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샤.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소녀.
이토록 그를 잘 설명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소녀이기도 했다가, '그 남자'이기도 한 미스테리한 인물은 정체가 무엇일까요.
소설 속 주인공은 7년 동안 글을 쓰지 못한 소설가입니다. 그런 그녀가 신문을 보다가 원작자를 찾는다는 문구와 함께 게재된 광고 속 소설을 읽고 깜짝 놀랍니다. 자신이 오래전 습작처럼 썼던 이야기인 거예요. 어릴적 비밀 일기장이 공개된 것 같은 기분이었을까요? 바로 연락해 작품을 게재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광고를 게재한 이는 자신의 남편이 본인이 이 글을 썼다고 말했고, 남편이 사라져 그에 대해 알기 위해 광고를 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진짜 글을 쓴 원작자는 여자인데다가 버젓이 숨쉬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기묘한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그 남편이란 작자의 삶을 들춰보는 이야기입니다.
엠이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면서
그와 보폭을 맞추어 걷고 있었다.
침묵과 순종.
문득, 엠은 진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님은 어떨 때 사랑이 보여진다고 생각하세요? 우스갯말로는 별 거 아닌 것들에도 상대를 귀여워하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거래요. 저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무한히 배려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느껴요. 책에서는 상대의 보폭에 발 맞춰 걷는 모습을 두고 침묵과 순종이라고 일컬었지만, 저는 복잡하게 계산할 거 없이 상대를 신경 쓰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이 사람이 부담을 느끼진 않을지, 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고민하며 곁을 지키는 거요.
약점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숨기는 게 있거나 곤란해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제각기 다르긴 하지만 약점을 지니고 있죠.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죠. 숨기고 싶은 과오들이요. 모든 게 가짜 투성이인 그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나서도 무작정 그를 욕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가 어떤 잘못들을 했는지 다 봤는데도 말입니다. 여러 인물들의 민낯을 독자의 관점으로 엿보면서 위로도 받고 공감도 하고 안쓰러움이 스미기도 했어요.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어떤 사람이든 숨기고 싶은 비밀이 다 존재하는구나', '누구라도 따뜻한 손길을 마다하진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깃들었답니다.
by.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