듭니다. 


 차갑게 “노”라고 적힌 안내문과 어린이를 쉽게 대하는 말들 사이에서 주변의 아이들을 더 쳐다보게 됩니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뭘 보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마음에 절망, 후회, 당혹감이 차오를 때 다시 펼친 어린이라는 세계는 단단한 위안이 되어 주었습니다. 김소영 선생님이 책에서 담아낸 아이들을 향한 존중, 배려는 우리가 그토록 받고 싶어 했던 것이었고, 지키며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뭔가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일상의 말들입니다.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들로부터 앞으로 쏘아져 나아간다. 그리하여 사수이신 신은 무한의 길 위에 한 표적을 겨누고 그분의 온 힘으로 그대들을 구부리는 것이다. 그분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날아가도록…신의 손길로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_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무척 좋아해서 거의 암송하게 된 문장을 다시 적어 봤습니다. 봄의 축제가 열리는 것 같은 5월에는 다시금 새로운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우리가 더 내일을 생각하고 내일을 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과 한때 아이였던 우리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길 바라는 봄입니다. 

-
제이제이🤵🏻‍♂️
책과 책으로 연결된 이야기를 애정합니다. 북튜브 제이픽을 소소하게 운영하며 책,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상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N잡러입니다. 최근 유부남과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I30
by. 쿼카🦫

주행거리 18만 킬로미터가 찍혀 있는 2012년식 중고 I30. 작년 1월에 구입한 나의 첫 차예요. 원래 괜찮은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하려고 했어요. 수도권에 살면서 자동차의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대학원을 멀리 다니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차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죠. 계약서를 쓰고 자동차 등록증을 확인해 보니 나의 첫 차는 이미 여섯 명의 주인을 태운 기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내가 일곱 번째 차주였어요. 괜히 마음이 이상했어요. 저도 유별난 게, 어릴 적부터 기계에게 동정심과 애정을 느낄 때가 줄곧 있었어요. 15년 전에 산 사진기도 아직 되팔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끝까지 데리고 살 것 같아요. 기계를 자연처럼 느끼는 제 마음은 현대의 차가운 기계 사회에 대한 나름의 저항이라고 생각해요. 여하튼 I30, 내 나이 서른. 우리 사이에 무언가 통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약간 바뀌면서 생각처럼 운전을 자주 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방치하게 되더라고요. 지인들은 나의 차를 타면 항상 관리를 잘한다고 칭찬 조의 말을 해주었는데, 실은 잘 가꾸어서 깨끗한 게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서 허한 상태였던 겁니다. 얼마 전, 평소처럼 차를 탔는데 이상할 만큼 공간이 차갑게 느껴지는 거예요. 날씨가 춥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내 차가 아닌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차에서 느낀 낯설고 헛헛한 기분이 내 삶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안에서도, 책장에서도, 핸드폰에서도.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명명한 하이데거의 말이 떠올랐어요. 그는 알맹이와 껍데기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구분했습니다. 속이 비어 있는 껍데기는 의미를 창출할 수 없는 법이지요. 그제야 묻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내 차가 왜 차가운 걸까, 하고요. 그 집에 나의 존재가 없더라고요.


 삶이 분주하다는 핑계로 나와 긴밀하게 관련한 대상들을 가볍게 여기고 있던 거예요. 비단 자동차와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가족, 친구, 교회, 일 등 수많은 언어의 집에 존재자로 참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차가워질 수밖에요. 그래서 자동차를 가꾸었어요. 마모가 된 와이퍼도 교체하고, 취향에 알맞게 실내 장식도 했어요. 트렁크에 너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전부 치우고 아내와 함께할 캠핑 장비를 채워 넣었어요. 이제 차근차근 나의 삶과 관련한 여러 공간을 더 다듬고 가꾸어 보려고요.            

-
쿼카🦫
지속가능한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뜰힘’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빚어 가고 있습니다.
매달 영감님(구독자)의 영감
나누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만남과 나눔 속에 더욱 풍성해질 
일용할 영감을 기대합니다. 
책장 정리 | 정말 오랜만에 책장을 정리했습니다. 책장에 있는 모든 책을 빼서 장르별로, 저자별로, 제가 읽은 시간순으로 분류했습니다. 저의 20대가 주마등처럼 스치더군요. 내 인격과 가치관에 전환이 되어 준 책의 표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같이 겪어 준 저자들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책장의 의미가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이제 나에 대해 단편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지고, 사람을 아는 방법은 말이 아닌 시간임을 깨닫게 될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책장을 보는 것은 내 마음과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 제 생각과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아직 열어보지 못한 저의 마음과 생각을 보며 설레기도 했습니다. 책과 책장은 정말 사랑스러운 것입니다.
-
더지 영감님💌
저축은행 영업팀에서 부동산개발 관련 일을 하면서 무화과나무아래 공동체에서 대안적인 삶을 만들고자 하는 혼종과 시행착오의 현현이랄까요. 책과 재즈를 사랑하는 20대입니다.
화 | 화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은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화를 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하나쯤은 사랑하는 대상이 있을 테니까요. 저는 아끼는 것이 많아서 화도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화를 누르는 성향도 있습니다. 분명 기분이 언짢은 상황임에도 의도적으로 그 기분을 재해석해서 ‘다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이해해서 넘기는 편입니다. 내 부정적 감정을 전달해 봐야 서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 좋게좋게 넘어갔던 것이죠. 
 그런데 며칠 전,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분명 나를 아끼고 좋아하는데 왜 나를 화나게 하는 상황을 참고 이해하면서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생각보다 큰 전환이었습니다. 저는 누굴 탓하기 싫어서, 내가 넘어가면 넘어가는 것이라서 말하지 않았을 뿐인데, 사실 그게 저를 홀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제가 갑자기 화를 팡팡 내며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리게 되진 않을 겁니다. 여전히 저는 타인을 대할 때 반드시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나까지 관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아주 가만히 있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제 자신이니까요.
-
여름 영감님💌
인간 왜 그럴까?가 궁금해서 이것저것 배우다가 내가 제일 문제구나!?를 알게 되어 자기 고민이 많아진 사람. 책 만드는 곳에서 이것저것을 담당하고 있으며, 밤에는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마스크 | 이번 달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스크가 필수템이 된 지도 2년이 넘었네요. 마스크 없이 나섰다가 화들짝 놀라 집으로 돌아가던 어설픔도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전역과 함께 사라졌던 피부 트러블이 돌아왔고, 양치를 좀 더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피부를 잃는 대신 치아 건강을 얻었달까요. 

  그리고 얼마 전, 다음과 같은 트윗을 보았습니다. “마스크 해제라는 거 너무…이상한 듯. 마스크 벗게 되면 너무 야한 듯..? 노출이 심하지 않나?” 흥미로운 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러 심오한 질문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야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 ‘문화와 습관은 사람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 ‘동방예의지국에서 너는 마스크를 벗고 다닐 거냐’라는 유교적(?) 질문까지. 

  질문들을 곱씹다 보니 ‘야한 게 뭐 어때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바람이 맨 얼굴을 스치는 외설스러움, 날씨의 냄새를 깊게 들이마시는 야릇함, 상대의 표정을 째로 바라보는 방탕… 이런 ‘야함’이야말로 우리가 2년 간 기다려 온 것이 아닌가요. 물론 마스크를 벗느냐 마느냐 하는 갑론을박이 있고, 코로나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2 동안 얼굴을 맞대며 동고동락하니 어느덧 애증의 관계가 같네요. 하지만 여기서의 ‘애’는 빨리 손절해야 사랑임에 분명합니다. 모쪼록 마스크와 안전하게 이별하고 야한 세상을 마음껏 누비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신기루 영감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하는 걸 어려워해서 신비주의 콘셉트로 설정했습니다. 이상입니다! 
막 시작한 인스타그램 @editor_ivp22
엄마의 쪽지 | 머리가 굵어지고 감정선이 섬세해질 적부터 엄마는 종종 저에게 쪽지를 써주셨습니다. 편지라고 보기에는 간략하고 메모라고 보기에는 짧지 않은 작은 쪽지. 꽤 오랜 기간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쳤던 엄마의 직업을 떠올려 보면 그건 영 어색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갔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오면 식탁 위엔 데우기만 하면 금방 한 상이 차려질 수 있도록 한 끼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메모지에는 안도현의 ‘연탄 한 장’과 같은 시, 저에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말과 하나의 선으로 끊김이 없이 그려 내려가는 엄마 특유의 캐릭터-도깨비를 닮았다고 생각했던-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쪽지는 때때로 등굣길 제 가방 속에서 발견되었고, 우리 집을 방문한 친구에게까지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처음 가정을 꾸렸던 그 나이보다 더 어른이 되어 갓 돌 된 아이를 기르고 보니 어린 시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시부모님, 도련님 둘과 같이 신혼을 보내며 애 둘을 낳아 키운 엄마의 삶이 어땠을지. 두 손으로 일과 육아, 살림 세 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여유가 없었을 엄마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그럼에도 제 기억 속에 엄마는 늘 씩씩하고 살가운 엄마였습니다. 인기척 없는 고요한 집안에 덩그러니 혼자 있을 때도 엄마의 따뜻한 쪽지와 도깨비 그림 덕분에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만큼요. 
-
뚜뚜 영감님💌
초보 육아맘,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찾고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 <IVE> 매거진 | 뮤지션이자 책방무사의 사장님인 요조가 공동편집장이자 인터뷰어가 되어 인터뷰집 권을 완성했습니다. 출간되었을 때는 눈여겨보기만 했는데, 지난 제주 여행 책방무사에 들러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입했어요. 매거진 <톱클래스> 편집장 김민희, <뉴닉> 대표 김소연, 소설가 최은영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일하면서 인터뷰에 관심이 늘고 있는데, 멋있는 언니들에게 인터뷰어의 태도뿐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배웁니다. 유능하고 선한 사람들에게 받는 영감은 새롭게 짜릿하네요. 창창🌳
🍓 얼스어스, 딸기 케이크 | 좋아하는 동네에 위치한 카페 얼스어스. 친환경에 진심인 카페여서 좋아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맛이 좋기에 시즌마다 방문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한 2주 전에 이번 '딸기 시즌'이 종료된다는 공지를 확인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시즌 마감 전 방문을 노렸습니다. 우연히 기분 좋아지는 번개 같은 만남이 생겼고 친구에게 “얼스어스 가시죠”라고 제안하여 그렇게 시즌 종료 기념(?)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얼스어스는 매번 자리를 잡는 것이 어려웠기에 방문하면서도 자리가 없거나 메뉴가 동이 났을까 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자리도 딱 두 자리가 남아 있었고, 메뉴도 남아 있어서 기분 좋게 시즌 마지막 딸기 요거트 케이크를 시켰습니다. 케이크 하나를 두고 나눈 두 사람의 대화는 달콤 쌉싸름했지만, 그래도 뭔가를 마무리하는 느낌을 받았네요. 5월에는 그렇게 작고 확실한 즐거움을 찾아보면서 지내려고 합니다. 그 시작은 얼스어스의 “딸기 시즌”이었습니다. 제이제이🤵🏻‍♂️

*딸기 시즌은 종료되었지만, 뉴시즌 케이크가 다리고 있습니다(!)

*친구가 명동성당에서 사온 십자가는 멋졌습니다. 

🪑공개공지 | 동네에 신축 건물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그와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은 ‘공개공지’예요. 공개공지는 건물 주변에 나무와 벤치를 설치해서 휴식을 취할  있게 조성한 공간으로, 누구나 이용할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 길을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지 않은 한 잠시 머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일정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공개공지를 설치해야 하는 건축법이 시행되고 있다니  반가웠습니다. 

 공개공지와 같이 개방성을 갖춘 작은 공간들이 곳곳에 생긴다면 큰 공원이 하나 있는 같은 효과가 있겠다 싶었어요. 제 마음과 삶에도 이러한 ‘공개공지’를 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빽빽한 동네가 조금씩 한결 여유 있게 바뀌어 갈 것이 기대가 되네요. 

  영감님도 보물찾기 하듯 동네의 공개공지를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후이롱🦁

💬 요즘 고민 | 요즘 나의 신학 여정에 있어서 큰 결이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8년 전에 생각의 큰 전환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다른 것 같아요. 내 안에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기보다는 종합의 과정이 일어나고 있어요. 나는 신에게 다가가는 방향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혀 있어요.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 중앙부에는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이 있고,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잖아요. 바로 이 문제예요.

 안셀름 그륀(성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사)은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말하거든요. 원래 저는 이 관점에 깊이 천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줄곧 하나님, 하나님 나라와 같은 단어의 의미를 이 땅에서 발견하는 데 집중하는 신학의 큰 결을 따랐어요. 그런데 여러 이유로 요즘은 이 방향성에 갈증을 느껴요.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뿐만 아니라, 바울이 전한 인류의 신은 오히려 특수 언어가 아닌 보편 언어에 담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엔도 슈사쿠는 자신의 소설 『깊은 강』에서 신의 이름을 양파로, 토마토로, 다른 그 무엇으로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요. 과연 우리는 세계의 구원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신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일까요. 쿼카🦫

📮 일용할 영감은 상상인들과 영감님들(구독자)의
일상 속 영감을 모아 전하는 월간 뉴스레터입니다.

일용할 영감의 지속가능성이 되어주세요! 

방법 1) 일용할 영감 읽고 여기에 리뷰 남기기
방법 2) 친구에게 일용할 영감 소개하기  
방법 3) 상상인들 커피 사주기
카카오뱅크 3333-22-7920246 (최*영)

😘 따뜻한봄되세요 님 후원 감사합니다.
상상인들의 뉴스레터 💌 일용할 영감 
sangsangins1111@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