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카톡
Tangerine.soo🍊
권귤 2022년 가을! 뉴스레터 No.11
가을이라고 해야 할까요, 겨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춥네요.

보일러 틀어 놓고 귤 까먹는 시기가 왔어요.
사진과 실물이 왜이리 다르지?

여러분은 소개팅 앱 사진을 어떻게 해두나요? 사실 전 누가 봐도 저인 사진을 해뒀었어요. 일부러 예쁜 사진을 해두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못생긴 사진을 둔 것도 아니었죠.


오만한 말일 수도 있지만 직접 만났을 때 "와 이 사람 진짜 좋은, 예쁜..ㅎ😳 사람이다!"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건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정말 예쁜 사진을 해두세요. 그렇다고 사진과 실물이 엄청 다른 사진같은건 말고요. 예쁜 사진을 해둬야 사람 만날 기회가 많아집니다. 상대의 실망은 상대 몫으로 남겨둬요. 일단 모든 건 내 위주로 돌아가게 하기! 아 그리고 남자들은 집에 가면 사람 얼굴 잘 잊고 사진을 기억한대요. 그리고 미리 본 사진을 기준으로 만났을 때도 나의 얼굴을 판단하고요. 그러니까 예쁜 사진으로 꼭 해두기!)



아무튼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냐면,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서 등장부터 실망이었던 남자예요.


저는 사진을 보고 별로라도 일단 만나요. 만나고 나서 그 사람 성품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만나기 전 카톡으로도 매우 잘 맞았어요.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이었고, 서로 헛소리 하는 것도 잘 맞았어요. 상대도 32살. 갑자기 말을 놓자네요? 


흠,

사실 전 직접 만나고 알기 전에 말을 놓은 적이 없는데요. 일단 모든 게 경험이니까 말을 놓는 것도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말을 놨어요.


며칠 후 여의도에서 만났죠.


순간 내 눈을 의심했어요.👀저 사람인가? 아니 저 사람 아니겠지? 😩

에잇! X됐다!

그 사람의 당시 패션은?


제가 상상했던 그 사람 얼굴은,, 조금 통통한 유규선(유병재 매니저)였어요. 그런데 나온 사람 외모는 사진에서 봤던 장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키도 매우 작고요. 여드름도 사진과는 달리 많았죠.

 

(그래도 포기하면 안 돼! 성격이 좋거나 센스가 괜찮을 수 있잖아!_)


그렇다면 패션을 봅시다.

5월 날씨에 맞지 않게 몸에 착 붙는 까만 가디건을 입고 왔어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죠. 몸에 달라붙는 진을 입었는데요, 남자들이 차는 벨트도 찼던 것 같아요. 사실 잘 안어울렸어요. 게다가 갈색 뾰족구두를 신었어요..


으휴 그래도 참아 보기로 합니다. 이 사람의 성품과 지성에 반할 수도 있으니까요. 차를 마시러 뚜벅뚜벅 쇼핑몰을 향해 걸었습니다.

스킨십은 하지 마세요~

왜 자꾸 나한테 붙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옮겨다니는데 자꾸 제게 붙었어요. 혹시 제 남친이세요?;;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가운데 노란 선이 있고 왼쪽에 한 명, 오른쪽에 다른 한명이 타는 게 전세계적 지구룰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오른쪽 끝에 타면 그 사람은 가운데에 붙어 타는 거예요.

어깨가 자꾸 스치게끔.

저는 불편해서 오른쪽에 붙다가 하마터면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질 뻔 했어요(는 구라지만). 그럴 정도로 불편했다고요.


그래도 참았어요.. 이 사람의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서예요. 이 사람의 지성을 믿어 보기로 했죠. 정원을 지나가는데 이게 '스테비아' 식물이라고 해서 신기했어요. 오 아는게 많네? 그래도 이 사람에게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겠어. 하며 밥을 먹으러 갔어요.

야한얘기 왜 함?

햄버거를 먹으러 갔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화 이야기를 했죠. <타이타닉>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옆에 있는 유리창에 손바닥을 착 갖다 대면서 정사신을 언급하는 거예요. "이거 알죠?"


저는 티는 안냈지만 불편했어요. 처음보는 여자한테 그런 얘기를 해...? 저속한 남자이거나 처음보는 여자에게 이런 걸 말하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이 포인트에서 결심을 확고히 했어요.


아 이 남자는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다음에 언제 또 만나냐길래 얼버무리고 집에 돌아갔어요. 헤어지는 순간 그 남자는 제게 하이파이브를 요구하는 거예요. 저는 손대기 싫었지만 손을 살짝 펴줬어요. 거기서 내가 손을 펴지 않으면 매너가 아니겠지... 하면서요.

마지막 카톡이 최악


<결말이에요>

잘 들어가라 카톡하길래 답장을 안 했어요. 저는더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잖아요. 그랬더니 이런 카톡이 왔어요.


"나랑 더이상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야? 그러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

- 누가 면전에 대고 '이제 너랑 안 만날 것 같아'라고 말하니?*


"오늘 내가 다 베풀고 선물한 것 같네. 너도 다른 남자에겐 좀더 베풀길 바라"

-뭘 베풀었다는 거야? 오늘 같이 먹은 것 햄버거세트 하나인데... 혹시 오늘 호텔 레스토랑 갔다고 생각하는 건지? 당신에게 만원짜리 햄버거 세트가 엄청 으리으리한 식단인 건지?*


*이렇게 대답했다는 건 아니에요. 속으로 부글대며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뿐ㅋ..ㅎ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만남을 할 때마다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여기에 상담노트 공유할게요.


📌상담 후 배운 것


👉 행동을 살펴보면 이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좋아했다.

이 경험들을 통해서, 남자들이 어떤 포인트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지 알아내면 좋다. 그래야 내 강점을 알고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이걸 활용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붙을 때 "제가 되게 좋으신가봐요~"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었겠다. 내가 조금 더 능숙했더라면.


👉타이타닉 정사씬 언급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미숙한 것으로 보인다. 성적인 언급을 처음만난 여자 앞에서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아직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알면 더 세련된 사람이 될 수 있었겠지.


👉 헤어질 때 한 말을 보면... 사람을 만날 때 공개적인 장소를 택하는 게 좋겠다. 요새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이렇게 사람들 만나다가는 데이트 폭력까지 있을 수 있겠다. 소개팅 앱 사용에는 '듀얼넘버'를 신청해 진짜 번호와, 남자에게 알려주는 번호를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듀얼넘버 꼭 해라.

권귤
인스타그램 >> @tangerine.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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