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된 남자는 연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갑니다. 더는 피할 곳 없이 몰린 여자는 사랑했던 그에게 물려 죽음을 맞습니다.

그리고 컷. 어설픈 연기에 화가 난 감독은 배우들을 거칠게 몰아붙입니다. '진심이 담긴 두려움'이 없다고요.

거친 화풀이 뒤, 감독은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놀란 마음을 달래던 배우들은 분장사로부터 촬영지의 비밀을 듣게 되죠. 오싹한 이 공간의 정체를 안 순간, 막내 작가가 돌아옵니다. 한쪽 팔이 잘린 좀비가 되어서요. 공포에 질려 쫓기던 배우들은 마침내 좀비를 내쫓고 문을 닫는 데 성공합니다. 겨우 한숨 내쉬는 순간, 잠긴 문을 열어젖히는 감독. 

이제, 진짜 좀비 영화 촬영이 시작됩니다. 좀비는 어디서 나타났을까요. 감독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배우들에게 예민한 거고요. 정말 ‘진심이 담긴 두려움’을 위한 것일지, 끝까지 재생을 멈추지 마세요. 

처음에는 당황할지도 몰라요. 좀비 영화를 찍다가 좀비에 쫓기는 B급 중에 B급 좀비 영화니까요.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연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느끼게 될 거예요. 영화는 아직 한 번도 '컷’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피가 낭자한 순간까지도 멈추지 않는 카메라는 '감독'의 것만이 아니거든요.

기예라고 해도 될 만큼 쉬지 않고 이어지는 카메라의 호흡에 익숙해질 때쯤, 이 영화의 새로운 매력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긴장을 놓치지 마세요. 이 길고 긴 롱쇼트가 당신을 어디로 이끌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