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소멸의 시대, 인류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 축소 사회에서 초(超) 생존의 조건을 찾아 나섰던 2024 SBS D포럼(SDF2024)이 지난 화요일(12일) 성대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SDF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여기에 더해 청년‧기업‧기후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심도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SDF의 진정성에 화답하듯, 7백 명 넘는 참가자분들이 늦은 오후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객석을 가득 채우며 포럼을 경청해 주셨습니다. 현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SDF2024를 마무리하면서, SDF다이어리 구독자 여러분께 올해 포럼의 핵심만 요약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SDF2024 에필로그 1편.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SDF2024를 빛내준 국내외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모았습니다.
SDF2024의 기조연사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학교 인구학 명예교수와 마스다 히로야 일본 인구전략회의 부의장은 한 발 앞서 들여다본 인구와 지역에 대한 통찰을 전해줬습니다. 콜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낮은 출산율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2750년쯤 소멸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의 원인으로 ‘압축적 근대화’ 현상을 지목했습니다. 콜먼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 고용 안정성 강화, 남녀 임금 격차 해소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 즉 문화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마스다 부의장은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지적했고, 일본의 새로운 인구비전인 ‘2100년까지 인구 8000만 명 유지’를 소개하며, 인구 문제는 "정파를 초월한 합의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관한 고민은 이어진 발표들에서 보다 심도 깊게 논의됐습니다.
먼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는 SBS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축소 사회 한국이 매력적인 국가로 번영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조건을 제언했습니다. 연구팀은 ▶한국을 중심에 두고 전 세계 7개 권역으로 글로벌 생산‧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다중 허브’ 전략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컨트롤타워 마련을 골자로 한 글로벌 인재 공급 시스템 구축 ▶전체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차원의 미래 대응 전략 수립 ▶외국인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직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도입 ▶외국인 근로자의 가족들을 위한 다각적인 정주 지원 시스템 마련을 제안하면서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연구팀의 다섯 가지 제언에 대해, 정부 측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외국 인력 정책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설명했습니다. 주 부위원장은 현재 저숙련 위주의 외국 인력 정책을 고숙련 전문 인력과 중숙련 인력으로 대체하고, 내국인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간병‧돌봄 인력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우수 인재의 정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면서, 해외 인재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비자‧영주권 등의 제도적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공공 임대주택 지원과 같은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사회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선태 충주시청 유튜브 전문관과 김유솔 전라남도 완도 용암마을 이장, 이큰별 SBS 제작본부 PD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지역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살아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줬습니다. 지역 사회의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유입을 장려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지,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조건에 대하여 김유솔 이장은 지역 청년에 대한 지원이 “특산품 연계에만 묶이지 않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선태 전문관과 이큰별 PD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언급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인 지방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과 현장 중심의 예산 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후 들어서는 분위기를 전환해 새로운 지식 나눔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화려한 LED 화면을 배경으로 가수 윤하가 오후 세션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윤하는 우리에게 ‘왜 성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0대 시절, 자신을 성장시킨 원동력은 외로움과 고독함이었다며, 호주의 브룸이라는 도시에서 본 맹그로브 나무와 개복치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깨달은 ‘함께’의 의미를 노래에 담아 전했습니다.

또 다른 문화예술인인 작곡가 김형석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무대를 채우며 K-POP이 세계적 성공을 거둔 이면에 있는 ‘진정성’과 대중음악이 지닌 ‘공감’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김형석은 AI 시대를 맞아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시대에, 음악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내야 한국의 음악 산업이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전에 이어 초저출생 현상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SDF만의 차별화된 연구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임동균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장은 저출생‧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네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해 가족으로 가는 문턱 낮추기 ▶저출생 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합리적인 조직 문화의 조성 ▶우리 사회를 하나로 이어주는 ‘사회적 가치 위원회’의 설치를 강력히 제안했습니다.

뒤이어 발표한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청년층,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했던 고립‧은둔 청년들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재고립되지 않고 다시 사회와 연결되기 위해 구축해야 할 촘촘하고 안전한 ‘연결망’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특히, 이 자리에는 7년간 은둔을 해왔던 30대 청년 이준형 씨가 함께 무대에 올라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해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필수조건,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논의도 펼쳐졌습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언론인들이 꼽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존하는 철학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이 분야 대표 연사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피터 싱어 교수는 ‘윤리적 시야 확장의 필요성’을 주제로 “우리의 지구는 더 이상 대체할 곳이 없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윤리적 기준을 확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윤리적 원칙이 사람뿐 아니라 모든 감각을 가진 생명체로까지 확장돼야 한다면서, 현대 축산 산업이 동물에게 끼치는 고통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같은 파트에서 무대에 오른 배우 김석훈 씨와 정수종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장은 자연 생태계가 균형을 맞추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꿀벌의 역할에 주목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할지를 논의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개인의 생존이 아닌 군집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결속하는 ‘초개체’ 꿀벌의 분봉을 모델 삼아, 한국 도시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포럼에서는 가장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을 진화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장대익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는 “자연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초생존의 경로로 진입하는 대전환을 만들어 냈다”면서 ‘초생존’의 조건인 ‘진화력’을 만들어 낸 핵심 요소로 ‘적응적 잠재성, 유연성, 강건성’이라는 세 가지 모듈적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장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후속 대담에서는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이 기업과 투자자의 관점에서 초생존 기업에 대한 유익한 통찰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SDF는 올해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깊이 있고 다양한 분석과 관점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해 SDF가 제시한 어젠다와 해법이 우리 사회가 분열과 소멸의 위기를 넘어 더 나은 미래의 방향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인사발령으로 인해 이번 편을 끝으로 미래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매주 수요일 발송되는 뉴스레터를 열독해 주시고, 정성 가득 담긴 피드백을 보내주셨던 SDF다이어리 구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미래팀 이혜미 기자 (par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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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문준모 기자 :  정치, 외교, 사건 등을 취재하다 SBS D포럼 20주년 준비팀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현실적 해법이 담긴 포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석철 전문위원 : 미디어 정책과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 업무를 주업으로 하다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다가올 미래, 사람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그 의미가 SDF에서 구현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혜미 기자 :  2008년부터 경제부, 사회부, 뉴미디어 분야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습니다. '번아웃'을 경계하고 일상 속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살고 있습니다.


류란 기자 :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에 관심 있습니다.


김은비 작가 :  시사, 교양, 예능, 웹콘텐츠 등을 구성해왔습니다. 20주년을 맞은 SBS D포럼 역시 재밌고 의미있게 준비해보겠습니다.


이누리 작가 :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담아내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구성해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스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그 진심을 담아 이번 SDF에 임하겠습니다.


최성락 PD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Welcome to the home of feel-good thinking! SDF의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김효선 마케터 : SDF의 SNS 채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더 많은 분에게 SDF의 지식과 트렌드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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