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다이소 대형화 전략 2.프리즈·키아프 후기
 2023.09.13 23-036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변화하는 다이소에서 프라이마크 향기 느껴진 거야
  02 커머스 관점으로 바라본 2023 프리즈·키아프
  03 뉴스 TOP5 - '메디힐 팝업스토어 방문기'

   

다이소에서 프라이마크향이 느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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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다이소

다이소 매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 70평 남짓이던 다이소 매장의 평균 면적이 최근에는 100평 이상까지 확대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냥 들었을 때는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움직임이긴 합니다. 균일가 판매를 고수하며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는 다이소에게, 높은 고정비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소가 적극적으로 대형화 전략을 펼치는 까닭은, 경쟁 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다이소가 코로나 팬데믹 때 경험으로 인해,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까지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미 유통산업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인데요.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접근성 하나에 기대어 고객을 모으던 관행에서 벗어나, 반드시 방문해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이소의 대형화 전략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매장이 커지면 경험도 커집니다

그렇다면 다이소 매장이 커질수록 무엇이 달라질까요? 우선 당연히 매장 면적이 넓어지면 판매하는 상품이 다양해집니다. 다이소는 최근 SSM이나 편의점보다 저렴하게 식품을 판매하기도 하고요. 지난해 7월부터는 스포츠웨어, 이지웨어, 홈웨어 등으로 패션 카테고리마저 확장했습니다. 이러한 상품 구색 확장을 통해 다이소는 3가지 이점을 얻게 됩니다. 일단 고객 관점에선 우선 방문주기가 짧아지고요. 동시에 다이소는 객단가를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부가적으로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익률도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역시나 객단가인데요. 다이소는 균일가 프라이싱을 하고 있고, 심지어 가장 비싼 상품도 5,000원에 불과합니다. 공급망 관리를 통해 마진율 관리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객단가가 낮은 이상 고객당 얻는 이익액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더군다나 초저가를 지향하는 다이소의 특성상 가격 인상은 쉽지 않기에, 앞으로 마진율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다이소 비즈니스 모델의 영속성을 위해선 객단가를 최대한 키워, 마진율이나 개별 상품에서 얻는 이익은 적더라도, 총마진은 최대화시키는 전략을 택한 겁니다. 이를 위해선 매장 대형화가 필수였던 거죠. 물론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매장이 커지면, 이에 따라 고정비는 증가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상품의 확장으로 인한 구매주기 개선과 객단가 상승으로 얻는 이익의 순증이, 이를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


사실 이러한 다이소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프라이마크가 떠올랐습니다. 프라이마크는 자라, H&M 등 경쟁자와 달리 오직 오프라인 채널에만 집중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대신 압도적인 크기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9년에 문을 연 버밍엄 메가스토어는 무려 5개 층 4,500평에 달할 정도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성인남녀는 물론, 키즈, 뷰티, 심지어 홈리빙까지 매우 광범위한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고요. 그래서 프라이마크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은 마치 마트에 방문한 것처럼 카트를 끌며 물건을 쓸어 담아 구매를 하곤 합니다. 이처럼 프라이마크야말로 박리다매라는 본질에 가장 걸맞은 사업 모델은 구축한 거라 평가할 만한데요. 아마 장기적으로 다이소가 꿈꾸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용 관리는 영원한 숙제

각 상품 카테고리 별로 평균적인 마진율은 알 수 없지만, 아마 다이소는 구색 확장을 통해 마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을 걸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어 식품은 이익은 적더라도 고객을 모으는 로스 리더로 활용하고요. 상대적으로 상품 구성이 단출하고, 평균적인 마진율도 높은 패션 상품은 추가 구매로 객단가도 키우고 이익도 보전하는 역할을 맡기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상품 구성이 복잡해질수록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이슈가 분명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장점이 있는 동시에 단점 또한 확실한 건데요. 기존에 쌓아온 역량이 충분한 생활용품과 달리, 타 카테고리에선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특히 식품이나 패션은 재고 관리가 어렵기에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또한 대형 매장의 고정비를 낮추려는 노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앞선 프라이마크는 패션의 비중이 절대적 인터라 매장 관리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용이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소는 더 다양하고 많은 품목을 다루는 만큼, 진열이나 매장 재고 관리에 있어서 더 정교함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매장의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위태로운 외줄 타기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비용 관리 없이는, 결국 높아진 고정비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이소는 워낙 이와 같은 운영 역량이 뛰어난 곳이기에,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해내리라 기대합니다.

   

커머스 관점으로 바라본 2023 키아프·프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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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각축장, 아트페어

지난 9월 10일을 끝으로, 서울을 뜨겁게 달궜던 아트페어, '2023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막을 내렸습니다. 6일 개막하여 9일까지 진행된 프리즈 서울엔 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이보다 하루 더 문을 연 키아프 서울에는 8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키아프 기준으로 작년 대비 15% 정도 증가한 수치입니다. 아쉽게도 두 아트페어 모두 거래액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업계 추정으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거란 평가가 많다고 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프리즈는 6~8,000억 원 대, 키아프는 이의 1/10 정도 규모였다고 하네요.

이처럼 아트페어가 불러오는 경제적 효과는 이미 상당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아트페어란 전시 목적이 아닌 판매가 주목적인 일종의 미술 시장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는 이들만 즐기던 아트페어가 작년을 기점으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키아프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국내 미술 시장 규모 역시 1조 원 대를 돌파하였고요. 이제 아트페어는 그 자체로 엄청난 크기의 시장이자, 많은 브랜드들이 노리는 새로운 커머스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트페어가 잘 팔리는 이유

이와 같이 키아프 서울이 확 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감하게 프리즈와의 동행을 선택한 결단이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였던 키아프였지만, 더 빠른 성장과 더 큰 명성을 갈망하고 있었고요. 프리즈는 한국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둘의 니즈가 서로 부합되면서 작년부터 5년 간 공동개최한 거로 합의한 거였는데요. 일단은 실리는 프리즈가 챙겼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키아프, 더 나아가 한국 미술 시장에도 득이 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키아프가 원했던 건, 아트페어를 기점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이들이 자연스레 컬렉터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었을 텐데요. 프리즈가 피카소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가져오면서, 확실하게 아트페어는 역대급 흥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실제로 행사장 내에서도 사람이 몰린 곳은 이러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고요. 이렇게 형성된 대세감 덕택에 키아프와 프리즈는 연일 북적거릴 수 있었습니다.


자본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아트페어 만의 프라이싱 모델도 개인적으론 감탄했던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의 입장권은 선택한 날만 입장 가능한 일반 티켓. 그리고 최대 4일 입장 가능한 프리뷰 티켓. 마지막으로 일반 관람객 대비 하루 앞서서 방문 가능하며 여러 부가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VIP 티켓으로 나눠져 있었는데요. 가격 차등을 통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여, 기존 핵심 고객들의 경험은 유지하면서 확장성은 더한 영리한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오픈런 등으로 인한 고객 경험 저하로 핵심 고객이 이탈하는 일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고요. 특히 프리즈 서울의 경우 입출구를 3개로 늘리고, 편안한 동선 설계 및 시간 예약 도입 등을 통해 보다 쾌적한 관람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시 환경 수준 개선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대세감 형성 콜라보와 세심한 경험 설계가 만났으니, 아트페어가 흥행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아트와 커머스는 서로를 배워야 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리테일 매장이나 행사에 비해서 분명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개별 작품이나 작가의 매력에 대해 전하려는 노력이 적어 보였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커머스 구매 전환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상품 소개 콘텐츠입니다. 다만 처음 경험한 아트페어는 상품을 알리기보다는, 상품에 대해 잘 아는 고객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에 가깝다고 느껴졌고요. 물론 QR코드 등을 넣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상세 설명을 전달하거나요. 엽서 등의 굿즈 등을 제공하며 작품을 각인시키는 시도들도 종종 보였지만, 여전히 아트와 대중의 간극은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국내 전시들이 다양한 기획을 통해 보다 쉽게 이를 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욱 아쉬웠고요.

또한 아무래도 개별 갤러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아트페어 전체를 연결하는 경험이나 색채, 브랜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다소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프리즈가 세심한 조명 관리의 디테일로 개별 부스의 매력을 더한 것은 좋은 포인트였고요. 작년에 호평을 받아, 올해도 이어진 특별전과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키아프 플러스 같은 기획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키아프 플러스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가 부재하여 사전 조사 없이 왔다면 이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조차도 빛이 덜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고객 경험이 중요시되면서, 리테일이 전시회의 여러 속성들을 빌려오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매를 위한 전시, 아트페어 관람은 참으로 흥미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기회가 되신다면, 국내 아트페어나 미술 행사들을 방문하셔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들을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니, 모두에게 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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