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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NG’ 유튜브 영상 캡쳐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 <서울체크인>을 봤다. 제주에 터를 잡은 이효리가 서울에 올라와 박나래 집에서 묵는데 초면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대상을 탄 여자 연예인이라는 지점이다. 기억에 남은 것은 다음 문답이다. 박나래가 예쁜 여자로 사는 삶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하자 그건 내가 말해도 네가 모르지 않을까? 직접 경험해 봐야지라고 대답하는 이효리. 한바탕 진한 밤 술자리 후, 이튿날 해장술 식탁에서 낮의 밝음을 끼고 오가는 이 시원한 문답을 들으며, 나는 내가 모르는 삶은 무엇일지 떠올렸다. 바로 다정한 사람들의 삶이다.

다정함의 금수저들이 있다. 뜻밖의 순간에 놀랄 만큼 사려 깊은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내게는 천부적이라 느껴지는, 결코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온도였다. 나는 오랫동안 현명한 말을 하는 사람이고 싶었으나, 언젠가부터 다른 온도의 마음을 배우고 싶었다. 시시비비로 결코 가려지지 않는 각자 삶의 면면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판단을 갖는 것과 그것을 뱉었을 때 옳은 말이 되느냐는 다른 문제임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됐다. 설령 가치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말이다.  

학생 때의 나는 울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것을 자랑 삼았던 것도 같다. 특히 10대 때는 영화를 보고 슬퍼하거나 누군가를 다정하게 대하는 일에 대단한 힘이 없다고 여겼고 하게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맞는 말을 쏘아 대는 게 멋져 보였다. 쓰면서 깨달았는데 아마도 이게 내 2이었나 보다. 나 눈물 별로 없어. 억울할 때만 울어.” 학창시절에 대체 이 말을 잘난 척 몇 번이나 했던가? 공감의 눈물은 흘릴 줄 모르면서 분할 때 자신을 위해서만 운다는 게 부끄러운 일임을 알게 된 건 나중이다.

나는 배움을 통해 울 줄도 알게 됐다. 애기 좋아해?” 살면서 수십 번은 들었을 흔한 질문이다. 그리고 20대 초반까지 내 대답은 아니였다. 지금으로 치면 민초파가 있으면 반민초파도 있듯이 아이나 동물도 싫어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그것이 취향이나 선택의 영역이라고 막연히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이 질문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건, 알게 됐기 때문이다. 다 자란 인간을 기준으로 설계된 사회에서 나보다 어리고 약한 인간을싫어할 권리가 있음을 전제한 이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출처 Gettyimages

설령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했다면 배워야 한다. 아이들이라는 존재를 친밀하고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나 애들 싫어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학습해서라도 알아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주행 제한 속도가 불만스럽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왜 제한속도가 생겼는지를 공부해서 생각을 고쳐먹은 뒤 운전대를 잡을 일이다. 차를 내키는 대로 빠르게 모는 것보다 안전하게 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지성으로 선택해야 한다. 다정한 마음은 연마할 수 있다.

지금 모르는 아이의 편안과 행복을 바라고, 동물들의 무구함에 감동과 죄스러움을 느끼며, 권리가 적은 생명을 지키는 이들의 분투와 희생에 펑펑 우는 사람이 된 것은 세상의 구조적 억압과 폭력에 대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 현실을 체감할수록 점점 울보가 됐다. 권력에 맞선 누군가의 용기를 봤을 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감동하게 됐고, 약자를 굳세게 지키는 누군가의 선의를 보았을 때 그 실천이 얼마나 귀한지 알기에 또 울었다.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울보가 된 근황을 전하며 원래 이맘때면 가랑잎만 굴러가도 우는 나이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순간 이것이 잘 나이듦의 지표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눈물의 역치가 나날이 낮아지는 것이 한때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 남의 곤란을 보며 입바른 시비 판단이나 내뱉는 채로 계속 살아간다고 상상하면 그만큼 두려운 일은 없다. 그런 인간으로 생존하는 것은 섬뜩하고 해로운 일이다.

최근 본 한 연극의 말미에서 아버지가 자식에게 말했다.언제나 눈물샘이 마르지 않도록 걷고 기도하라. 너는 끝끝내 울보가 돼라.” - 이정록 시, ‘사랑하는 아들에게

나는 이 말을 지키며 살아볼 작정이다. 눈물짓는 사람에게 나이 들어 주책이라며 핀잔하는 따위에 말에 속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앎으로 넓어지는 각자의 공감대를 눈물로 내보이며 더 따뜻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Wirter 이두루 
출판사 봄알람대표. 베스트셀러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김지은입니다> 등을 펴냈다. 현실 이슈를 다룬 텍스트와 논의가 여성의 삶에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힘을 믿는다
- <엘르> 2022년, 5월호 발췌


선자를 위하여_요주의여성 #55
<파친코>를 통해 역사의 주인공으로 소환된 수많은 선자들.

출처 애플TV+ <파친코>

애플TV+에서 공개된 〈파친코〉가 다음 주 마지막 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당신이 꼽는 최고의 장면은 뭔가요? 1화 엔딩을 장식한 젊은 선자(박민하)의 클로즈업? 양진(정인지)이 곧 집을 떠날 딸을 위해 정성껏 쌀밥을 짓던 장면? 빗속에서 춤추는 솔로몬(진하)과 고향에 돌아온 선자(윤여정)가 오열하는 장면이 교차했던 4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세계적인 플랫폼에서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하는, 한국 역사에 대한 시리즈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지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제작자부터 연출가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창작자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예술가가 된 이민 3세대의 손에서 부모와 조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했다는 게, 그 자체로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대한 스케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형식, 수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앙상블 등 〈파친코〉의 만듦새에 대해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무엇보다 얘기하고 싶은 건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영웅 ‘선자’입니다.
 
MBC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민진 작가는 본래 소설 초고에서 ‘솔로몬’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나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의 삶을 접하며 이를 바꾸게 됐다고 말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건너온 한국 여성들은 집에서 돼지를 길렀고 몰래 술을 담그다 잡혀가기도 했고 자녀들에게 길거리에 나가 폐품을 주워오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맞아, 선자야. 주인공은 선자가 돼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애플TV+ <파친코>

많은 책과 드라마에서 여성의 삶을 다루며 고통과 희생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파친코〉는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들의 강인함에 집중합니다. 가난과 고난, 절망 속에서도 매일 아침 몸을 일으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돌봤던 여성들. 역사가, 힘 센 남자들이 망가뜨린 세상에서 꿋꿋하게 버텨낸 수많은 선자들.
 
돌아보면 우리의 엄마, 할머니들은 언제나 쉼 없이 일했지요. 지금도 여자들은 일터와 가정에서 많은 노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청소 노동, 돌봄 노동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 이 기울어진 세계가 유지되도록 만들고 있는 진짜 영웅들.
 
원작에는 없지만 일본계 뉴질랜드 배우 안나 사웨이가 연기하는 ‘나오미’ 역할도 인상적입니다. 넥타이를 맨 남자들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그는 왜 더 나은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냐는 솔로몬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죠. “알다시피 여자는 덜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도움이 되거든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 선자와 나오미,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파친코〉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입니다. 보통 ‘건너뛰고’ 마는 부분이지만 〈파친코〉의 오프닝은 매회 볼 때마다 시선을 놓을 수 없어요. 알록달록한 파친코 기계 사이에서 펄쩍펄쩍 뛰며 신나게 춤추는 배우들. 각본가이자 총괄제작자인 수 휴는 “이 작품에는 무거운 순간이 많기 때문에 오프닝 타이틀은 ‘축제’가 되길 바랐다”고 했지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이민진 작가가 쓴 원작 소설의 첫 문장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영상. 

삶은 축복이며 우리는 어떤 비극도 망가뜨릴 수 없는 귀하고 강한 존재들입니다. 〈파친코〉를 보면서 더 잘 살아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Writer 김아름
전 <엘르> 피처&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김아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책과 영화, 각종 컬처 콘텐츠를 탐닉합니다.
 - <엘르> 2022년, 4월 웹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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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네 생각 졸졸~
봄이 그렇게도 좋은 멍청이들 모여라!

음악으로 전하는 <엘르>식 안부! 엘르 스테이지가 맑은 봄날 살랑이는 노을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한강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10CM, 죠지(george), 유라(youra), 미노이(meenoi)의 무대로 채워질 엘르 스테이지를 만나보세요! 완벽한 순간을 위한 피크닉 세트도 준비했어요. 오픈 1분 만에 매진된 한정판 티켓을 오직 엘르 뉴스레터 <엘르보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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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이벤트 기간: 5월 3일(화)~5월 8일(월)
💜 당첨자 발표: 5월 9일(화), 문자 개별 발송
💜 공연 일정: 5월 21일(토) 오후 7시 ~ 8시 30분
💜 공연 장소: 한강 노들섬 잔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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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부터, 대파까지! 수많은 식집사 분들이 반려식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공유해 주셨어요. 덕분에 4월 한 달 생명이 자랐던 시간을 생각해보며 지구를 응원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답니다. 행복한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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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핸드폰 뒷자리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세요. 등록해주신 주소 및 개인정보로 경품이 발송됩니다.

나*채 3688, 김*연1152, 박*하 2152, 전*정 8346, 이*정 3270,
장*원 1762, 김*은 1915, 김*지4776, 이*주 9794, 문*예 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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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좀 더 간략하면 좋겠어요.

*너무 좋았어요. 좋은 문장들이 많아 몇번이고 곱씹어 볼 정도로요.

*아주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를 먹은 것 같은 뉴스레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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