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없는 서울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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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 💌 제 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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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없는 서울에서 살아남기>

🦘: 얼마 전 집중호우로 서울에 10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사망한 8명 중 4명이 반지하 주택에 살던 사람인 것이 알려지며 반지하 주택의 취약성이 드러났는데요. 주택은 우리의 삶과 불가분한 영역인 만큼, 거주지의 위험성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레터에서는 ‘반지하 전면 불허’와 ‘전세 제도’를 고루 다뤄보았습니다.

#반지하 전면 불허

🙅 서울시: 반지하 전면 불허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최근 기록적인 폭우와 침수로 재해 취약 주택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안전 대책으로 거주용 반지하 전면 불허 계획을 밝혔는데요. 앞으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서울 시내에 있는 기존 지하·반지하 주택도 사라지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상습 침수 구역, 침수 우려 구역을 조사하고 건축법 개정을 건의하여 정부와 협의를 통해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한다는 것이죠.

🤷 반지하 거주민: 그럼 당장 우리는요

서울에는 약 20만 가구가 지하·반지하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서울 전체 가구의 5%에 해당합니다. 서울시는 기존 세입자들의 실질적 이주를 돕기 위해 ‘주거 상향 사업’과 ‘주거 바우처’를 대안으로 제시했는데요. 먼저 전자는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며 대체 주거지 마련을 돕는 사업입니다. 후자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에 월세를 지원하는 것으로, 월세 보조 바우처를 신설하여 반지하 거주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주할 경우 월 20만 원씩 최대 2년간 지급하고 주거 급여도 정부와 협의해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 반지하 제로? 현실성 제로!

유예기간을 둔다고는 했지만, ‘반지하 제로(0)’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주거 상향 사업을 통해 지난해 서울 내 공공주택에 입주한 가구 중 반지하 대상은 약 650가구로, 서울 시내 반지하 가구의 0.3%에 불과한데요. 공공임대주택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반지하 거주민에게 할당하면 청년, 노인 신혼부부 등 다른 수요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주거 바우처의 경우 현재 쪽방 등 취약 주거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월 12만 원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반지하 가구에 대한 지원금이 이보다 대폭 늘어난 20만 원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 결국 정답은 공공임대주택 확대

저지대 주택 침수 피해가 심각했던 2010년에도 서울시는 반지하 공급을 불허하였으나,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반지하는 존재하고 침수는 반복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체계적인 거주 이전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결국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주거 대안이 관건이라고 평가합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없이 정비 사업을 통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은 세입자 내몰림만 초래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이름과 형태만 다른 ‘반지하’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주거 취약 계층의 사회 경제적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첫걸음, 심층 실태 조사

이에 정부는 재해 취약 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심층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통해 반지하에서 이사를 원하는 거주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주거나 임대 보증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이주를 원하지 않는 경우 침수 방지시설 설치 등 주택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위해 세입자,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 등과 협의를 통해 오는 9월부터 합동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또한, 도심 내 주거 취약 계층 지원 확대를 위해 도심 신축 매입약정 물량을 기존 3만 9,000가구(2017~2021년)에 더해 약 15만 가구(2023~2027년)를 추가하고, 전세 임대 확대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경제적인 여건을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인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하여 “금지, 퇴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다 보니 거부감이 생기는 거 같은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12년 만에 다시 뽑아 든 만큼, 실효성을 갖추어 주거 안정감을 주는 방침이 되길 바랍니다. 💪

by. 🍒메리

#전세 제도

🇰🇷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였어?

전세 제도는 집주인이 거주 공간을 제공하고, 세입자가 전세금을 빌려주는 사금융기능이 복합된 형태입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지렛대 삼아 추가로 집을 사들였고,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돈으로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한국에서 사회초년생 시절 월세로 살며 목돈을 모아 전셋집을 얻은 후, 점차 늘어난 전세금을 종잣돈 삼아 내 집 마련을 하는 식으로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죠. 그러나 전세 제도에도 단점이 있는데, 바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인 보증금 미반환 위험입니다. 확정일자 제도와 보증보험을 통해 위험을 제거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이런 단점과 더불어 전세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원흉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를 유지하느냐 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 전세는 월세로 바뀌어 가는 중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했습니다. 임차인들이 전셋값 상승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집주인, 즉 임대인이 보증금을 올리겠다는 요구를 하면 임차인의 보증금 미회수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높은 보증금을 지불한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매매가(집의 실제 가격)가 전세가(보증금) 밑으로 떨어지면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기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것이죠. 임대인 입장에서도 월세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해졌습니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주택 관련 보유세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매달 들어오는 월세는 귀중한 납세 재원이 됩니다.

🤕 전세 사기, 너도나도 당할 수 있어

집주인이 의도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신축 빌라에서 자주 발생하는데요. 보통 건축주가 자체적으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비싼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때 집을 사는 사람은 실제 주택 매수 의사는 없이 명의만 제공하는 ‘바지 집주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사기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는 것인데요.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반환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상품입니다. 그러나 집주인이 HUG에 다른 채무가 있으면 보증 가입을 거부당하는데, 임차인은 집주인의 채무 여부를 알기 어려워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 정부, 떼 먹힌 내 돈 어떻게 해결할 거야?

전세 사기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내놓고 깡통전세를 이용한 전세 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방침을 정했습니다. 악성 집주인 명단 공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 세부 이행 계획서에도 넣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의 반발,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이슈로 인해 수개월째 보류되고 있습니다. 또한 집주인에게만 유리했던 표준계약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현행 표준계약서상 집주인의 체납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가 아닌 ‘권고’로 대부분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고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무적으로 체납 사실을 알리도록 하거나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체납 사실을 확인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 집 마련의 꿈, 이를 이용한 전세 사기가 점점 늘고 있는데요.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대상이 많아 피해가 더 크다고 합니다.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내 집으로 가는 여정에서 피해가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구제방안과 처벌을 강화해 모두가 안전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by. 🔑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