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예년보다 더 덥고 지리하게 느껴지는 여름이 지나고 있습니다. 여름은 푸릇푸릇한 생명력의 계절이기도 하죠. ‘초록을 거머쥔’ 님은 어떤 여름을 지나치고 새로운 가을을 기다리고 계시나요? 저는 '초록'하면 무엇보다도 푸른 영상미 가득한 청춘 드라마가 생각이 납니다.

허니와 클로버 / 타카타 마사히로

"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볼까 저 파도를 따라 끝없이 떠나볼까
새로운 시간이 춤추는 이 길로 모든 것 잊고서 외로움도 다 잊고서
두 팔을 벌리면 날개가 돋아날 걸 가슴을 연다면 쪽빛이 가득할 걸
오늘을 잊은 채내일도 접어둔 채 지금은 우리가 행복해야 할 그 시간"

여러분에게도 여름 캐롤이 있으신가요? 저는 초록잎이 무성한 여름의 절정이 오면 이 노래가 생각나요. 정미조의 '7번 국도'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잠깐씩 얼굴을 스치는 반가운 산들바람 같은 노래예요. 경쾌한 리듬과 예쁜 우리말 가사를 가만히 듣다보면, 시원한 바람 가르며 싱그러운 초록길을 달리는 기분이에요.

정미조는 1970년대 최고의 디바로 인기 절정이던 1979년 돌연 가요계를 은퇴하고 수년간 화가로서도 입지를 다졌어요. 7번 국도는 2016년 2월, 37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정미조가 발표한 앨범 수록곡입니다. 젊은 평론가들은 “청취의 환희” “결코 세월이나 명성에 빚지지 않은 앨범” “세월이 만들어 낸 목소리” “유례없이 완성도 높은 복귀 음반” 등의 극찬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최근 숏츠로 7번 국도 라이브가 이슈가 되며 젊은 층의 반응도 좋은데요. 37년만에 복귀했지만 시대를 넘어 정미조만의 감각과 음색은 여전히 환대받아요. 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아티스트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