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챙겨먹기전에 알지 못했던 것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돌밥돌밥, 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또 밥 차린다, 라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심정인데, 4분기 이후 외식과 배달을 거의 안해서 더 그렇습니다. 다행히 챙겨먹어야 할 식구는 없지만, 스스로를 챙겨먹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밥 챙겨먹는 일에 대한 문장들을 들고 왔습니다. 아래 문장술사 사연도 조금 많으니, 천천히 읽어주세요. 첫 번째 문장 내 밥은 내가 챙겨먹는 자부심 집밥을 지어먹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 밥상을 차리면서 나를 먹여살린 누군가의 노고를 깨닫는다. 내가 먹을 밥 정도는 스스로 '맛있게' 지어 먹고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하루 세끼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나이가 되면, 내가 지어 내가 먹는 집밥이 커다란 유산임을 알게 될 것이다. 고수리 작가 신간은 외할머니와 엄마,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 합니다. 신간 감상문을 보다가 아래 문장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이 문장에서 내가 먹고 자란 밥에 대한 감사함과, 밥을 챙겨먹는 노고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거든요. 제게 그리운 음식은 외할머니의 음식들입니다. 외할머니는 경북 영주 출신인데, 배추전과 육개장, 탕국과 감주(일반적으로 말하는 식혜입니다. 식혜는 빨간 양념이 들어간 안동식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를 자주 해주셨습니다. 어렸을때 자란 사촌들하고 그때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종종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문장 겪지 않아도 헤아릴 수 있는 수고 두 번째 문장의 출처도 띵 시리즈군요. 아마 띵 시리즈가 먹을 것에 대해 다루기 때문인가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차려준 아침상은 따뜻한 가정의 상징과 같은 예시입니다만(드라마에 자주 나요죠) 이젠 수고로움이 먼저 느껴집니다. 저는 아무리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스스로 차려먹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다혜 작가님처럼 이전에 얻어먹은 아침상에 감사해보렵니다. 세 번째 문장 밥해먹는 슈퍼 히어로 39호 편지에 소개한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저자는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젠 단순하게 된장국과 야채절임 위주의 식단을 실천한다 합니다. 한 끼 200엔, 냉장고와 전자렌지, 밥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요리법이라 레시피를 따라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밥을 해먹는 것은 뿌듯한 일이라는데 깊이 공감했습니다. 여담으로 책 중간에 저자의 레시피가 소개되어있는데, 간단한 재료로 만들어내는 요리가 다채로워 레시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일본식 요리가 좀 많아 따라하긴 어렵지만, 응용력은 본받고 싶네요. 네 번째 문장 집밥 먹고싶단 말 대신 상상한 것 이제는 내가 꾸역꾸역 집어먹는 밥을 차리는 사람을 상상한다. 그 사람은 엄마였다가, 집과 학교를 오가며 밥 차리는 급식노동자이다가, 죽을 것 같아도 살기 위해 끼니를 챙기는 내가 된다. 더이상 집밥 먹고 싶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차려주는 밥을 먹고싶다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빅이슈 코리아에 실린 글을 발견해 들고왔습니다. 저자는 집밥은 사실 노동집약적인 일이라며, 주양육자이자 가사노동 비중이 큰 여성들이 부엌에 메여있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돌밥이란 말도 왜 "주부의 애환"을 가르키는 신조어인가 싶어 삐딱해졌던 제 마음을 좀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 글도 한번 전부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집밥에 대한 글을 찾다가 보니 밀레니얼 세대는 애시당초 급식 세대라는 재밌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급식이 배급된것이 98년이 처음이라 하네요. 급식을 먹고 자라나, 밥 주는 사람이 권력자임을 깨닫고 식당 가면 목소리 톤이 2배가 높아지는 저를 위한 기사인가 싶습니다. 구내식당 밥이 먹고싶네요. 문장술사 주말에도 일 생각을 떨칠 수 없는 A님 "안녕하세요, 입사한 지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의 저는 업무 스트레스와 회사사람들간의 관계로 인한 긴장으로 주말에도 쉬질 못하는 느낌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은) 내가 보탬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 자체를 나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일로서 생계를 해결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소속감과 명함 하나를 얻었지만, 그 모든것이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신미경,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일꾼 3의 말처럼 일은 내가 아니다. 그렇기에 일에서의 실패가 나를 말해주진 않는다. 오늘 직장 에서 쓴소리를 들은 일꾼, 당신도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지 않았으면 한다. 안녕하세요, 사실 제가 일할때 A님 같은 모습이라 제게 필요한 문장을 고르는 심정으로 임했습니다. 이걸 이해해도 사실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걸 알거든요. 첫 번째 문장, 두 번째 문장은 일이 아니어도 내가 있다, 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골라두었습니다. 업무에서 두려움과 불안의 끝에는 일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요. 한번 일과 거리두기를 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세 번째 문장은 혹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부담을 느끼실까봐 덧붙여 적어둡니다. 여담으로 일꾼의 말은 문장줍기에는 처음 소개하는듯 하네요. 저자들이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말과 에피소드를 적어둔 책인데, 한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놓을 수 없는 연애관계에 괴로워하시는 B님 "난 이미 헤어지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말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평소처럼 카톡하고 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하면, 너무 놀라지 않을까. 일부러 연락을 뜸하게 해서 거리를 둬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맞을까.
아니, 솔직히 벌써 티는 다 났을거 같다. 내가 당하면 엄청 화냈을 법한 행동들을 내가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화도 내지 않는다. 항상 미안하다고만 한다. 나도 원래 같았으면 화났을 행동들에 화가 나지 않는다. 화가 안나는 이유는 기대가 없기 때문일까. 그러면 상대도 나에대한 기대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너무 착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가. 혹시 나는 화내는 것을 바라고 있나. 그럴지도 모른다. 나한테 화가 나면 그렇게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을까. 이기적 이타심; 상처주기 싫어서 헤어지자고 말하지 못하고 계속 만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관대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사랑이 끝날 때, 바로 이별할 때입니다.
먼저 이별을 입에 올렸다고 해서 나쁜 것도, 가해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별하기를 거부한 사람이 피해자도 아닙니다.
(...) 사람이 만나서 헤어지는 데에는, 아프지만 그 누구의 잘못도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소멸을 정면으로 애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임경선 "사랑을 대할 때 취해야 할 단 하나의 태도"(경향신문) 반드시 모든 이별이 가슴아프고 나쁘고 슬프고 처연한 것일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산뜻한 걸음일 수 있거든요. 이게 토네이도같은 거에요.(...) 막상 그 토네이도에서 나오고 나면 또 그다음 토네이도가 싫어도 찾아오기 마련이거든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석에서 그냥 힘들었겠다며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문장을 골라주려다 보니 당황스러워 다른 연애 칼럼들을 많이 뒤져보았습니다.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으니 문장을 고르기 조심스러웠습니다만, 잘 이별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조심스레 문장을 건네봅니다. 특히 첫 번째 문장이 실린 아티클은 칼럼 전체가 정말 좋으니 한번 읽어보셔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생에게 졸업 축하를 해주고싶은 C님 "동생이 얼마전 졸업을 했습니다! 심한 사춘기로 학교 그만다니고 싶다고도 하고 진학때문에 부모님하고도 많이 다투었는데요. 그래도 끝까지 잘 다녀주고, 새로운 시작을 앞 둔 동생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설 명절에 용돈과 함께 짤막한 편지를 쓰고 싶은데 문장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정혜윤, 졸업생들에게 하는 조언, 행복과 친절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요령 있게 망각하고 기억할 때 좋은 이야기가 남겠지요. 아무 일도 기억나지 않는 삶은 물론 지루한 이야기겠지요. 그래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앞으로 남아 있는 그 큰 도전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이제 막 그 큰 이야기의 첫 장을 탈고한 여러분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우선 동생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코로나 시기라 학교 생활이 녹록지 않았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고생이었을텐데 말이죠. 제가 골라둔 문장은 대학교 졸업생에게 하는 문장이 대부분입니다. 어째 앞으로도 힘들거란 경고가 전제된 문장들이 많네요. 아마 새로운 시작을 하는 만큼 실패나 좌절도 부록같은 것이라 그랬나 싶습니다. 비슷한 계열로는, "여러분은 X됐습니다"로 시작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축사도 좋았습니다. 내용이 워낙 좋아서 문장 몇 개를 첨부하기보단 번역 전문을 알려드립니다. 한 시절을 매듭짓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동생분에게 다시 한 번 저도 격려의 인사를 보냅니다. 독자 후기 안녕하세요. 문장술사 사연을 보낸 장본인 입니다. 보내주신 문장 중 관계의 상실을 인정하는 용기가 관계의 재생되게 해준다는 문장이 되게 위로가 되었어요. 누군가 떠나갈 때 이 문장을 기억하도록 할게요. 제 용기가 끝이 아닌 시작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끝이 나더라도 신소영님의 글 처럼 좋은 인연을 만나 관계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날이 오겠지요! 그렇게 믿고 마음속에 품고 살겠습니다. 감사해요! 지난호에 후다닥 제가 고른 문장이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여담으로 해당 책에는 놔주기 말고도 정면으로 맞서기와 끊어버리기도 있답니다. 항상 문장을 고를때마다 고민이 앞서는데, 제 문장이 고민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도움이 됩니다. 독자님에게도 관계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인연이 다가오길 다시 한 번 바랍니다. 현직 사서로서 도서관과 관련된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 주변 지인들 중 사서가 많아 어느정도 고충을 전해 들었는데,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쓴건가? 싶어 고민했는데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좋았습니다. 이전 에세이의 후속편으로 "내가 다른 직업으로 가게된 이야기"를 조금씩 쓰고있는데, 이야기가 거대해지고 있어서 고민입니다. 이 이야기도 쓰는데로 소개드릴게요. 지난 한 주는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곱씹을수록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답답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결론적으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를 택했지만 자꾸 욕심이 났습니다.
자연스러운 관계를 위한 자제력이 필요했건만 여전히 미성숙한 저에게 화도 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이번 뉴스레터에서 소개해 주신 '놔주기' 문장을 읽고 애매한 채로 놔둘 수 있는 용기를 길러보려 합니다. 언젠가 이 관계도 재생되거나 무뎌지는 날이 오겠죠? 오늘도 좋은 문장 소개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가 고르는 문장들은 사실 제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저도 잘 못하니 이 문장을 되뇌이는 거죠. 사실 저도 놔두지 못해 끊겨버린 숱한 관계가 많은 인간입니다 그래도 제가 소개해드린 문장이 애매함을 견딜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독자님이 지난주보다 이번주에 덜 마음이 쓰이시길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마감 후기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필요한 문장을 추천받고 싶으신가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