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납 취급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노동자의 혈중 납 농도는 45 μg/dL이고 작업장의 납 노출 환경은 개선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제 검진 전에 킬레이션을 투여했는지에 따라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1. 킬레이션 없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경우
혈중 납 농도 45 μg/dL가 검진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이는 공단 실무지침에서 제시하는 D1의 수치 기준에 해당합니다.
검진 의사는 이 수치와 증상, 다른 검사 결과, 노출 이력을 종합해 건강관리구분과 업무적합성을 평가합니다. 2개월 간격의 혈중 납 추적검사도 권고됩니다.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작업전환이나 작업환경 개선 등의 사후관리 소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D1 판정이 곧바로 작업배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업무적합성과 필요한 조치는 건강상태와 노출조건을 함께 고려해 정합니다.
이 경우 높은 혈중 납 수치가 명확하게 확인되어 필요한 보호조치를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됩니다.
2. 킬레이션 후 낮아진 수치만 검진에 반영된 경우
이번에는 같은 노동자가 검진 전에 킬레이션 약물을 투여받아 혈중 납 농도가 25 μg/dL로 낮아졌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작업장의 납 노출 환경은 여전히 같습니다. 그런데 검진 의사에게 투약 전 혈중 납 농도가 45 μg/dL였다는 사실 및 치료 이력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검진에서 확인한 25 μg/dL는 앞서 설명한 D1의 수치 기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0 μg/dL 이상에 적용하는 추적검사 권고 기준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래는 검토했어야 할 추적검사, 작업전환, 작업환경개선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최소한 1년간 높은 수준의 납에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두 상황에서 작업장의 납 노출 환경은 같았습니다. 그러나 검진에 반영된 수치가 달라지면서 보호조치의 출발점에도 차이가 생겼습니다.
킬레이션으로 혈중 납 농도가 낮아진 것은 실제 약물 효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작업장의 납 노출이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검진 의사가 투약 전 수치와 치료 이력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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