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래소는 MBTI가 아마도 EEEE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친화력과 긍정마인드를 자랑하는 사람이야. 아마 내 옆에 있었으면 기가 빨려서 피했을 것 같긴 한데, 나처럼 그런 그를 마주하고 당황스러워하다가 마침내 감화되는 다른 캐릭터들의 변화를 지켜보는건 기분 좋은 일이었어. 이런 장르의 미덕은 사건이 벌어져봤자 결국은 해결되고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꽤나 빠른 템포에 위트 있는 대사도 보는 내내 긴장감을 풀어줘. 무엇보다 어떻게든 테드 래소를 통해 팀을 나락으로 보내려는 리베카와 그 모든 위기를 웃으며 얼렁뚱땅 해결해버리는 테드 래소의 케미가 유쾌해. 긴장감 넘치는 스포테인먼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 그보단 각자 약한 면을 지닌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 마음을 모아 그 순간을 견뎌내는지 보여주는 따뜻함에 강점을 지닌 드라마거든. 그래서 (나처럼)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봐도 무방해. 장단점은 있지만 누구도 밉지 않은 개성강한 캐릭터들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동시 다발적으로 구축하고, 그 위에 촘촘한 대사를 올려 오로지 말로만 웃기려 한다는게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해. 실제로 난 에피소드 한 편당 적어도 한번은 소리내서 웃었어.
요새 다정함에 대해 많이 생각해. 문제를 발견하는 예리한 지적이나 예민한 사람들이 갖는 세심함도 좋아하지만 그런 민감함보다 가끔은 무던한 담담함이 그리울 때가 있는 것 같아.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많이 할 수록 일을 잘하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거든. 하지만 때론 긍정적인 말과 태도가 훨씬 일을 잘 굴러가게 하더라고. 나도 점점 편협해져서 찰나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파악한 듯 굴 때가 있어. 싫을 수록 그 판단의 속도는 빨라지고 말이야. 하지만 내 안의 다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그럴 수도 있지’를 일부러 많이 되뇌이려고 노력해. 세뇌하다보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게 될 수 있잖아. 모든 것에 따지려 들지 않고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는거야. 테드 래소가 바로 그런 존재야. 테드 래소는 심지어 진 경기 후에도 선수들에게 금붕어가 되라고 해. 실수는 빨리 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거지. 요즘 우리한테 그렇게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푸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 [테드 래소]가 웃기면서도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