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비율에 관해서, SK E&S 이사회가 왜 주주인 (주)SK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높은 기업가치를 받지 않았을까, PBR 1 미만인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는 왜 자산가치로 평가 받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았을까와 같은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의문은 잠시 한 켠에 밀어 둡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SK그룹 내의 구조개편은 30여년 전 좋은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밀어주고 끌어주던 우리 기업집단의 소위 '선단식 경영'의 악몽을 스물스물 떠오르게 합니다.  

WISE FOREST Comment: 부실 계열사 지원, 누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야기한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경영 방식, 여러 배를 하나로 묶은 것과 같다고 해서 '선단식 경영'이라고 불렀습니다. 돈을 잘 버는 계열사가 당장 어려움에 처한 계열사를 도우면 눈 앞의 불은 끌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의 지원이 계속되면 결국 전체 계열사가 모두 경쟁력을 잃고 그러한 위기가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음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SK온의 배터리 사업 소생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경영 판단의 영역일 것입니다. 사업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있어야 합니다. 단지 좋은 회사의 돈을 어려운 회사로 옮기기 위한 합병이라면 좋은 회사의 주주들과 나아가 임직원들은 왜 그런 합병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런 방식의 계열사 지원은 30년 전과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과 결과가 같습니다. 순환출자를 지주회사 구조로 바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두산의 계열회사 재편과 이번 SK 계열회사 합병은 모두 지주회사 구조 하에서도 자본거래를 통해 얼마든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기사에 따르면 SK E&S의 기존 사업 운용 체제, 의사 결정 구조 등은 큰 변화 없이 책임 경영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고 시너지 포인트는 앞으로 찾아보려 한다고 합니다. 이번 합병이 실제 거버넌스 변경이나 양사간 협업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자인한 격인데요. 우리나라의 계열회사 사이의 합병이나 분할은 이렇게 원래의 의미와는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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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아이뉴스24, 18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는 박상규(오른쪽)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추형욱 SK E&S 사장

농협은 농협중앙회 - 농협금융지주 - NH농협은행 등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기업집단 거버넌스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최상단의 농협중앙회가 각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문제가 올해 초부터 지적되어 왔는데요. 금감원은 농협의 투명하지 않은 거버넌스가 농협은행 배임사고, 홍콩 ELS, NH선물 외환송금 사고, 홍콩 ELS, NH투자증권의 파두사태 등의 내부통제 부실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기존에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관행에 따라 금융지주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면서 "금융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들이 배치될 경우 성장동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구태의연한 운영방식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금감원은 이르면 3분기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