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예보가 나왔던 어느 추운 날. 일을 일찍 마치고 오랜만에 야타이에 갔다. 야타이는 이른바 포장마차다. 을지로3가를 가면 노가리 골목을 찾듯, 후쿠오카를 가면 관광객들이 무조건 가는 곳이 야타이다. 야타이는 후쿠오카 시내에 몇 곳이 있지만 여기 나가하마 지역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엔 딱이다(나카스 강가에 있는 포장마차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후쿠오카 지하철을 타고 아카사카역까지 가서 3번 출구로 나와 귀가하려는 사람들을 뚫고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0분 정도 걷다가 후쿠오카시 나가하마 어시장 건물이 보이면 왼쪽에 보이는 야타이가 나가하마 야타이 촌이다.

   이곳에는 ‘타마짱’이라는 가게가 있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는데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도 바로바로 손님들이 들어오는 맛집이다. 오늘 같은 추운 날에는 야타이에 비닐 커튼을 걸어 놓아 안에는 따뜻하다.

   안내를 받은 자리에 앉아 우선 맥주를 시킨다. 추워 날씨에도 시원한 맥주는 항상 옳다. 맥주를 기다리면서 메뉴를 고른다. 이 가게는 라멘이 맛있지만 오뎅과 야끼라멘도 맛있다. 음, 뭐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맥주가 왔으니 메뉴를 시켰다. 오늘은 야끼토리와 오뎅 5종을 시켜본다.

   맞은편에 앉은 4인 그룹으로 오신 아저씨들 대화를 배경음악으로 맥주를 들이키고 어떤 식으로 주문을 구성할까 고민을 하고 있더니 옆자리에 우연히 앉은 청년이 말을 걸어 온다.

  “오늘 춥네요.”

  “그러네요. 폭설예보 나왔던데 아직 눈은 안 오네요.”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진다. 들어보니 시청에서 근무하는 분이라고 한다. 혼자 온 사람끼리 이야기도 해 보고 술이 들어간 다른 손님들도 가게 사장님 너머로 말을 걸어 대화를 하고 웃는다. 모두가 친구가 된 듯했다.  

   오뎅이 왔다. 오뎅은 어묵 몇 개와 두부, 곤약, 그리고 아삭한 시금치가 같이 나왔다. 오뎅이 왔으니 아츠칸(따뜻한 사케)을 시켰다. 사케 종류는 오마카세로.

   어묵을 하나 베어먹었다. 깊은 육수 맛이 스며든 어묵이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해줬다. 반 남은 맥주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반납하고 그 손으로 아츠칸을 받았다. 오마카세로 나온 술은 후쿠오카현 남쪽에 있는 야메시에서 난 시게마스라는 사케다. 내가 좋아하는 술이기도 해서 병을 보자마자 신났다.

   술잔에 입을 대고 먹어보니 쌀과 누룩 향이 올라오고 따뜻한 사케가 식도를 넘어간다. 허- 하고 하얀 한숨을 쉬니 알콜 향이 코를 찌른다. 그래, 이 맛이야.

   야타이 분위기에 취하고 있으니 야키토리가 왔다.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꼬치. ‘부타바라’ 라고 하는 돼지삼겹살부터 먹는다. 뚝! 하고 터지는 달콤한 기름과 딱 좋은 소금 맛. 고기를 씹으면서 방금 비운 사케 잔을 채우고 원샷으로 마셨다. 야키토리와 사케라는 황금 조합.

   옆자리 청년이 시킨 가라미소 철판(고추장 볶음 철판구이)이 나왔다. 너무나도 맛있게 생겨서 마음속에서 그거 시킬 걸 했지만 이제는 배가 슬슬 불러서 마무리로 야끼라멘을 시켰다. 야끼라멘은 말하자면 볶음면이다. 볶은 면과 야채가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져 나온다. 베니쇼가(빨간 생강조림)는 필수. 양배추의 아삭함이 악센트가 된 볶음면이다.

   마무리로 한 잔을 더 시킨다. 다른 가게에서는 보기 힘든 ‘다시와리’. 사케에 오뎅국물을 타서 먹는 특이한 메뉴이긴 한데 오늘 같은 날을 마무리 짓기에는 딱이다. 한 입 먹으면 육수의 감칠맛이 90퍼센트. 마지막에 사케 맛이 올라온다. 다시와리를 먹고 알딸딸해질 때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왔다. 하얀 무엇인가가 휘날리는 것을 보니 눈이 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차가운 바람을 뺨에 느껴 취기를 시키면서 집으로 향했다.

야마짱

위치: 후쿠오카시 주오구 나가하마 3-14

휴무: 미정

추천메뉴: 오뎅 5종(1000엔), 야끼토리 5종(1000엔), 야끼라멘(950엔), 다시와리(500엔) 

*결제는 현금만(카드 결제 불가)

*이 가게는 일본어 메뉴밖에 없으니 구글 번역 등으로 메뉴를 확인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