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아시스 증권신고서 2.몰락하는 아울렛
 2023.01.18 23-003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오아시스 증권신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02 W몰 너마저, 몰락하는 도심형 아울렛
  03 뉴스 TOP5 - '구글을 보면 코닥이 떠오르는 이유'

   

오아시스 증권신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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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빨리 제출했을까?

오아시스가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였습니다. 공모가를 반영한 예상 시가총액은 약 9,679억 원에서 1조 2,535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이번 상장 도전은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컬리가 결국 상장을 철회하면서, 오아시스는 상장에 성공할 시,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란 타이틀을 얻게 되고요. 오아시스의 상장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 공개를 준비 중인 11번가, SSG, 올리브영 등의 향후 전망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의미를 갖는 이슈이기 때문에, 이번에 오아시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특히 3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를 발견하여 오늘 공유드리려 합니다.

우선 오아시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 자체가 특별했습니다. 작년 12월 30일, 오아시스가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만해도 불과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이렇게 다음 절차에 돌입할 거라 예상한 이들이 많진 않았습니다. 투자시장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여러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였고요. 따라서 예비심사 이후 6개월이라는 기한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상황을 지켜볼 거라는 전망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오아시스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움직인 걸까요?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길이 없지만, 증권신고서 내 2022년 실적을 3분기까지 누적으로 보고 집계한 것에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무언가 4분기 실적을 담기엔 문제가 있어서, 빠르게 제출한 거라고 추정해 볼 수 있었거든요. 처음 예상은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나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아시스의 4분기 실적은 오히려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러 소스들을 통해 봤을 때, 3분기 누적보다는 연간으로 봤을 때 성장률이 훨씬 높았을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좋게 나온 실적을 애써 감출 수밖에 없었던 건 기업 가치 산정을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 방식 기반으로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아시스는 본인들이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정할 때, 매출액에 3.77배를 곱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이렇게 1조 원 내외의 기업가치가 나올 수 있었고요. 그런데 연간 기준으로 매출액을 산정한다면, 아마 기업가치는 1조 원 초반이 아니라 중반대까지 올라갔을 겁니다. 그러면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을 거고요. 결국 적정 시가총액을 맞추기 위한 고심 끝에 '빠른 증권신고서 제출'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재구매율(?)은 긍정적인 지표일까?

이처럼 순식간에 세상에 공개된 오아시스의 증권신고서. 이 안에는 오아시스의 장밋빛 미래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지표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숫자가, '2022년 오아시스 온라인 채널 월별 재구매율'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 뭔가 이상합니다. 월별 재구매율이 평균 98%라니요? 자세히 산정 방식을 뜯어보니, 재구매율보다는 '기존 고객의 주문 비중'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한번 뒤집어 보았습니다. 오아시스 온라인 채널 고객의 월평균 주문 수를 2회라고 가정하고, 신규 고객의 비중을 구해본 것이지요. 그랬더니 월별 평균으로 오아시스의 전체 고객 중 4% 남짓 만이 새로 유입된 고객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왜 이 숫자를 그렇게 강조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오아시스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빠른 성장'입니다. 수익을 내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출 볼륨이 경쟁사 대비 작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증권 신고서에도 매출액 성장성 둔화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성장하는 플랫폼 치고는 낮은 신규 고객 비중으로 나타나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런 숫자는 감추거나, 다른 지표로 대체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더욱 아쉬웠던 점은 이를 극복할 대안이 문서 내부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오아시스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겁니다.

쿠팡과 비교하는 게 온당할까?

마지막으로 아마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킬 부분은 비교 회사 선정, 그중에서도 쿠팡과의 비교일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아시스는 적정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방법론으로, EV/Sales라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여기서 활용한 거래배수 3.77은 비교 기업들, 메르카도리브르, 씨, 쿠팡, 엣시의 숫자들의 평균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4개 기업 중 3개는 우리와 직접 비교가 어려운 해외기업이었고, 그나마 국내 기업인 쿠팡의 배수는 1.36으로 가장 낮았다는 점입니다.

쿠팡의 낮은 배수를 그대로 적용하면,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는 4천억 원 내외로 하락하게 되는데요. 심지어 누가 보더라도 쿠팡의 매출은 오아시스의 매출보다 가치가 큽니다. 시장 1위 플랫폼으로 규모부터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데다가, 최근엔 비록 분기 기준이지만 흑자 전환까지 성공했으니까요.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오아시스가 몸값을 너무 세게 불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분명 몸값 자체는 거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오아시스에게도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긴 할 겁니다. 사실 오아시스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비슷한 비중으로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오아시스가 거의 유일하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할 수 있는 로드맵이 이번 증권신고서에 담겼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랬다면 오아시스의 가치를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처럼 개인적으로 이번 증권신고서는 우려했던 부분들은 그대로 드러나고, 반대로 오아시스 만의 특장점이 잘 부각되진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오아시스는 정말 유니크한 강점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시장 환경도 그렇고, 분명 이번 상장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텐데요. 그래도 이번 과정을 계기로 오아시스 만의 강점을 조금 더 다듬어서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W몰 너마저, 몰락하는 도심형 아울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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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아울렛은 위기입니다

국내 도심형 아울렛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W몰이 오는 9월이면, 개점한 지 27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W몰은 단일 점포 아울렛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던 곳으로 2019년만 하더라도 1,800억 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피할 순 없었고요. 약 20% 정도 매출이 역신장 합니다.

다만 이번 폐점의 원인이 코로나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오프라인 채널들은 작년 엔데믹 이후 어느 정도 실적을 회복한 반면, W몰의 매출 회복세가 더뎠던 것이 매각 결정으로 이어졌는데요. 실제로 작년에도 전년 대비 6% 정도 신장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1,400억 원의 매출로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과의 격차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위기는 W몰 만의 일은 아닙니다. 작게는 W몰이 위치한 가산동 아울렛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고요. 크게는 도심형 아울렛이라는 업태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근 마리오아울렛이나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도 코로나 이후 떨어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고요. 가장 많은 도심형 아울렛 점포를 운영 중인 이랜드리테일도 5개 점포를 폐점하였고,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세이브존도 2011년 이후 10년 넘게 신규 출점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가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모든 '아울렛'이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들은 전성기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두었고, 작년 성적표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알려져 있거든요. 실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운영하는 아울렛 매출 순위를 봐도, 상위권은 모두 교외형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가장 먼저 브랜드 소비 행태가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심형 아울렛이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건,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입니다. 하지만 이제 고객들은 중저가 브랜드들보다는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던가, 특색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선택합니다. 대신에 합리적인 구매 시에는 SPA 브랜드 혹은 온라인 보세 브랜드를 이용하고요. 당연히 이도 저도 아닌 중저가 브랜드들을 향한 수요는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도심형 아울렛의 가치도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오프라인 쇼핑이 주는 가치가, 기능적인 충족에서 감성적인 경험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도심형 아울렛의 패인이었습니다. 편의성, 가격 등 기능적 요소들로는 이제 오프라인 채널이 온라인을 이기기 힘듭니다. 특히나 코로나 시기 온라인 쇼핑을 맛본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고요. 결국 가격과 접근성이라는 기능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도심형 아울렛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이미지 출처 : 롯데백화점

반면에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들은 이러한 지점을 잘 공략하였습니다. 2021년에 오픈한 타임빌라스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자연 속 휴식이라는 컨셉 아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화하였습니다. 안 그래도 수요가 폭등한 럭셔리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이처럼 경험과 감성을 놓치지 않으니 교외형 아울렛은 성장할 수밖에요. 이제는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업태인 편의점마저 콜라보 등 재미 요소와 경험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잘 읽고, 이에 맞춰 가진 강점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 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들은 꼭 오프라인 리테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 변화를 만들어 냈지만,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이에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는 건 매한가지거든요. 리테일의 본질은 '좋은 물건을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통의 효율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옵니다. 성숙한 이커머스 시장이 독과점 구조로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더욱이 어느 플랫폼이나 입지의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하다는, 온라인의 특성 때문에 이러한 쏠림 현상은 심화되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더욱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지배하는 형태로 변해 갈 겁니다. 이는 곧 오프라인 점포가 감성과 경험을 잡지 못하면 도태되듯이, 이들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곳들 역시 기능적 요소에 더하여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워질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W몰을 비롯한 도심형 아울렛의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지 않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과연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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