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 없음) AI 기업의 '벤치마크'가 된 수학, 그에 대한 반발
전문가 의견 26-114 필즈상 수상자 25인, 수학-인공지능 불일치 경고

2026.9.13. **엠바고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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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
    •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 필즈상 수상자 25명은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과 수학 분야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 수학자 테렌스 타오는 자신의 홈페이지 및 Math and AI 웹페이지에서 “지난 한 주 동안 논의를 통해 마련된 선언문에 최소 25명의 수상자 명단을 올리게 됐다.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조속히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라며 성명을 공개했습니다.
    • 이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뤄진 대형 언어 모델(LLM)의 수학적 능력 향상을 언급하며, “AI 기업들이 수학 문제 해결을 벤치마크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와 수학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AI 기업의 목표와 수학계의 목표는 심하게 어긋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특히 “(수학) 문제 해결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일 뿐, AI의 세계에서 이 점을 간과하면 도구가 본래의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참/거짓 명제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기보다는 오히려 비옥한 토양을 파괴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수학자들은 이 현상이 “다른 과학 및 창의,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더 큰 불일치 문제의 일부”라며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사회 전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 참여 전문가
    • 엄상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산수학그룹 CI
    • 권현우 브라운대 응용수학과 박사과정
    • 박한우 영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사이버감성연구소・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디지털융합비즈니스대학원 교수, 영국 옥스포드인터넷연구소 전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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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산수학그룹 CI
*2026.9.13.


이번에 나온 성명은 매우 시의적절합니다. 

LLM을 이용하여 수학적 구조와 방법론을 좀더 잘 이해하여 수학 연구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만, 현재 일부 AI 업체들이나 일부 사람들은 단순히 미해결 문제를 LLM을 통하여 해결하였다는 것만 신경쓰고 그것을 실제로 깊이 이해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작업은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AI 업체들의 LLM을 활용한 연구는 LLM이 생성한 수학 논문을 컴퓨터가 확인가능한 lean이라는 언어로 작성된 형식 증명으로 만들어서 검증만 통과하면 정리가 참이므로 끝났다는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대접하고 있습니다. 보통이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저널에 심사를 받도록 투고하여 인간 심사자들의 평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작업을 위해서는 인간 저자가 필요하며, LLM 업체들이 많은 수학자들을 고용하고 있으면서도 저자에 사람을 넣는 것을 피하고 있어서 수학자들의 논문 심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작성된 논문도 수학적으로는 맞겠지만 글쓰기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 함께 수학을 발전시키자면 논문을 잘 읽을 수 있게 작성하고, 여러 강연을 통하여 지식을 전파하면서 모두가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과정에 대한 노력이 없다는 점을 성명이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학자들의 원래 문화는 논문을 다 쓰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깊게 생각해서 더 발전시키고, 논문을 완성하고 나면 강연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여 모두 함께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LLM 활용한 수학 난제 해결 소식에서는 그런 것이 많이 부족하였으며 이번 성명은 그런 문제점을 잘 지적하였습니다.

최근에 수학적 내용은 전혀 모르면서 단순히 LLM을 통하여 어떤 작은 문제의 반례를 작성하였다는 식의 비수학 전공자들의 논문이 많이 늘어나는 형편입니다. 이제까지는 수학적 전문성이 있어야 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을 쌓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었으니 아마추어들의 관심이 반갑기도 하지만, 최근 상황은 수학적 전문성은 전혀 없으며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실제로 작성된 논문은 사람이 읽기가 매우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LLM을 활용하여 대량의 문제를 동시에 도전하여 그 중 몇 개를 해결하였다는 식의 연구는 수학계의 새싹을 잘라 황무지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도 LLM과 수학 연구의 관계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되며 이 성명 또한 그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sangil@ibs.re.kr
권현우 브라운대 응용수학과 박사과정
*2026.9.13.


Q. 이번 성명의 내용에 대한 수학 및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가장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인간수학협회(https://www.ahmath.org/)의 성명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근래 수학계에서 나왔던 성명문 중에서 제 주변만 하더라도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성명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식의 평가, 인력 양성 방향에 대해서 조금씩 언급하고 있으나, 이 선언문에서는 200년간 현대 수학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면서 수학의 연구 방향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학과가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관점으로는 이 문제를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 적어도 제 관점에서 이 설명문의 이야기를 한글로 풀고자 합니다. 


이미 성명문에서 잘 이야기하듯이, 수학 연구는 문제를 풀며 수학적 대상에 대한 고찰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고, 그 핵심 주제에 대해서 더 명확한 이해를 하는 걸 목표로 해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개개인의 취향과 생각이 다르듯이, 같은 대상이라고 할 지라도 사람이 가진 그 고유한 역사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그런 부분이 수학의 다채로움을 만들어왔습니다. 제 전공인 편미분방정식을 예로 든다면, 같은 방정식이라고 할 지라도, 어떤 사람은 어떠한 정칙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정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고, 이 방정식에서 나오는 동역학이 어떤식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으며, 어떤 사람은 어떤 물리적 실체를 잡기 위해 자칫 괴상해보일 수 있는 함수공간을 설정해서 그 물리적 실체를 잡아내는 연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에 수학을 도구로 사용해서 그간 연구를 했던 분야의 종사자가 쓴 글들을 보면, 수학 연구가 행해지고 있는 관행과 그 목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수학에서 그간 연구하던 난제가 풀리는 과정은 저는 화룡점정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용의 몸통을 모두 다 그리는 과정을 수학의 한 분야에 대한 얼개를 이해하고, 비늘을 하나씩 채우며 그 문제에 대한 이해를 하나씩 채워나갑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다 끝나서 눈을 그리는 과정, 이게 난제가 그간 풀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난제가 풀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수학적 이해가 충분한 상태로 한 두 스텝만 넘기면 문제를 풀 수 있는 과정들이 있는 상태들을 대부분 보아 왔습니다. 난제라는 것을 설정함으로써 그 문제가 담고 있는 여러 관점을 더 개발하고, 수학자들은 이 수학적 대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수학 문제에 대해서 참과 거짓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참과 거짓으로 이끌어가는 그 논리와 도구를 만들어 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100년 이상 못 푼 난제를 풀어낸 것이 잘 된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수학 연구를 직접 하지 않고 외부자 입장에서 쉽게 말하는 문제라고 생각해 매우 유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성명문에서는 급하게 발표되어 새로운 방법과 아이디어의 발굴, 그리고 관련 선행 연구에 대한 인용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여 저작자 표시 및 표절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심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OpenAI가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한 Navier-Stokes 방정식의 대역 정칙성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참고문헌이 누락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초기에 Gonzalo Cao-Labora(EPFL)이 X에서 캡쳐한 스크린샷에서도 언급되었듯이 (https://x.com/GonZalocla/status/2097386569082577175) 기존의 수많은 시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은 물론이며 인용된 연구도 AI가 적당히 끼워맞추기로 인용한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9월 11일 금요일에 하버드에서 Javier Gomez-Serrano (브라운대학교) 교수의 해설 강연을 통해 이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의 폭발해를 건설한 과정을 이해한 바에 따르면, 지금 버전에서도 수학연구의 관점에서 이 연구를 진행했을 때 참고해서 진행했을 법한 논문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타 전공자와의 토론을 통해, 적어도 수학 내부에서는 서스턴의 글을 시작으로 어느 정도 기초적인 합의가 되었던, 수학을 하는 활동에 대한 정의가 다른 분야의 종사자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지식의 생산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인지했고, 인접 분야의 전공자들이 이 성명문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외연 확장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roofs and Prompts에서도 볼 수 있듯이(https://proofsandprompts.com/) 이 LLM 기반의 영향력에 대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이 문제들을 바라보는지 다양한 관점을 보고자 한다면, 이 포럼에 나와있는 토론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선언에서 “아이디어는 강연, 개별 토론, 그리고 신중한 논문 작성을 통해 공유되며, 다른 사람들의 기존 아이디어와 연결된다. 이런 과정은 필연적으로 시간이 걸리고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전통적인 교육과 인적 교류에 기반한 수학 발전 양상이 인공지능 등장으로 실제로 현장에서 바뀌고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 심각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ChatGPT 5.1 이후 arXiv에 각종 논문들이 생산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고 있어 어떤 논문이 있는지 추적조차 힘든 상황이 발생할 정도입니다. 저는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첫 화면이 Analysis&PDE arXiv 페이지인데 기존보다 연구 결과가 더 많아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특히 AI disclosure statement가 서서히 나오는데, 많은 부분에서 그냥 무의미한 수준으로 AI LLM과 대화를 통해 이런 반례를 찾았고, 사람이 검증했다는 식의 설명입니다. 수학에서 반례의 건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야기는 이 방향으로는 또는 이런 가정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디레클레는 아주 혁신적인 방법으로 에너지 범함수의 최소화 하는 함수는 편미분방정식의 해가 되는 획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이 방법론은 현대에서는 변분론(calculus of variations)이라 불리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 획기적인 방법을 리만이 자신의 리만곡면 연구에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나, 후에 바이어슈트라스가 1870년대에 아다마르가 1906년에 디레클레 원리가 항상 성립하지 않다는 것을 반례로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힐버트는 이 방법론이 버려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 1900년에 이 문제를 바라볼 올바른 관점을 도입하여 이 반례를 제외할 수 있는 힐베르트 공간론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연구에서는 LLM이 연구 수단으로 도입된 이후, 과도하게 반례 중심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LLM에 종속된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LLM이 잘 다루지 못하는 연구 주제에 대한 노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현대 과학은 연구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앞서 말한 힐베르트의 사례와 같은 것이 잘 일어날 수 있는 풍토가 생길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Alpoge와 Buckmaster가 LLM을 이용해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공략한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OpenAI가 자신의 프론티어 모델을 90시간 이상 소비하여 문제를 풀어냈다는 것은 여러 악신호를 주는 상황입니다.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려왔으며 이 과정에서 수학자들은 발표장에서 내부적으로 세미나를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서 다른 구성원 앞에서 발표를 하며 문제의 방향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Cedric Villani와 Clement Mouhot가 해결한 Landau damping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서문에서 수 많은 수학자들에 대한 헌사를 첫 페이지에 담고 있습니다. 문제를 주도적으로 푸는 것은 두 사람이었지만, 이 두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각자 시행착오들을 교류하며 어떻게 문제를 더 자연스럽게 바라볼지 교류한 끝에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수학을 공부한지 이제 13년이 넘었기 때문에 과거에 세미나 끝나고 술 한잔 하면서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점을 교류하며, 이전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주제를 귀동냥으로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기억이 나 7년이 지나 제 새로운 프로젝트에 그 아이디어를 적용했고, 그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자신의 시행착오와 여러 가지 수학 노하우를 구술로 말하는 순간이 과거처럼 자유롭지는 않을 수 있겠다는 점이 매우 슬픕니다.


더불어, OpenAI가 학회장에 참석하며 연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자신의 내부 머신으로 문제를 풀어서 그 문제를 오래 고민해 온 저자에게 다가가서 공저로 권위를 얻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저자는 단칼에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사례도 나오는 상황에 누가 큰 문제를 공략하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여러가지 부분적 진척을 공유하며 사람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연구하는 그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학부생, 대학원 초창기에 연습 문제를 풀며 좌절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뚫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하는 상황에, 너무 강력한 유혹인 LLM이 곁에 있는 겁니다. LLM에 간단한 문제를 하나 대입하면 여러 가지 풀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니, 다양한 관점으로 학생들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수학 연구는 큰 문제를 풀기 전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이제 LLM으로 그런 입문 문제가 서서히 쉽게 풀리고 있어 주니어가 진입할 장벽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셜네트워크의 탄생 당시에 사람들은 공론장이 될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연결될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나요? LLM에 대화하며 연구하는 것이 지금도 현실화되고 있는데, 사람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시대가 멀어지고 기계와 대화하며 연구하며, LLM이 제시한 방향대로만 연구를 진행하는 미래가 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Q. 라이덴 선언부터 벌써 여러 차례 이런 선언이 나오는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이 부분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원로 교수들은 성명서만 낼 것이 아니라, 정계와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더 늦기 전에 한국도 정계와 많은 논의를 하여 자연과학이 위축되지 않는 방향을 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주니어들은 자신이 쓸모가 있음을 보이기 위해 애를 써야 할 시기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후속세대를 위해 힘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성명이 지적한 현재의 경쟁적 난제 풀이의 문제점에 동의하시는지요. 순기능도 충분히 크다고 느끼시는지요.

- 경쟁적 난제 풀이가 그간 수학사에서 많은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산업계가 만들어낸 수학 연구흐름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 창의적인 생각, 다른 관점을 시도할 수 있는 긴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문화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특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LLM 기반 연구는 다양한 생각의 창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못하고, 진입단계에 있는 연구자들의 토양을 황폐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논문을 하나 마무리하는 와중인데, 2주 전부터 수학 연구에서 AI를 한동안 쓰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AI를 쓰면 빠른 속도로 쓸 수는 있겠지만, 사람이 읽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쉽게 계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하고 있던 와중이었고, 2주 지나 조금 더 간결하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연구를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창호의 부득탐승에서 말한 것처럼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것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흐름이 그렇지 못하다면 저도 따라가야하니까요. 


이번 OpenAI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연구에 행한 것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편미분방정식 유체방정식 이론만 10년을 공부했는데, 올려놓은 논문의 세부적인 논법에 대한 설명이 이해가 안 될 정도이며, 이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를 만든 Cordoba와 Martinez-Zoroa는 표기법이 익숙치 않아 논문을 읽을 수가 없었다라고 논평을 했으며, 이번에 해설 강의를 한 Javier Gomez-Serrano도 논문의 아이디어를 이해라도 하기 위해 억지로 Claude에 대입해서 핵심만 추출할 정도로, 아직 한 명도 한 줄씩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이건 수학자들의 역할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한 곳의 책임이 더 필요합니다. 세상에 검증을 정말로 원하고, 수학의 발전에 진심으로 신경 쓸 모습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행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밀레니엄 난제였던 푸앙카레 추측이 풀렸을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페렐만은  짧은 시리즈의 논문에서 극도로 짧은 논법으로 핵심을 간결하게 하여 푸앙카레 추측을 해결했습니다. 그때 페렐만은 리처드 해밀턴이 푸앙카레의 추측을 풀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했는데, 마지막에 정말로 어려운 방향을 7년간 아무도 못했지만, 그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해냈습니다. 미국을 순회하며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강연을 했고, 그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 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뒤에 담긴 드라마들이 있긴 하지만, 테렌스 타오를 비롯한 수학자들이 독자적으로 그의 방법을 공부하고, 후속 클레이 연구소 보고에 따라 위원회가 구성되어 문제의 해법을 분석하여 페렐만의 아이디어에 독창성에 많은 기여를 주어 필즈메달상과 밀레니엄 상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페렐만이 만들어낸 방법론은 후대에 사이먼 브렌들을 비롯한 여러 수학자가 그 방법론으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오픈AI가 연구한 걸 해설할 수 있는 사람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으면서, 수학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이게 무슨 신호를 줄 수 있는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유감입니다.


Q. 만약 문제가 있다고 보신다면 어떤 해결이 전제돼야 할지요.

- 우선 현재의 평가 시스템, 저널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논문이 과도하게 많이 생산되어 어떤 지식이 유의미하고 후대에게 전승될 것인지 생각하는 과정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AI를 사용한 리뷰인데, 논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AI에 리뷰를 맡긴 것으로 보이는 레포트가 늘어난다는 제보가 들립니다. 이런 기본적인 연구 윤리를 위반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평가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성명에는 지난주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풀이 주장에 대한 윤리 논란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관련해 하실 말씀이 있으실지요.

- 지금 OpenAI 공고문을 보고 AI에 그대로 입력해서 풀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Buckmaster 성명문에도 기술되어 있듯이, 처음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안 했다고 하면서 말바꿨던 정황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전문가중 한 분인 Javier Gomez-Serrano도 프롬프트를 어떻게 한 건지, 실험을 정확하게 어떻게 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건 그냥 타이핑한다고 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OpenAI의 공고문에는 Cordoba, Martinez-Zoroa에 대한 언급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는지 명확한 언급도 없고, 이 연구를 진행할 때 감독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9월 1일에 Alpoge와 Buckmaster가 연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ChatGPT의 내부 머신을 바탕으로 막대한 리소스를 동원해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검증의 책임은 Lean 파일 올린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넘긴 상태입니다. 더불어 제가 앞에서 말한 연구의 흐름들이 있는데, 이는 수리유체역학 연구의 배경들을 고려하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이름들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하나도 언급이 없다는 건, 이 실험을 감독한 사람이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첫 드래프트에서는 아예 Cordoba, Martinez-Zoroa 자체는 언급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실험 과정에서 어디서 아이디어가 왔는지, 무엇에서 온 것인지 안에서조차도 인지 못했다는 겁니다. 제일 황당한 것은 이 논문의 말미에서 점성계수 rescaling하는 부분인데, 이건 수리유체역학 전문가라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설명조차 안하는 걸 채워넣은 겁니다. 논문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이걸 빼지도 않았다는 건, 수리유체역학 전문가가 전혀 없었다는 걸 반증하는 겁니다.


Q. 그 외에, 이번 선언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수학계가 인공지능과 관련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지요.

- 이번 선언문에서는 OpenAI의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러 언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실험과정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을 한 만큼, 과연 공개 과학의 발전이 과연 얼마나 이뤄질 수 있는지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수학 학회장, 특히 제가 미국에서 본 것 중 좋았던 것은 각자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연구 결과를 들고와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때였습니다. 수학에서도 이런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어 아깝습니다.


저는 지금은 LLM을 사용해서 수학 연구를 진행하진 않지만, LLM을 사용한 연구는 근 시대에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LLM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언제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현재 테크계가 수학 문제를 벤치마크로 삼아 상업적으로 자신의 모델을 홍보하는 전략은 수학 연구 분야를 황폐화시키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이 LLM을 사용해서 각종 반례들을 생산해서 수학저널이 지금 심사할 수 없을 정도로 논문이 과도하게 만들어진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머리가 조금 퇴화되는 느낌도 있었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잠시라도 LLM을 수학 연구에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저는 오리알이 몸에 좋다고 오리알을 다 먹어서, 다음 오리알을 낳을 수 있는 오리를 다 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Proof and Prompt를 비롯해서 국내에서도 수학자들과 다른 인접분야의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yunwoo_kwon@brown.edu
박한우 영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사이버감성연구소・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디지털융합비즈니스대학원 교수, 영국 옥스포드인터넷연구소 전 방문연구원
*2026.9.13.


AI가 정답을 생산하는 시대, 학문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2026년 9월 11일 테렌스 타오(Terence Tao)를 포함한 필즈상 수상자 25인은 “A Severe Misalignment of AI in Mathematics”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타오(2026)는 최초 서명자 25명이 모두 필즈상 수상자라고 밝히면서,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수학적 능력이 급속도로 향상된 상황에서 AI 기업이 수학 문제 해결을 성능의 벤치마크로 삼는 방향과 수학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성명의 핵심은 AI가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AI가 상당히 어려운 수학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문제를 푼다’는 행위가 수학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오(2026)는 문제 해결이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대리 지표(proxy)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명제를 AI가 점점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반드시 수학의 발전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가 성장하는 토양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성명은 갑자기 등장한 ‘반(反)AI 선언’이라기보다 같은 해 6월 발표된 “AI와 수학에 관한 라이덴 선언(Leiden Declarat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thematics)”의 문제의식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선언은 AI가 수학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동화 도구의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의 정확성과 기존 연구에 대한 인용의 완전성은 인간 저자가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Alper et al., 2026). 저자성과 학문적 공로 역시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


수학 라이덴 선언은 특히 AI가 연구의 방향 자체를 바꿀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동화하기 쉬운 문제가 학문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보다 우선시되거나, 기업이 새로운 수학적 결과를 학술 논문과 동료 평가보다 보도자료나 홍보를 통해 먼저 발표할 경우 수학 공동체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검증과 평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수학 과제의 성공을 상업적 AI의 일반적인 추론 능력을 보여 주는 지표로 확대 해석하는 관행 역시 경계한다(Alper et al., 2026).


흥미로운 것은 ‘라이덴’이라는 이름 아래 10여 년의 간격을 두고 등장한 두 선언의 문제의식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2015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 평가를 위한 라이덴 선언(Leiden Manifesto for Research Metrics)”은 연구 평가에서 정량 지표가 전문가의 정성적 판단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이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표는 각 학문 분야와 연구 목적이라는 맥락 속에서 해석돼야 하며, 평가에 사용되는 자료와 분석 과정 역시 공개돼야 한다(Hicks et al., 2015).


2026년 《Nature》 사설도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을 직접 지적한다. 2015년 라이덴 선언이 계량지표를 연구 평가에 책임 있게 사용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했다면, 2026년 수학 라이덴 선언은 AI가 수학 연구에 깊숙이 들어오는 새로운 환경에서 투명성, 연구 진실성과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한다는 것이다(Nature, 2026). 대상 기술은 달라졌지만 ‘기술적 수단이 인간의 학문적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연구 가이드라인과 함께 놓고 보면 더 분명해진다. PRISMA(Preferred Reporting Items for Systematic Reviews and Meta-Analyses)는 체계적 문헌고찰을 왜 수행했고, 어떤 연구를 어떤 기준에 따라 찾고 선택·배제했으며, 무엇을 발견했는지를 투명하고 완전하게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PRISMA 2020은 27개 항목의 체크리스트와 흐름도를 통해 이러한 보고 절차를 구체화했다(Page et al., 2021).


GLOBAL(Guidance List for the repOrting of Bibliometric AnaLyses)은 이러한 보고 책임을 서지계량 분석에 특화한 가이드라인이다. 데이터 출처와 검색 전략뿐 아니라 자료 처리, 분석 방법과 각종 설정 등을 명료하게 보고하도록 해 서지계량 연구의 투명성과 재현성을 높이고자 한다. 국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2단계 델파이 조사를 거쳐 개발됐으며, 최종적으로 29개의 보고 항목을 제안했다(Ng et al., 2025). 내가 GLOBAL을 데이터 출처, 검색식과 필터, 분석 방법, 소프트웨어와 파라미터, 데이터 처리 과정을 공개하는 ‘분석 단계의 기준’으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DORA(San Francisco Declaration on Research Assessment)는 연구를 어떻게 수행했는가보다 연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2012년에 출발한 DORA는 Journal Impact Factor와 같은 저널 기반 지표를 개별 논문의 질이나 개별 연구자의 기여를 판단하는 대리 지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다(DORA, 2012). 연구가 실린 저널의 숫자가 연구 자체의 내용과 질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연구 과정의 흐름에 따라 배열해 볼 수 있다. PRISMA는 어떤 문헌을 왜 선택했는가, GLOBAL은 어떤 데이터와 절차로 분석했는가, Leiden Manifesto는 산출된 지표를 어떤 맥락에서 해석할 것인가, DORA는 연구의 가치를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를 각각 묻는다(Page et al., 2021; Ng et al., 2025; Hicks et al., 2015; DORA, 2012). 네 가이드라인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과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연구과정의 선택, 분석, 해석과 평가에서 투명성, 재현성, 맥락과 책임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이 네 가지를 선택-분석-해석-평가 단계의 상호보완적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렇다면 2026년 수학 라이덴 선언과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의 공동성명은 이러한 흐름에 무엇을 추가하는가. 나는 이것을 ‘학문은 무엇을 위해 지식을 생산하는가’라는 목적의 문제라고 본다. 타오(2026)는 유명 난제의 해결이 오랫동안 수학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였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제 해결은 새로운 개념, 방법과 통찰이 생겨났음을 보여 주는 수단이자 대리 지표이지 수학의 궁극적인 목적 자체는 아니다.


이 대목은 DORA의 문제의식과 흥미롭게 연결된다. DORA가 Impact Factor라는 대리 지표를 연구의 질 자체와 혼동하지 말라고 했다면,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의 성명은 ‘난제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풀었는가’라는 대리 지표를 수학적 진보 자체와 혼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AI 기업이 어려운 수학 문제의 해결을 모델의 성능을 보여 주는 경쟁 지표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학문에서 원래 수단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목표 그 자체로 변하는 ‘수단과 목적의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성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간’과 ‘인간적 상호작용’이다. 수학적 아이디어는 강연, 연구자 사이의 개별 토론과 신중한 논문 작성을 통해 공유되며 다른 연구자들이 축적한 아이디어와 연결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문제 하나가 해결된 뒤에도 새로운 방법과 개념을 찾아내고 이를 단순화하며 동료들이 검증하고, 마침내 다음 세대 연구자가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Tao, 2026). 따라서 지식 생산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학문 공동체의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2015년과 2026년의 두 라이덴 선언, 그리고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의 성명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2015년 연구 평가 라이덴 선언이 ‘숫자가 학문을 대신하지 말라’는 경고였다면, 2026년 수학 라이덴 선언은 ‘AI의 답이 인간의 학문적 판단과 책임을 대신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의 성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속도와 정답의 대량 생산이 이해와 통찰을 대신하지 말라’고 말한다. 《Nature》가 두 라이덴 선언의 역사적 연속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해석은 의미가 있다(Nature, 2026).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가 AI를 학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나는 《AI와 논문》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폴리스라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구자가 지켜야 할 것은 AI에 대한 단순한 ‘금지선’이 아니라 권한의 범위와 책임의 선이다. AI가 제안하거나 만든 결과라고 해도 인간이 검증·해석·수정하고 최종적으로 책임진다면 연구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박한우, 2026: 92).


AI가 연구 과정에 더 깊숙이 개입할수록 인간 연구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AI와 논문》에서는 AI가 반복적인 작업과 계산을 담당하는 환경에서 연구자가 단순한 AI 사용자를 넘어 연구 에이전트의 ‘관리자이자 감사자’로 바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자는 어떤 일을 AI에게 맡길지를 결정하고, 여러 모델의 결과가 충돌하면 그 이유를 해석하며, 오류를 찾아 수정해야 한다. 연구 방법론, 다중 모델 검증, 결과 감사와 인간 감독을 결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박한우, 2026: 57).


이 관점에서 최근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풀이를 둘러싼 논란 역시 단순히 ‘AI가 먼저 문제를 풀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떤 기존 연구와 연결돼 있는지, 아이디어와 공로가 누구에게 귀속돼야 하는지, 해결 과정이 어느 정도 공개되고 독립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수학 공동체가 이해하고 전승할 수 있는 지식으로 어떻게 편입되는가다. 이는 PRISMA와 GLOBAL이 강조하는 과정의 투명성과 재현성, Leiden Manifesto가 요구하는 맥락적 판단, DORA가 강조하는 대리 지표에 대한 절제, 2026년 수학 라이덴 선언이 강조하는 인간의 저자성과 책임을 하나의 선 위에서 생각하게 한다.


결국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의 성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AI가 수학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가 학문을 빠르게 만들 때 우리는 그 속도 때문에 학문의 목적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이다. 빠르게 생산된 정답과 더 깊어진 인간의 이해는 같은 것이 아니다. AI 시대의 연구윤리는 AI 주변에 더 높은 장벽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AI가 수행한 선택, 분석과 판단을 인간 연구자가 설명하고 검증하며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AI를 인간의 지적 작업을 단순히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과 인간의 이해를 확장하는 학술적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다.

 

참고문헌

  1. 박한우(2026). 《AI와 논문》. 커뮤니케이션북스.
  2. Alper, J. et al.(2026). Leiden Declarat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thematics. Zenodo. https://doi.org/10.5281/zenodo.20302944
  3. DORA(2012). San Francisco Declaration on Research Assessment. https://sfdora.org/read/
  4. Hicks, D. et al.(2015). Bibliometrics: The Leiden Manifesto for research metrics. Nature, 520, pp.429∼431. https://doi.org/10.1038/520429a
  5. Nature(2026.6.16.). Mathematicians are developing rules for AI use — other fields should follow. Nature, 654, p.571. https://doi.org/10.1038/d41586-026-01881-2
  6. Ng, J. Y. et al.(2025). Guidance List for Reporting Bibliometric Analyses (GLOBAL): A two-round modified Delphi study. In Sargsyan, S., Glänzel, W. & Abramo, G.(eds.). Proceedings of the 20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cientometrics & Informetrics, pp.868∼892. International Society for Scientometrics and Informetrics. https://doi.org/10.51408/issi2025_069
  7. Page, M. J. et al.(2021). The PRISMA 2020 statement: An updated guideline for reporting systematic reviews. BMJ, 372, n71. https://doi.org/10.1136/bmj.n71
  8. Tao, T.(2026.9.11.). A severe misalignment of AI in mathematics. What’s New. https://terrytao.wordpress.com/2026/09/11/a-severe-misalignment-of-ai-in-mathema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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