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러나 픽사의 창업자들은 이런 영광에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판을 다시 흔들 목적으로 감독 ‘브래드 버드'를 새로 영입했다.

3. 당시 브래드 버드는 막 데뷔 작품을 발표했는데, 작품에 대해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은 저조했다. 그래서 브래드 버드는 한층 크고 대담한 시도를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4. 그런데 브래드 버드가 자신의 계획을 픽사의 담당자들 앞에서 발표했을 때 픽사의 기술 담당 책임자는 그의 발상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브래드 버드가 생각한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려면 10년이라는 시간과 5억 달러라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5. 그러나 브래드 버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픽사 내부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지원해 줄 부적응자들을 찾아 나섰다. 여기서 부적응자들이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호전적이며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6. 브래드 버드는 이런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성사될 것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부터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뒤에 그의 팀은 픽사 역사상 가장 복잡한 영화를 개봉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1분당 제작비도 한껏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애니메이션이 바로 ‘인크레더블'이었다.

7. 인크레더블은 전 세계에서 6억 31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으며,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8. (인크레더블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하려면) 브래드 버드가 하지 않았던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프로젝트의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는 자신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다.

9.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친화적인, 그러니까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관계망을 형성한다. 이런 사람들은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10. 그러나 ‘다시 생각하기’를 위해선 전혀 다른 종류의 관계망에 의존해야 한다. 바로, ‘도전 네트워크(challenge network)’다.

11. 도전 네트워트는,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나’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12. 이들의 역할은 ‘내'가 가진 전문성에 대해 한층 겸손한 태도를 갖게 만들고, 나의 지식을 의심하게 하며,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도록 (‘나’를) 밀어붙임으로써 ‘다시 생각하기’의 사이클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13. 브래드 버드가 픽사에 합류하기 전부터, 픽사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나가도록 장려하는 회사라고 정평이 나 있었다. 픽사의 예전 영화에서는 장난감, 벌레, 괴물 등이 등장인물로 나왔는데, 이런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쉬웠다.

14. 그런데 사람의 외양을 한 슈퍼 히어로들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일은 당시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역량으로는 힘들었기 때문에 픽사의 기술 담당팀은 브레드 버드의 <인크레더블> 프로젝트에 선뜻 달려들지 못하고 망설였다.

15. 바로 이때 브래드 버드는 ‘도전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다시 생각하기 위한 해적단을 만들었다.

16. 그렇게 브래드 버드는 해적단을 결집한 다음, (다양한 의견 충돌을 껴안으면서) 돌파구를 찾아냈다.

- 애덤 그랜트, <싱크 어게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