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림, 참 쉽죠?🖌️

1101레터

#14. 그림, 참 쉽죠?🖌️

밥 아저씨가 말씀하셨죠. 그림은 참 쉬운 거라고요.
오늘은 밥 아저씨처럼 그림은 쉽다는 생각을 가져볼까요? 오늘 1101레터에서 미술의 문턱을 낮춰드릴게요.

편집자가 만난

책 속의 그림

#1. 방구석 미술관

대학 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날은 유독 여행의 고단함에 지친 날이었죠. 갑자기 쏟아진 비에 옷은 다 젖고, 배낭 가방은 어찌나 무겁던지요. 20일가량 계속되는 배낭여행에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고단함을 이겨낼 작품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교과서와 각종 매체에서 많이 접한 그림이었지만, 실제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의 아우라에 압도당하는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미술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꼈어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방구석 미술관』 책을 읽었습니다. 『방구석 미술관』은 제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의 파편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책입니다. 이름은 알고 있는 작가, 어디서 본 적은 있는 작품, 하지만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던 미술사의 흐름을 참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에요.

『방구석 미술관』은 마치 제 방에 놀러 온 친구가 수다 떨듯이 미술에 대해 말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밑줄 치며 공부하듯 읽는 것이 아닌, 방구석에서 누워 편하게 읽는 것을 추천해요.

오늘은 문장이 아닌, 그림을 소개할게요. 바로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베르제르 바> 입니다.

잘 살펴보면, 어딘가 이상하죠?

정면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과 함께 뒷모습도 같이 보입니다. 정면과 뒷모습이 같이 보이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요? 여성의 뒤편에는 뚫려있는 것이 아닌 거울이 있어요. 거울이 있다면 정면에 뒷모습은 가려져야 하는데 뒷모습이 보이는 게 부자연스럽습니다. 마네의 실수일까요?

마네는 '두 개의 시점'을 하나의 그림에 넣었습니다. <폴리베르제르 바> 이전의 회화는 '단 하나의 시점'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하지만 마네는 이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한 그림에 복수 시점을 넣었습니다. 이러한 마네의 시도는 폴 세잔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해요.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 작품에는 두 개 이상의 시점이 표현되어 있어요. 이는 추후 피카소의 수십수백 개의 시점이 담긴 입체주의 작품에도 영향을 줍니다.

당시에는 그림의 주제가 역사, 종교, 신화였습니다. 원근법을 지키며, 단일 시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법칙이었고요. 마네는 이러한 법칙을 파괴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 그림을 통해 이 세상에 무조건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나중에는 틀릴 수 있고, 지금의 오답이 나중에는 정답일 수 있기 때문이죠. <폴리베르제르 바>를 보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보다

방구석 미술관

편집자가 만난

책 속의 그림 그리는 법

#2.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유튜브를 봐도 엄청나게 잘 그리는 사람들이 차고 넘칩니다. 심지어 "참 쉽죠"라고 말하던 밥 로스 아저씨의 그림도 결코 쉽게 그릴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이지만 막상 종이를 놓고, 펜을 들면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막막함을 넘어 눈 앞에 있는 아무거라도 그려놓고 보면 이게 잘 그린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자꾸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멋진 그림들과 비교되면서 못 그렸다는 생각만 듭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박물관에 걸려있는 명화를 그릴 수 없고, 누구나 처음부터 자랑할만한 멋진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교하고, 제 그림에 겁부터 먹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더 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근사한 그림을 그려서 자랑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지 못하는 제 마음으로 훅 꽂힌 제목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한 기술적인 방법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면서, 한 그림 유튜버가 그림 그리기에 빗대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설명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저 겁이 나서 펜을 들기 힘든 사람에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가득한 사람에게, 욕심과 열등감으로 선뜻 시작을 못하는 사람에게 건네고 있는 따듯하지만 단호한 어떤 위안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뚫어낸 경험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았기에 가능한 문장들로 책은 짧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풍성했습니다. 무언가 이어나가고 견뎌나갈 힘이 필요해질 때, 꺼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책을 만난 느낌입니다. 그래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게 가까운 곳에 간직해두려고 합니다.

편집자. 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법에 빗대어 자꾸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그림이나 수영이나 글쓰기나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3.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명화로?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에게 마스크를 권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포스터를 통해 "마스크를 써라", "예방수칙을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는데요. 우크라이나에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명화를 통해 위트 있고, 기억에 남도록 예방수칙을 알렸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조합에 감탄했어요.👍

명화로 만나는 예방수칙😷

오늘 1101레터로 그림이 정말 쉬워지셨나요?
다음 1101레터는 6월 30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1101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보다 책도 사람도 자세히 보고 기록하고 싶어요.

🙋하다 권하는 사람, 책 읽는 마케터, 스타트업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1101레터는 일상과 일에 영감을 주는 하나의 문장을 전하는 뉴스레터입니다. 격주 수요일마다 책, 세상, 사람 등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문장을 모아 소개해요. 1101레터는 1101독서모임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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