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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삼성'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현대'는요? 

둘 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집단인만큼 우리가 상상하는 '삼성' '현대'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있을텐데요. 이를테면 삼성하면 삼성전자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스마트한 엄친아, 현대는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30대 후반의 듬직한 차도남이 떠오르는 식으로요. 

이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기업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닌데요. 주요 사업 분야과 그 사업에 종사하는 임직원 그리고 그들이 지난 몇 십년에 걸쳐 만들어낸 기업문화를 통해 '삼성인' '현대인'을 상징하는 컬러가 만들어진 셈이죠.

오늘의 워크웨이브는 '제 2의 삼성인' 같은 고유의 기업 컬러를 만들기 위한 요즘 기업들의 노력, 컬쳐 핏 (Culture Fit)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24년 국내 채용 시장 주요 키워드로 컬쳐 핏이 선정되었습니다. 컬쳐 핏은 기업문화와 부합하는 인재를 중시하는 채용 트렌드를 뜻하는데요. 앞으로 기업이 '우리 조직의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Fit)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것. 한 마디로 우리랑 잘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말이예요. 

혹자는 '예전에도 그렇지 않았나?'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과거 단순하게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았더니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거든요. 직무 능력과 별개로 기업문화가 맞지 않아 일찍 그만두는 경우가 꽤 잦았다고.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작된 '대퇴사의 시대' 탓이 컸는데요. 잦은 퇴사로 인한 채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에서 '(잘 나가지않는)적합한 인재'를 찾기 시작한 것. 실제로 CJ제일제당은 2021년부터 '컬쳐핏 인터뷰'라고 불리는 대화형 면접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컬쳐 핏이 주목받는 이유가 꼭 그것뿐만은 아니예요. 빠른 성장이 곧 생존 전략인 스타트업만큼 기업문화(Culture)와 그에 맞는(Fit) 인재 채용을 중시하는 곳은 많지 않을텐데요. '원 팀'의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토스는 채용 단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컬쳐 핏을 유지하기 위해 아예 컬쳐 에반젤리스트(Culture Evangelist/CE)란 직무를 따로 둘 정도라고 해요.

그렇다면 컬쳐 핏이 맞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면 모든게 해결될까요? 

물론 아니예요. 일단 내가 속한 조직의 문화가 무엇인지 정의내리고 그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인터뷰를 설계해야 하는데요. 이마저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예요. 오죽하면 면접관 취향대로 '우리가 남이가'식 채용을 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할 정도. 심지어 면접관 취향에 맞춤 답변을 거짓말로 하는 구직자들도 적지 않다고 하구요.

한편 기업문화에 잘 맞는 인재를 찾기보다 다양성을 더해줄 수 있는 컬쳐 애드(Culture Add) 개념을 내세우는 기업들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메타는 지난 2017년 채용공고에서 컬쳐 핏 용어를 아예 삭제했는데요. 조직에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인재, 기존 문화에 도전할 수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인재들을 통해 조직의 창의력과 혁신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해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컬쳐 핏이 각광받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채용 및 교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예요. 애초 컬쳐 핏이란 개념이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유도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었구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컬쳐 애드 개념이 등장했고, 지금은 그 둘 사이에 우열을 가리지 쉽지 않아보여요.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두 개념 모두 건강한 기업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방증이란 것이예요.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고 가꾸는 노력을 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터. 하지만 이를 통해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거예요.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인재를 채용할 때 '3I'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한 적 있는데요. Intelligence(지능), Initiative(추진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Integrity(진실성)입니다. 여기서 Integrity는 신념과 언행이 일치하는 일관된 상태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덕목이예요. 제 아무리 똑똑하고 추진력이 있더라도 진실된 사람이 아니라면 조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결국 컬쳐 핏 인터뷰를 통해 우리 조직과 '핏'이 맞는 찾으려는 채용 부서도, 또 구직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이 같은 Integrity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바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것!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좋은 기업문화를 갖춰야 하고, 그렇게 모인 인재들이 더 좋은 문화를 만드는 바람직한 선순환은 여기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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