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만 지나면 2주 연속 공휴일이 있어! 다들 어떻게 보낼 계획이야? 나는 아마 이번에도 침대 속에 있을 것 같아. 예전에 친구가 욕창 안걸리게 조심하라고 한 적이 있어. 그래서 난 꽤 골고루 뒤집어가며 누워있는 편이야. 그래도 모처럼의 휴일이니 해보고 싶은건 밥 잘 챙겨먹기야. 며칠 전 친구가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멈추지 않더라고. 그걸 보니 나도 제대로 만들어서 나한테 대접해주고 싶었어. 실상은 족발을 시킬까말까 고민하는 1인 가구지만 말이야. 대체로 혼자 잘 사는 편이지만 동네 친구나 룸메이트를 꿈 꿀 때도 있어. 족발을 시켜먹고 싶거나 마음이 지쳤을 때 퇴근 후 급만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할 것 같거든.

이번 주 추천해 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사랑이라 말해요]는 행복하는 법을 잃어버린 두 남녀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러브 스토리인데, 전형적인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도 있어. 적의를 가진 두 가족의 자녀들이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거든. 하지만 격정적인 치정극은 아니야. 오히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의 분위기를 닮아있어. 금기된 사랑은 오랜 세월 다뤄왔던 주제지만, 소재의 클리셰만큼 앞 뒤 안가리고 불타오르기엔 우주와 동진의 삶이 현실의 무게에 눌려 너무 버거워. 그런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는, 헤어짐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신선했어. 


삼남매 심혜성(김예원), 심우주(이성경), 심지구(장성범) 중 둘째 우주는 아빠가 17살 바람으로 패물을 들고 집을 나간 후, 엄마도 병에 걸리면서 꿈도, 대학도 포기한 채 집안의 실질적 가장으로 살아왔어. 그래도 나름 삼남매끼리 특별히 행복하진 않아도 특별히 문제가 있지도 않았던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돼. 게다가 아빠의 유일한 유산인 지금의 집이 현재의 아내인 희자 명의로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되지. 희자가 집을 처분한 돈으로 아들 한동진(김영광)의 회사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주는 그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취직해 복수를 노려.  


드라마 초반 우주는 분노에 쌓여있어. 평생 분노를 견디며 살아왔지. 엄마의 친구였던 희자가 아빠를 빼앗아가고 삶이 망가졌다는 분노, 집을 빼앗겼다는 분노, 잘먹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동진에 대한 분노.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삶을 똑같이 망가뜨리고자 하는게 목표였는데 가까이에서 겪어본 동진은 미련하리만큼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이었어. 7년 사귄 여자친구가 1년 동안 바람피는것을 참아주고, 갑자기 청첩장을 보내와도 사람들에게 이별 사유를 말한 적이 없어. 동진은 자신이 뱉는 말에 상처받는 상대의 얼굴을 보기보다 자신이 참는걸 택하는 인간이고, 우주는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지레 겁을 먹고 방어를 위해 공격을 택하는 인간인거지. 그런 두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거야.

7화에서 우주가 동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장면을 좋아해. 평생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가족을 우선하며 살아왔던 우주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었는데, 하필 자신의 아빠가 바람핀 여자의 아들이라니. 정신차리라고 자신을 다그치는 친구 윤준(성준)과 말다툼을 하던 중 그 모호한 감정의 실체가 말로 뱉고 나서야 사랑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표정이 좋았어. 살면서 내가 나를 컨트롤 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면 그건 사랑하게 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 끝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은 막을 수가 없고,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저 잠깐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다들 경험해봤을거야. 그래서 그 사랑은 틀린 것일까? [사랑이라 말해요]라는 제목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우주가 미움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을 찾는 과정에 대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미움 대신) 사랑을 말해요 라고 느껴진달까? “연애가 아니면 사랑이라도 하자”는 대사가 있는데, 결국 [사랑이라 말해요]는 우주와 동진을 비롯해서 사랑으로 구원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우리도 축축한 등짝을 가진 사람이 혹시 생각난다면 응원과 위로, 사랑을 보내주도록 하자.


우주와 동진 외에도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도도 흥미로워. 우주에겐 언니 혜성, 남동생 우주와 대안가족처럼 살아가는 친구 준이가 있어 매일 동네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술 한잔을 걸치기도 해. 동진과 공동대표이자 학교 선배인 최선우(전석호) 역시 정반대의 호쾌한 성격으로 때론 철없어 보여도 동진의 감정을 따뜻하게 살펴주는 인물이야. 주조연이 어우러져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인데, 소모되는 인물이 없고 각각의 사연 역시 드라마의 맥락에 힘을 실어줘서 스킵하고 싶은 장면 없이 볼 수 있었어. 앞서 언급했던 [나의 아저씨]에는 이선균의 삼형제가, [나의 해방일지]에는 김지원의 삼남매가 있었지. 두 드라마에서 밤이면 항상 이들이 모여 술 한잔을 기울이는 복작함과 온기를 좋아했다면 [사랑이라 말해요]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내어주게 될 거야.


나는 사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야.([더 글로리]와 [오징어 게임]으르 아직도 안본 사람 여기있습니다..) 특유의 과장된 연기나 인과관계를 무시한 장면들을 못견디는 편이거든. 극적허용에 관대하지 않달까.. [사랑이라 말해요]는 그런 점에서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 동진은 매일 다 헤진 백팩을, 우주도 항상 같은 크로스백을 메고 다녀.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튀지는 않아도 한컷 한컷 의미 없이 찍지 않았음이 분명한 촬영들까지, 사전 기획이 탄탄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 그렇게 치밀한 계산이 감정을 끌어낸다니 신기하지 않아? 난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기꺼이 많이 울었어.

소소한 관람포인트1. OST

내가 자주 들었던 노래 두곡이 리메이크 되어 나오더라고. 그래도 역시 나는 내가 듣던 버전이 좋은 것 같아.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이야.

소소한 관람포인트2. 제작진
연출 이광영 감독은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김영광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며느라기] 감독이기도 해. 각본이 좋아 찾아보니 김가은 작가는 무려 이 작품이 데뷔인 모양이야.

소소한 관람포인트3. TMI 퀴즈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TMI영상인데 아직 드라마의 여운에서 나오지 못해서 그런지 몹시 흐뭇하게 보게 되더라고. 캐릭터와 사뭇 다른 배우들을 보는 것도 즐거워! 그러고보니 주연 배우들 중 3명이나 모두 모델 출신이야. 눈이 즐거웠단 뜻이야😂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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