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랑 헤어지자고? 너 누군데
찬비     “퐁당퐁당이라니 제발 휴일은 몰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저는 성인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이고, 스크린 타임이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에서 떨어지는 것을 어려워하고, 시간이 잠깐 뜰 때마다 인스타그램을 클릭하게 되며, 이따금 너무 많은 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내기도 해요. 저는 성인 이후에 접했음에도 이 정도인데,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Z세대는 어떨까요?


그동안 소셜미디어가 개인에게,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레터로 전달해 드렸어요. 특히, 22년 5월에 발행했던 ‘SNS는 민주주의를 저해했을까’ 레터에서는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발행한 에세이를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이전 레터의 2024년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올해 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 저자의 책 ⟪불안 세대⟫와 함께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및 소셜미디어 사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1. 애프터 바벨과 ⟪불안 세대⟫
2. 우리는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버렸다
3. 소셜 미디어에 재갈 물리기 
4. 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 바람
🗼애프터 바벨과 ⟪불안 세대⟫
모든 인류가 같은 언어를 쓰던 시절, 이들은 시날 지방의 한 들판에 하늘에 닿을 수 있는 탑과 함께 도시를 쌓자고 협의한다. 야훼께서는 땅에 내려와 이들이 세운 도시와 탑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모두가 말이 같아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해야겠다.’ 야훼께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며 세상의 말을 뒤섞고 사람들을 흩어지게 했다. 그리고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 불렀다.

Illustration by Nicolás Ortega. Source: "Turris Babel," Coenraet Decker, 1679.

2022년 애틀랜틱을 통해 발표한 조너선 하이트의 에세이지난 10년간의 미국인의 삶이 특히 멍청했던 이유‘의 대표 이미지는 바벨탑이 무너지고 있는 일러스트입니다. 그는 에세이 도입부에서 소셜미디어가 만든 2010년대가 곧 구약성서에 실린 바벨탑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요. 서로가 서로와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고 있다고요.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을 연결하고자 했던 ‘소셜 네트워킹 시스템’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쉽게, 너무 많은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덜 듣고 더 말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어려워졌다고요. 그는 비판하는 사람들이 침묵하면 집단은 어리석어진다며,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확증 편향을 줄일 기회, 다르게 생각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미국이 더 ‘멍청해졌다'고 이야기해요.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에세이 원문이나 이전 제 레터를 참고해 주세요.)


처음에는 이 에세이의 확장된 내용을 담은 책을 ‘애프터 바벨(After Babel)’이란 이름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책의 첫 번째 챕터로 소셜 미디어가 Z세대*의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시작하고 보니 너무나도 많은 데이터가 Z세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고, 이것이 소셜 미디어의 영향임이 명확해졌다고 해요. 작가는 애프터 바벨을 두 권으로 구성하기로 했고, 그렇게 첫 번째 책인 ⟪불안 세대: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가 올해 발행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올 3월에, 국내에서는 번역본이 7월에 발행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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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1996년부터 태어난 세대를 Z세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 Penguin Radom House / 웅진지식하우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Z세대의 정신 건강이 악화되었고, 이것이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보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2부와 3부에서는 1부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들어요. 현실 세계에서의 과잉 보호와 가상 세계에서의 과소 보호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다른 동물보다 성장기가 긴 인간은 어떻게 학습을 해왔는지를 함께 설명해요. 4부에서는 청소년의 온라인 활동을 제한하면서도 오프라인에서는 자유를 주며 양육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그러니까 독자가 함께할 수 있는 액션을 위주로 이야기합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위 내용 중 ‘현실 세계에서의 과잉 보호’ 부분은 제외하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도 ‘양육 도서’로도 분류할 만큼 양육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요, 특히 작가는 아이들이 안티프래질**한 존재이기 때문에 충분히 어린 나이부터 어른의 감독 없이 ‘자유 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요.


“놀이는 큰 역할을 한다. (…) 정서 발달의 열쇠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에 있다 (…) 아이들이 상처를 참고, 감정을 조절하고,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읽고, 차례를 지키고, 갈등을 해결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법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활동은 감독을 받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가 주도하는 놀이이다. 아이들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기술을 습득하려는 동기를 느끼는데, 놀이 집단에 끼이길 원하고 놀이를 계속 즐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과 실외에서 신체적 놀이를 경험해야 서로를 돌보는 법을 익히고 조금씩은 다쳐보아야 다치지 않고 놀 수 있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데, 현재의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조금도 실수하고 다치지 않도록 지휘하고 보호하려고 한다고요. 전혀 몰랐던 내용이어서 흥미로웠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지만, 저는 ‘가상 세계에서의 과소 보호’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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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르세라핌 덕분에 대체로 익숙하시겠지만, 나심 탈레브가 만든 용어로 ‘깨지기 쉽다’는 의미인 프래질에 안티를 붙인 용어로 충격을 받을 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의미입니다

🪐 우리는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버렸다

바벨탑에 2010년대의 사회를 비유했던 작가는 ⟪불안 세대⟫에서도 강력한 비유와 함께 책을 엽니다.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겠습니까?


어떤 백만장자가 화성에 새로운 사회를 세우기 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아이들을 먼저 보내자고 제안했고, 아이의 다른 친구들도 이미 가기로 한 상황이라 여러분의 아이는 제발 가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화성에서 자란 아이들이 안전할지, 중력과 복사 등이 다른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오히려 제대로 성장을 못 하는 것은 아닐지 등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는 상태예요. 그렇다면 부모로서 여러분은 허락하실 것 같나요? 아마도 허락하기 어렵겠죠.


작가는 화성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 역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고, 외부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지도 않았습니다. 전체 유저들의 서비스 체류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중독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을 배포했고요. 그리고 Z세대는 처음으로 이러한 서비스와 함께 사춘기를 보낸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악화된 정신 건강으로 나타났다고 작가는 주장합니다. 아래는 작가가 운영하는 뉴스레터 애프터 바벨에서 가져온 데이터인데요, 2010년 이전까지는 큰 변화가 없던 그래프가 모두 2010년 이후로는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양을 보여줍니다. 우울증과 불안은 특히 여성 청소년에서 더 급격한 증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데이터 외에도 응급실에 방문한 자해 환자 수, 어린 청소년의 자살률과 같이 자기 보고(self-reported)가 아닌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추이를 보입니다.

미국 십대의 주요 우울증 비율. 불안에 대한 데이터 역시 비슷합니다. © After Babel

미국 대학생의 정신 질환 비율 © After Babel

작가가 먼저 주목한 점은 다양한 정신질환 중에서도 우울증과 불안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우울과 불안은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증상을 내면적으로 느낄 때 나타나는데요, 자신이 고립되었다고 느끼거나 외롭고 쓸모없다고 느낄 때에 두려움, 슬픔, 절망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자꾸 돌아보고(반추), 사회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


또한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Z세대(18-25세)에서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과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북유럽국가에서도 정신 건강과 관련해 비슷한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설문 및 데이터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다른 연령대보다 2010년대에 사춘기를 겪었던 세대가 더 취약할 수 있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사건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죠.


작가는 2010년 6월에 전면 카메라 기능이 최초로 탑재된 아이폰4와 갤럭시S가 출시된 점과 같은 해에 인스타그램이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출시된 점에 주목합니다. 이 두 가지 변화로 인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불과 5년 만에 청소년의 생활 패턴과 롤 모델, 감정, 수면 패턴이 모두 바뀌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청소년의 정신 건강 악화의 원인이 명확하게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라고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상관을 확인하는 데이터가 대부분이고, 실험이라고 해도 일시적인 영향만 볼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책 발행 전까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학계의 반대하는 의견들을 검토하고, 논리를 보완하거나 반박해 왔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밝혀둡니다.

작가는 책에서 사회적 박탈, 수면 박탈, 주의 분산, 중독 등 네 가지 기본적인 해악이 있고, 이것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영향을 직접 주었다고 주장합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앱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앱들은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누가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을 수 있는지 경쟁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두 피질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의지력이 가장 약한 아동과 청소년이 가장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친구들과 직접 만나서 노는 시간을 줄였고, 늦게 자도록 만들었으며, 한 군데에 집중하는 집행기능의 발달을 방해했고, 스크린에 중독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네 가지 해악은 아동과 청소년이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발달하는 것을 저해할뿐더러 사회성을 익히는 것도 어렵게 합니다. 특히, 수면 박탈과 중독의 금단 증상은 불안과 우울증, 과민성 등과 직결되기도 하고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 직전 아동은 일주일에 약 40시간을, 13-18세 청소년은 50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낸다고 하는데, 주에 4-50시간 동안 사용할 것을 안다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을 가볍게 허락할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가 놀랍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이야기가 하루 이틀이었나? 하면서요.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서비스 운영사인 메타 내부에서도 알고 있었다는 게 내부 고발로 밝혀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소셜 미디어 때문에 전 세계의 같은 연령대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느낌이 조금 달라집니다. 해롭다는 게 자명한 사실인데도 보호받아야 마땅한 미성년자가 제한 없이 쓴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요. 라듐이 방사선 때문에 해롭다는 게 알려지기 전까진 식음료에도 쓰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은 후에 담배를 피우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주 소수이고, 이제는 기내에서 흡연하는 것을 꿈도 못 꾸듯이 지금의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 역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소셜 미디어에 재갈 물리기

아까 화성의 비유로 돌아가 봅시다. 지금의 부모들이 화성의 위험을 똑똑히 알면서도 아이들을 화성에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친구들도 가니까’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쓰니까 스마트폰을 사주게 되고, 다른 친구들도 쓰니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이죠. 한 가정에서만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4장에서 작가는 정부와 테크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설명하고, 그다음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해요.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특정 나이 이하인 유저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규제하고, 미성년 유저의 사용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법상으로는 13세를 인터넷 성인으로 보고 13세 미만 사용자의 가입 및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다른 생년월일을 등록하면 쉽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에서 눈 감고 있기 때문이에요. 플랫폼에서 연령 제한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정부에서 규제를 통해 압박해야 합니다. 또한 13세라는 나이는 너무 낮습니다. 작가는 뇌의 발달 시기와 학령을 고려할 때 인터넷 성인의 나이를 16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외에도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최상으로 하는 등 미성년자의 입장에서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설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놀랍게도 최근 메타는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의 미성년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 사용 강화 방안을 발표했어요.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모두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되며, 팔로우한 유저에게서만 DM을 받을 수 있고, 유해 콘텐츠에 대한 노출도 제한됩니다. 보호자의 감독 권한도 강화하여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으며, 설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이 나이를 속이는 경우에도 이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해요. 이번 변화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에 먼저 적용될 예정이며 우리나라는 내년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타의 이런 변화는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받는 압박 때문으로 추정되어요. 미국의 33개 주 정부는 지난해 10월, 메타의 서비스가 미성년자 정신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5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중독되고 있는지와 관련해 디지털서비스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호주에서도 연내에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연령 제한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요. 현재 메타의 안전 사용 강화 방안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부에서 입법이 어떻게 플랫폼이 움직이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소셜 미디어 중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알고리즘과 알림 시간 등에 대한 규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지난 6월, 미성년자에게는 시간순으로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으며,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금하고, 밤에는 알림을 보내지 않도록 하는 법안 2개를 최초로 제정했습니다. 이에 이어 캘리포니아에서도 2027년부터 미성년자 대상으로는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를 제한하고 수업 및 수면시간에 알림을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비록 연방정부에서는 아직 소득이 없지만, 각 주정부에서부터는 청소년을 소셜미디어에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제한하면서, 관련해 교육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SNS 3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외에도 14세 미만 아동의 SNS 회원가입을 제한하거나 콘텐츠를 시간 순으로만 보여주도록 제한하는 것과 같이 다른 나라 사례와 유사한 법안들도 발의가 되었다고 해요.

🤳 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 바람

여기에 더 나아가 조너선 하이트는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현재도 수업 시간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학교들이 많지만, 휴대폰이 눈이나 손에 닿는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꺼내 사용하게 된다면 친구들과 대화하고 노는 시간이 줄어들 테니까요. 아예 학교를 등교하면서 휴대폰을 걷고, 하교하면서 나눠주는 규칙을 학교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에 이어 교내에서의 휴대폰 사용 금지 역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플로리다를 비롯한 8개 주에서는 공립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요, 캘리포니아주는 지난달, 교내 스마트폰의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뉴질랜드와 호주,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도 모두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제정했거나 시범적으로 금지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연락 수단이 사라지면서 위급한 상황에 부모님과 연락하는 등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휴대폰이 사라진 학교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고 합니다. 한 선생님은 확실히 수업에 더 집중하고 참여하는 분위기이며, 학생들과 더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휴대폰 화면만 보던 아이들이 다른 학생이나 교사들과 눈을 맞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니 다른 학생을 촬영해 업로드하는 등의 사이버불링도 사라졌다고요.

© Zack Wittman for The New York Times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사실 2014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는 학교에서 일괄 휴대폰을 수거하거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학생의 인권 침해라며, 수거하지 말 것을 권고해 왔습니다.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휴대폰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돕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기기를 수거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휴대폰을 통제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각 학교의 교칙 또는 재량에 따라 휴대폰을 일괄 수거하거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해 왔습니다. 작년 한 해 인권위는 56개 학교에 휴대폰 사용 제한 관련 학칙 개정을 권고했지만, 이 중 24곳(43%)에서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이를 거부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학교에서 사용할 때의 이득보다 휴대폰의 사용이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학교들에서 제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일단, 수시로 수업을 녹음 또는 촬영해서 교사를 협박한다거나, 다른 학생의 동의 없이 촬영하고 이를 배포하는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합니다.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교권을 침해하고 면학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에 학부모와 학생의 과반이 찬성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자율 규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고요. 마지막으로 조너선 하이트가 주장한 것처럼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해서도 휴대폰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대면 관계를 맺지 못하고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아무리 미성년자라고 해도 자기 소유의 기기를 학교에서 일괄 수거해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식일까요? 분명 기술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삶에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자제하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 역시 인권위에서 내린 판단과 그 근거를 보고서는 잠시 멈칫했습니다만, 저는 그럼에도 학교에서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나은 방식이라고 결론짓게 되었는데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현재의 스마트폰과 가상 세계는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사용자들을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는지, 더 나아가 극단적인 콘텐츠를 제공해 정신 건강을 악화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지는 레터를 통해서도 여러 번 소개해드렸고, 아마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 소셜 미디어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며, 최근 텔레그램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을 고려했을 때에도 현실 세계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도 쉽게 벌어지는 곳이 가상 세계입니다. 이제서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가 조금씩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보다 취약한 미성년자들이 기기를 자제하며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또한, 휴대폰을 자제하며 올바르게 사용하기 전에 어린이와 청소년은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이러한 사회적인 스킬을 터득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분명 어떤 학생들은 집에서부터 엄격한 통제를 받아 휴대폰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다른 친구들과 눈을 맞춰 이야기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집에서도 크게 터치하지 않거나 집에서의 통제가 있음에도 휴대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가정환경과 관계 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적정한 사회적인 스킬을 길러준다는 목적을 고려했을 때, 하루 중 몇 시간 동안은 휴대폰 없이 지낸다는 최소한의 통제는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이를 따르지 않는 데에는 분명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단순히 '수업시간에는 사용하지 마라'라고 주의를 주고 야단을 치는 것으로는 확실히 통제가 되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학생이나 선생님을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학교에서도 이러한 정책을 위해서는 충분히 학생 및 학부모와의 소통이 있었을 것입니다. 일부 학교의 설문 결과였지만 학생 역시 과반수가 휴대폰 수거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레터를 쓰고 있었던 지난 월요일, 놀랍게도 인권위의 입장이 10년 만에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판단이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향후 나올 결정문의 방향에 따라 앞으로의 휴대폰 관련 지침에 영향이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저는 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는 정말 최소한의 통제라고 생각합니다. 하교하는 순간부터 학생들은 다시 휴대폰과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휴대폰 수거 정책에 대해 중학교 선생님인 지인 A에게 문의했을 때, A의 학교는 휴대폰을 수거하는 학교였음에도 이미 학생들이 일상의 면면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너무 익숙하다고 답변했습니다. SNS에 공유하는 것이 너무 생활의 일부이다보니 오히려 일탈하는 것까지도 SNS에 업로드해 잡아내는 것이 쉽다고도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이 문제에 드디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사용, 알고리즘, 알림 시간 외에도 포괄적으로 더욱 안전한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법안을 제정하고 규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한 문제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편집/윤문 | 구현모

중쇄를 찍자 OST | Echo - UNICORN

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요즘 일드 ⟨중쇄를 찍자⟩를 보고 있어요. 유도 국가대표를 꿈꾸다가 부상으로 꿈을 좌절당한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가 만화 잡지 주간 바이브스의 편집자로 입사해 일어나는 일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최근 도통 일이 안 풀려서 좌절한 날 보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의 일생을 걸었던 꿈을 놓아줘야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눈 앞의 것에 최선을 다하는 이 사람의 선택들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을 다잡게 되었어요. 친절한 것이 강한 것이다, 그리고 운을 모으자! 라고요.


2016년 드라마라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럼에도… 아직 보지 않으셨거나 봤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나는 무얼 위해 일하고 있지?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음을 다잡는 데에 좋은 작품입니다. (왓챠와 티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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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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