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기도수행 중에는 ‘회향기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회향’은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줄임말로, 기도하는 동안 스스로 쌓은 선한 공(功)과 수행의 덕(德)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베푸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자기 안에 가두지 않고, 지향하는 방향을 밖으로 열어 다른 이와 함께 나누는 것. 어찌 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열려 있는 행위이지요. 
많은 이가 예술에서 새로움을 기대합니다.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딘 땅 먼 곳의 보일락말락 한 알 수 없는 지점을 미리 당겨와 조금이라도 분명하게 보여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전시나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잊는 것도 금방입니다. 간절한 기대와 호기심은 또 다른 작가와 다음의 전시로 던져질 뿐,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획 단계와는 너무도 큰 온도의 차이로 관객은 쉽게 고개를 돌리고 여담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예정된 시일에 종료됩니다. 하지만 종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어떠한 것이든 지금 자기의 자리에서 이야기의 끝을 맺어버리는 것은 더 너른 곳에서 다른 사람과 나눌 새로운 여정의 여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이니까요. 장소와 시간, 사람과 공간을 달리하며 팩토리의 지난 20년 동안 벌어져 온 크고 작은 모든 프로젝트 또한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겁니다.
✉️ 진행중 / 돌고 돌고 돌고
2021. 8. - 2022. 6.
자연과 나를 이루는 주변의 모든 것에 만든 이의 마음과 손을 떠올립니다. 그럼으로써 그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 시작과 끝을 상상해봅니다. 《돌고 돌고 돌고》는 우리가 자연과 지역생태계의 일부로서 어떻게 함께 사는 연습을 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하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입니다. 
가구 제작자, 식경험 디자이너, 요리연구가, 식물 전문가, 아티스트, 학생들이 함께 모여, 흙을 만지는 경험,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는 경험과 같이 내 손을 사용하여 우리가 자연과 관계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돌고 돌고 돌고》 안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유휴공간에 온실을 제작하여 그 안에서 땅과 식물, 공간, 노동의 시간이 겹겹 쌓이고 엮이는 모습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 실험실로서의 온실_크리스티나 킴, 중간공간연구소, 김수, PaTI 배우미
2021. 8. - 2022. 5.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PaTI에 설치 예정인 온실과 텃밭 사이트 땅 고르기 작업 2022. 2. 16, 사진. 정동구
크리스티나 킴과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중간공간연구소의 협업으로 온실을 제작 중입니다. 폐목재와 재활용 유리, 친환경 설비를 사용하여 완성된 실험실로서의 온실 안에서 PaTI의 배우미는 모종 작업과 식재, 요리, 발효, 염색의 순환을 직접 경험합니다.
 줍줍주의 순환적 생애_강은경
2022. 2. - 2022. 5.

줍줍주의 순환적 생애 워크숍 결과물 2022.2, 사진. 욜란타
서울과 파주, 두 지역에서 채집한 것들을 재료로 담금주를 만듭니다. 2월에서 5월까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음식과 음식이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질문하며 음식의 순환적 생애를 살펴봅니다.
 씨앗 입말음식_하미현
2022. 2. - 2022. 6.

씨앗 아카이빙 김수, 사진. 정동구
우리의 기억 속 씨앗 음식에 대한 경험을 떠올리며 그 맛과 재료, 음식법을 나눕니다. 서로 다른 지역, 다양한 세대의 씨앗 음식을 모아 기록하고 함께 만들어 먹습니다.
 자리합시다_김다움, 노윤희, 여혜진
2021. 10. - 2022. 6.

폐목재를 활용하는 '자리'이자 '테이블' 실험, 사진. 노윤희
크리스티나 킴의 ‘효율적이고 우아한 수선’의 가치를 떠올리며, 고장 난 우산과 폐목재를 활용하여 ‘자리’이자 ‘테이블’을 만듭니다. 이 ‘자리’이자 ‘테이블’인 사물은 일시적이고 유연한 특성을 가지며 온실과 텃밭의 실험과 워크숍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 프리뷰 / 
<On & Around Table + 𝛼> 전시
Luft & 윤라희, 이소영, 차승언
2022. 3. 21. - 5. 31.
일본 오키나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루프트(Luft)’가 4년 만에 팩토리를 찾아옵니다. 루프트는 공간, 가구, 생활용품 디자인을 비롯해, 사진과 조소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마키시 나미, 오케다 치카코, 다케시마 사토코가 공동으로 운영합니다. 이번에는 마키시 상과 오케다 상이 금속공방 ‘치카푸(Cicafu)’와 <On & Around Table>이라는 타이틀로 팩토리2 1층을 새롭게 구성합니다. 나왕 소재의 ‘테이블’을 매개로 다양한 순간이 저마다의 풍경으로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요.
특히 이번 전시는 루프트가 디자인한 1층 공간이 팩토리의 오피스이자, 초청 작가인 윤라희, 이소영, 차승언 세 작가가 둥글고 각이 진 테이블을 중심으로 현재 고심하는 작업의 과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쳐 선보일 예정입니다. 팩토리2와 루프트, 그리고 세 명의 작가가 초대하는 테이블 위 혹은 주변으로 쌓여갈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오키나와 루프트 숍과 갤러리 전경, 사진. Luft
✉️ Shop / Seamless Flow in Letters w/SAA
스크린 프린트 기반의 프린팅 프로덕션 스튜디오, SAA(이산하, 정성훈)가 올해 팩토리2에서 가진 전시 <TP> 속 작품이 현재 팩토리 온라인숍에서 판매 중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초대해 새롭게 시도한 인쇄 프로세스가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물을 만나보세요.

<variation 101>, 최연수 (2021)
“ TP(trial proof)는 시험 인쇄의 한 과정으로 본 작업(Edition)을 진행하기 바로 전 단계에서 색, 레이어, 잉크의 물성 등 예측이 어려운 요소를 사전에 검토하여 보다 정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3단계의 ‘trial proof’를 진행하여 하나의 이미지가 교정과 시도를 거치며 완성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기술적 교정과 즉흥적 혹은 계획적 교정이 미묘하면서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중략) 일반적으로 판화가 구현되는 과정은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표현되는가’에 있다. 본 전시는 판화를 통해 원본을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스크린 프린트로 구현할 수 있는 핸드 그라데이션, 산업용 퍼티를 활용한 마티에르, 투명도를 달리한 백색 잉크의 중첩, 흑연, 목탄, 상귄 등 전통적인 안료를 통한 표현 등 ‘trial proof’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방식의 표현을 시도하고자 했다.” (작가 인터뷰 중)
✉️ Re:visit 
2002년 12월 21일에 문을 연 팩토리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팩토리는 그동안 걸어온 지난 자리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가 다 똑같은 강렬함으로 겉으로 보기에 반짝반짝한 빛을 발하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가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의 의미와 관계의 풍경이 되는 씨앗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를 계기로 팩토리는 지난 수많은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며 다음의 계절에 피울 씨앗을 심고자 합니다.

란디 & 카트린 Randi & Katrine <타워맨(Towerman)>, 2013
도시공원 예술로 공공미술사업: 경남 함양 상림공원 프로젝트 - 라운드 프로젝트 ROUND PROJECT 

by 장민승, 정소영, 란디 & 카트린
란디 & 카트린은 2003년부터 조각, 설치미술, 공공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작업해온 덴마크 듀오 작가이다. 평소 사람, 건축, 자연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재미와 유머를 더해 오브제나 건축물을 의인화한 공간설치 작업을 해왔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다수의 퍼블릭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9년 갤러리 팩토리의 파사드를 사람의 얼굴로 형상화한 작업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어 다양한 전시 및 함양 라운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중세 유럽의 교회 건물을 의인화한 <타워맨>은 2012년 3월 이후 서울의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마치고 비로소 함양 상림공원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목재로 만들어진 <타워맨>은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관람객을 친근하게 맞이하며 숲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한다.
"함양이라는 지역을 지속해서 방문하고, 상림 숲을 낮과 밤에 거닐어 보기도 하고, 또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의지하게 될 중요한 파트너인 함양의 문화관광과 공무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상림 숲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계획을 포함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림 공원에 대한 입체적인 경험과 이해를 하게 되었다. 결국, 이 직간접적인 숲의 체험과 이해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공감각, 시간적 요소가 포함되는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을 끌어내는 것을 이번 <라운드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방향성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홍보라. 기획자의 글 중)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유나 (유나킴씨)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