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25 | PC사랑 뉴스레터 63호 | 구독하기 | 이전 뉴스레터
안녕하세요, 온라인 편집국 이백현 기자입니다.


젠슨 황 CEO는 GTC 2026에서 DLSS 5를 공개하면서 이를 ‘그래픽의 미래’라고 표현했습니다. 새롭게 적용된 ‘뉴럴 렌더링’이 게임을 더 사실적으로,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하지만 DLSS 5 공개 직후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렀는데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얼굴이 어색하게 바뀌고, 화면이 인스타그램 필터를 씌운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급기야 ‘AI 슬롭(AI 저품질 결과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황 CEO는 곧바로 “그들은 완전히 틀렸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이후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는 “나 역시 AI 슬롭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AI 생성 콘텐츠가 점점 비슷해 보인다는 우려를 이해한다”고 언급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도 보였죠.


그동안 게이머들 사이에서 DLSS는 ‘업계에서 가장 앞선 성능 향상 기술’로 평가받아 왔는데요. 왜 이 기술은 갑자기 ‘그래픽을 망치는 기술’이라는 비판까지 받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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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게이머들은 왜 AI가 불편할까
재창작의 영역으로 들어선 DLSS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는 쉽게 말해, 게임 화면을 ‘대충 그리고 나중에 AI가 정교하게 다듬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4K 화면을 그대로 그리면 컴퓨터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일단 1080p처럼 낮은 해상도로 빠르게 그린 뒤, AI가 “원래라면 이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추정해서 고해상도로 다시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사진으로 치면, 흐릿하게 찍힌 이미지를 AI 보정으로 또렷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초기에는 그냥 선명도를 끌어올리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없는 디테일까지 AI가 만들어 넣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단순한 ‘보정’이 아니라 ‘다시 그리기’에 가까운 기술로 바뀌고 있죠.


DLSS는 한동안 게이머들 사이에서 사실상 ‘가장 앞선 업스케일링·프레임 생성 기술’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고해상도 게임을 돌리면 프레임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던 시절에, DLSS는 성능을 크게 희생하지 않고도 화면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프레임까지 끌어올리는 체감 변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레임 보간(프레임 생성) 기능이 도입된 이후에는 “그래픽카드를 한 세대 더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평가가 달라졌고, 일부 게임에서는 DLSS 지원 여부가 곧 플레이 경험을 좌우하는 요소로까지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DLSS 5에 와서는  단순 업스케일링이 아니라, 뉴럴 렌더링(neural rendering)을 통해 아예 픽셀을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원본 프레임을 보정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지 않았던 디테일을 AI가 ‘추정’하고 채워 넣는 방식입니다.


이 순간부터 DLSS는 더 이상 보조 기술이 아닙니다. 그래픽의 일부를 AI가 직접 창작하는 단계로 넘어온 겁니다. 문제는, 이 창작이 항상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의외로 기술적인 비판이 아닙니다. 감각적인 위화감입니다.


캐릭터 얼굴이 미묘하게 뒤틀리거나, 질감이 과하게 매끈해지고, 장면 전체가 SNS 필터를 씌운 듯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어떤 장면은 현실보다 더 선명하지만, 동시에 더 ‘가짜처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때 등장한 표현이 바로 ‘AI 슬롭’입니다. AI가 만들어낸 과도하게 매끈하고, 획일적인 결과물을 비꼬는 용어입니다. 원래는 생성형 AI 이미지에서 쓰이던 말인데, 이제 게임 그래픽에도 그대로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렌더링이 아니라 필터에 가깝다는 비판인데, 개발자가 의도한 스타일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평균적인 ‘그럴듯함’으로 덮어버린다는 거죠.


“AI라서 욕먹는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DLSS 5를 두고 일각에서는 차세대 렌더링의 시작으로 평가합니다. 레이트레이싱 이후, 그래픽 기술이 한 단계 더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입니다. 지금의 왜곡이나 부자연스러움은 초기 기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같은 결과라도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붙는 순간, 사용자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술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창작 주체에 대한 거부감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논쟁의 핵심은 DLSS 5 자체라기보단, 게임 그래픽의 통제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그래픽은 개발자의 영역이었죠. 아트 디렉터가 스타일을 정의하고, 엔진이 그것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구조고요.


하지만 뉴럴(인공지능) 렌더링이 본격화되면, 최종 화면의 일부는 AI가 결정하게 됩니다. 개발자가 의도한 결과와, AI가 만들어낸 결과 사이에 미묘한 간극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면, 모든 게임이 비슷한 ‘AI 스타일’로 수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생성형 이미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그대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DLSS 5를 둘러싼 ‘AI 슬롭’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AI가 창작 영역에 개입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를 기술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 가까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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