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에선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지 마세요

📧 비밀작전! 웹에서 편하게 읽어요~

🇧🇷 Tea Talk에선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을 다뤘습니다.

튀르키예・시리아와 한국과의 시차가 6시간인데요. 오늘은 6시간 더 서쪽으로 갑니다. 낮과 밤이 정확히 12시간 차이납니다. 게다가 북반구가 아닌 남반구, 계절도 다릅니다.

문자 그대로 지구 반대편, 브라질입니다.

왜 브라질인지는 천천히 하나씩 풀어갈 텐데요.

시작하기 전에 비밀요원님에게 깜짝 퀴즈 한 가지!를 내어 볼게요. 늘 그렇듯 정답은 없으니 편하게 선택하면 됩니다.

<델타 월딩 깜짝 퀴즈!>

Q. 민주주의 국가는 크게 대통령제와 의회제로 나뉩니다. 이중 유권자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정부구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대통령제(한국・미국・프랑스・브라질 등)
🅱️ 의회제(독일・일본・인도・이스라엘 등)

안녕하세요, 비밀요원님~ 오늘도 🔍갤갤이 인사드려요.

화요일의 Tea Talk을 함께 하던 🎱핑크쵸코가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델타 월딩을 쉽니다. 지난 해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핑크쵸코가 건강하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비밀요원님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마음 속으로 🅰️ 혹은 🅱️ 를 꾹 눌러 담았으리라 여기구요.

오늘 비밀작전, 시작하겠습니다.

대통령궁을 습격한 시민들
군부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그러나…
브라질의 남은 과제

1. 대통령궁을 습격한 시민들

지난 1월 8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입니다.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에 난입해 시위를 벌였습니다.

두 해 전 1월 6일, 미국 워싱턴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폭동을 일으켰죠. 평행우주와도 같은 풍경입니다.

사건의 발달은 지난 해 10월 30일에 치러진 브라질 대선입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자유당)와
2003~10년에 대통령을 역임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노동자당)가 결선 투표를 치렀고,

1.8%p 차였습니다. 룰라가 보우소나루를 이기고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선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3%p
2022년, 윤석열 현 대통령이 0.73%p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박빙의 승부는 대통령제를 치르는 국가들의 숙명입니다만,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룰라가 8년 간 대통령을 역임했지만 10여년 간 브라질 정치환경이 크게 바뀌었고, 무엇보다 현재의 브라질 의회 다수파는 우파입니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으로서 공권력에 접근 권한이 있는 보우소나루와 달리 야당 대선 후보가 선거에 개입할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시위는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격렬해졌습니다. 트럭운전사들은 도로를 점거하며 선거 결과에 항의했고, 일부 시민들은 테러를 모의하기도 했습니다.

해가 바뀌어 2023년 1월 1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룰라는 제39대 브라질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임기를 시작했지만 일주일 뒤였습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 국가 3부 기관을 점거하며 집기들을 파손했습니다.

이번 브라질리아 시민 폭동엔 흥미로운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군부대 앞에 애국캠프를 설치하며 군이 정치에 개입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비슷합니다만 브라질도 1964년부터 85년까지 약 20년 간 군부독재를 경험했습니다.

때문에 한국은 군이 조금이라도 정치적 행위를 하려는 징후가 포착되면 상당히 거세게 저항합니다.
이와 달리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군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이며 쿠데타를 일으켜 줄 것을 바랍니다.

즉, 음모론을 신봉하며 ‘도둑맞은 선거’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지지자와 비슷하지만 군부독재에의 향수를 가진다는 점에선 크게 다릅니다.

둘째,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상징으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대선 불복 시위가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동시기에 일어났기 때문인데요.

이들의 주장은 간결합니다.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브라질을 지켜야 한다.”

한국에서도 태극기가 애국보수의 상징인 것과 비슷합니다. 때문에 비밀요원님이 네이마르 팬일지라도 쿠데타를 염원하는 애국캠프 수호대로 인식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건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시위가 문제인 건 아닙니다. 갈등 없는 사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때는 일당・군부독재나 쿠데타가 민주주의의 주요 위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민’이 자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포퓰리즘과 극단적 세력이 결합하며 전 세계적으로 극우・극좌 포퓰리즘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밀요원님도 민주주의의 퇴보 혹은 몰락에 염려가 많을 텐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 축구 그 이상, 브라질

이정관 전 브라질 대사

2023년 6월 4일(일) 20~22시(KST)
only 줌(카메라를 끄고 편하게 몸만 오세요)

신흥시장국의 위상이 점차 커져갑니다. 중견국의 대표적 협의체 BRICS를 탐색합니다. LINK

줌 녹화링크와 피그마 리뷰노트 제공

브라질, 룰라 그리고 기후위기 🇧🇷

2. 군부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그러나…

정답같은 얘기입니다만 왕정 혹은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국가들은 공통된 단계가 있습니다.

우선 선거를 통해 권력 접근의 민주성을 경험한다는 점입니다. 1인 독재자나 소수의 측근들에게 권력이 독점되던 시대에서 벗어나 누구든 정치인이 될 수 있고, 한 표를 행사하며 정치적 효능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첫 단계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하지 못하면 다시금 쿠데타가 발발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미얀마를 들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이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선거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안착된 국가로 분류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입헌민주주의입니다. 권력을 행사하는데 있어 법치주의(rule of law)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선진민주주의로 전환되거나 혹은 민주주의의 퇴보를 경험하는데요.

요즘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민주주의의 퇴보’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선거는 치르지만 권력이 법에 따라 행사되지 않고 특정 정치인이나 집권정당의 입맛에 따라 남용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튀르키예, 인도, 이스라엘, 헝가리, 폴란드 등이 있으며 호주와 미국도 한때 위기에 처했습니다. 브라질 역시 기로에 서 있는데요.

브라질의 사정은 좀 더 복잡합니다.

앞서 비밀요원님에게 대통령제와 의회제 중 어떤 정부구조가 유권자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한다고 생각하는지 여쭤봤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 의회제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효율’을 추구합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일치시켜 누구의 견제도 받지 말고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라는 거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정치가 국민들의 의사를 어떻게 대표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기에 선거제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석 분포를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최대한 맞추겠다는 겁니다.

그 결과 당의 갯수가 많아집니다. 독일이나 북유럽 등을 떠올리면 되는데요.

유권자는 제 취향이나 가치관, 이해관계 등에 따라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하고,
그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정당이 의회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예외적으로 보수당-노동당 두 개의 정당으로 운영됩니다. 일본은 다당제지만 사실상 자민당 독주체제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회제는 비례대표제-다당제가 한 묶음으로 작동됩니다.

다만 당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어떤 정당도 압도적 1당이 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정권 창출을 위해선 정당 간 연합 혹은 협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리는 A 정당 대표지만 OO부 장관은 B, C 정당 정치인이 임명되는 일이 흔합니다.

의회제는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정당도 의회에서 한 석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신나치 정당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죠. 하지만 정당 간 협의를 통해서만 정책이 추진될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 중도층에 수렴하는 정책이 많아집니다.

이와 달리 🅰️ 대통령제는 ‘견제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를 철저히 분리시키는데요. 그 결과,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엔 느리지만 기존 정책을 함부로 폐기하기도 어렵습니다.

한편 선거를 두 번 치릅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별도로 선출함으로써 권력 분립에의 원칙을 확고히 지키는 겁니다. 그 대신 책임 주체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선거제로 다수결제를 주로 채택합니다.

이런 느낌입니다.

이번엔 너에게 한 표를 행사해 확실히 힘을 실어줄게.
다만 정부 운영에 실패한다면 다음엔 다른 정당을 뽑을 거야.

종종 온라인에서 정당에 번갈아가며 투표하고 심판해야 한다는 글들을 보셨을 텐데요. 이러한 글들에 동의 여부를 떠나, 대통령제라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승자독식제도 대통령제의 전형적 특성입니다.

다만 대통령제는 의회제와 달리 일반적으로 당의 갯수가 적습니다. 누구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울 것인지 명확히 묻는 구조기에 정책 지향점이 비슷한 정치인들끼리 정당을 만들어 미리 힘을 합치는 겁니다. 대통령제-다수결제-양당제를 한 묶음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대통령를 채택한 국가에서 당의 갯수가 적은 건 현실적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대통령제에서

의회에 당의 갯수가 많아지면 행정부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들의 수도 많아지기에 정치적 불안정성이 상당히 커집니다.
행정부로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에 야당과의 정치적 거래가 빈번해지고 이러한 거래에는 대체로 국가예산이 남용됩니다.

쉽게 말해 의회제냐 대통령제냐가 아니라 어떤 선거제도와 한 셋트로 움직이냐가 제도 설계에 더욱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국가가 대통령제 혹은 의회제를 선택하느냐 묻는다면, 이 역시 정답이 없습니다.

새로운 정책을 빨리 많이 만들길 바란다면 의회제, 정책 일관성이 더욱 중요하다 판단하면 대통령제가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생 독립국가로서 헌법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면 즉, 개헌이 불가피하다면 섣불리 유불리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경로의존성인데요. 과거에 봉건제 혹은 영주 시스템으로 작동됐던 국가들은 의회제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된 국가들은 대통령제를 많이 채택했습니다. 다수당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우려하는데다, 정치지도자를 내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열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을 꼽을 수 있는데요.

브라질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브라질은 대통령제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대통령제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케이스, 즉 비례대표제-다당제 국가기도 합니다.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 개수만 무려 27개입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압도적 1당이 될 수 없기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예산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는 관행이 굳혀집니다.

언론에서 브라질의 금권선거나 포퓰러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에 관한 기사를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브라질이 특별히 열등하거나 민주주의 감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정치 제도 측면에서 가장 불안정한 메커니즘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도네시아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일전에 설명했듯이 인도네시아도 원내정당이 10개입니다. 조코위 대통령의 강점인 실용의 정치 이면에도 정책 거래가 있었죠. 지난 해 12월에는 이슬람 정당을 의식해 ‘혼외 성관계 금지법’이 담긴 보수적인 형법을 제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