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서 흘러나오는 눈부신 무지갯빛 물결

당신이 읽고 싶어지는 책을 소개합니다 📚

“왜요? 제 본성이 평온과 행복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자연을 거스르는 죄를 짓는 일인가요?”

- 〈텔레니〉, 오스카 와일드

“갯마을 차차차”의 화정과 초희, “알고 있지만”의 솔과 지완, “마인”의 서현과 수지. 최근 방송된 드라마에서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극중 커플들의 공통점을 알고 계시나요? 이들은 모두 여성과 여성 간의 사랑이라는 동성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에서 여성 간의 끌림과 사랑은 ‘걸크러쉬’라는 유행어를 통해 단순한 동경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였는데요. 이제는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우리는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 퀴어 로맨스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처럼 다양한 성적 지향성과 성 정체성을 다룬 일명 ‘퀴어 서사’가 미디어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출판계 역시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큰 주제로 ‘퀴어’가 떠올랐고, 이제까지는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퀴어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퀴어의 이야기를 읽는 걸까요? 그리고 퀴어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창작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오늘 바인드북은 가까이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퀴어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출판하는 두 개의 출판사를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

오늘 소개할 첫 번째 출판사는 ‘큐큐북스’입니다. 큐큐북스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퀴어 문학 출판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 작가들에 의해 창작된 퀴어 문학을 출판하기도 하고, 오스카 와일드의 〈텔레니〉와 같이 해외의 고전 퀴어 문학을 번역해서 출판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움직씨 출판사’입니다. 움직씨 출판사는 퀴어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독립 출판사로, 퀴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출간해왔습니다. 오늘의 바인드북 뉴스레터는 두 출판사와 함께 우리가 왜 퀴어의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지, 한국 출판계에서 퀴어 문학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퀴어는 어떻게 가족을 바꾸어 나갈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 오늘 소개하는 책

〈악어 노트〉 | 구묘진

추천이유: 대만과 중국어 문화권에 큰 영향을 미친 상징적인 퀴어 소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 조남주, 김현, 윤이형, 김성중, 한유주, 최정화, 듀나, 최진영, 정지돈

추천이유: 한국의 작가들이 창작한 다채로운 퀴어 단편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

〈세 명의 삶 \ Q. E. D.〉 | 거트루드 스타인

추천이유: 현대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가 다양한 젠더와 성적 지향에 대한 관점을 담아낸 책.

〈펀 홈 : 가족 희비극〉 | 앨리슨 벡델

추천이유: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과 고민들을 그려낸 그래픽 노블.

🗣 왜 퀴어의 이야기일까?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혐오’의 문제입니다. 성별, 성적 지향성, 인종, 장애 등을 근거로 타인을 대상화하거나 차별하는 일에 맞서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퀴어는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인 성별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로 인해 오랜 시간 쉽게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여전히 퀴어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퀴어 문학을 출간하고,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학은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기에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공감과 연대를 이루어내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퀴어 문학을 통해서 우리는 퀴어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퀴어 문학은 사회적으로 소통과 연대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사진 : ⓒ 움직씨 출판사

실제로 ‘움직씨 출판사’의 노유다 대표와 나낮잠 대표는 “출판은 성소수자 개개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에 좋은 매체”이고 “소수자성을 지우는 콘텐츠가 아니라 소수자 콘텐츠”를 원했기 때문에 출판사를 설립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씨 출판사에서 출간된 구묘진 작가의 〈악어 노트〉는 퀴어 문학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어나가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책은 작가의 삶이 반영된 자전적인 소설로, 아시아 여성의 관점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새롭게 바라보고 자유분방하게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구묘진은 〈악어 노트〉라는 작품을 통해 대만의 LGBT 운동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는데요. 제목의 ‘악어’는 사회적 규범으로는 정의되기 어려운 퀴어적 존재를 은유하는 일종의 상징입니다. 책의 주인공이 지닌 별명인 ‘라즈’(Lazi)가 ‘레즈비언’이라는 뜻의 중국어 은어의 기원이 되었다고 할 정도니 이 소설이 대만의 퀴어 커뮤니티를 넘어 중국 문화권까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촉발된 대만의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은 2019년 5월 대만의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우리는 <악어 노트>와 같은 퀴어 문학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힘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죠. 🐊

📝 책 속 한마디

“내가 말한 건 딱 두 가지야. 평등과 진실. 나는 너를 이해하고, 너도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도 다른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하니까. 또한 모든 일은 숨김없이 털어놓기로. 변심했으면 변심한 대로. 반죽음이 되도록 싸울지언정 서로를 기만하지 말자고 했단다.”

🖋 한국 문학계의 퀴어 문학

퀴어는 2010년대 후반부터 페미니즘과 함께 한국 문학계를 견인하는 하나의 축이 되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2015년을 전후로 ‘페미니즘 리부트’의 바람이 불었고, 그에 따라 이제까지 묵인되어 왔던 사회적 소수자의 현실을 조명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한국 문학계에서 퀴어 문학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 역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독자들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한국의 작가들은 퀴어 문학을 통해 독자들과,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회와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죠. 📝

사진 : ⓒ 큐큐북스

‘큐큐북스’는 독자로서 퀴어 문학의 출판을 기다리던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고전을 퀴어의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내거나 퀴어 소설들을 하나로 묶어 ‘앤솔로지’(주제에 따라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데 모은 선집)의 형태로 활발하게 출판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죠. 큐큐북스는 2018년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라는 책을 시작으로 매년 한국 작가들이 지은 퀴어 단편 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있습니다. “큐큐퀴어단편선”이라는 시리즈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들은 퀴어 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한국 독자들에게 매년 반가운 소식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책은 그 중에서도 시리즈의 두 번째로 출간된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작품입니다. 🏚

이 책은 조남주, 김현, 윤이형, 김성중, 한유주, 최정화, 듀나, 최진영, 정지돈 총 9명의 작가들이 퀴어를 편협한 잣대로 해석하는 세상에 맞서 퀴어의 다양한 측면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써내려간 9편의 단편 소설들을 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연령과 삶의 배경을 지닌 9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문체와 주제 의식으로 해석해나간 퀴어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흔히들 문학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외연을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죠. 한국 문학계에서 퀴어 문학은 그동안 이성애적 관계와 성별 이분법을 중심으로 상상되었던 인간과 그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 책 속 한마디

“사람에게 인정이란 무엇일까. 왜 혼자서도 괜찮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가끔은 참을 수 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것일까, 찔리고 피가 나고 붕대를 감을 일이 생길 걸 알면서도.”

[덧붙이기]

🫂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가족의 미래

우리는 퀴어 문학을 통해서 일상적인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은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자녀를 낳아 형성되었는데요. 하지만 퀴어에 대한 상상은 이러한 전통적 가족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가족이 이성애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혹은 논바운더리와 같이 성별이분법에 국한되지 않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요? 이러한 질문들은 가장 익숙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을 크게 차지하는 존재인 가족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

사진 : ⓒ 큐큐북스

사진 : ⓒ 움직씨 출판사

큐큐북스에서 출판한 거트루드 스타인의 〈세 명의 삶 \ Q. E. D.〉와 움직씨 출판사에서 출판한 앨리슨 벡델의 〈펀 홈 : 가족 희비극〉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퀴어적 관점을 담고 있는 책들입니다. 현대 예술의 선구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거트루드 스타인은 〈세 명의 삶 \ Q. E. D.〉를 통해 모성에만 얽매이지 않는 여성과 이성애적 규범을 거부하는 가족 속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벡델 테스트’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앨리슨 벡델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바탕으로 〈펀 홈 : 가족 희비극〉이라는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를 취하는 작품으로, 일반 만화보다는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스토리의 완결성을 가짐.)을 창작했는데요. 이 책의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가 남긴 과거의 자취를 따라가며 아버지가 지녔던 퀴어 정체성과 정상 가족에 대한 강박을 발견해나갑니다. 두 곳의 퀴어 출판사와 함께 여러분들이 더 다양한 모습의 가족 공동체를 상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 책 속 한마디

“내게 문제가 있다면 사랑 때문에 슬퍼하고 욕망 때문에 아파한다는 거겠지.”

📝 책 속 한마디

“한평생 자신의 ‘성적 진실’을 숨기며 살다 보면 체념과 포기가 켜켜이 쌓이는지도 모르겠다. 성적 수치심이란 본질적으로 죽음과 맞닿아 있다.”

여러분들에게 퀴어는 어떤 존재인가요? 어쩌면 퀴어는 나 자신일 수도 있고, 나의 가족 혹은 친구일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들은 퀴어가 자신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낯선 존재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이 중 무엇으로 대답하든 간에 퀴어 문학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퀴어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때에 우리 사회는 무지개빛으로 더욱 찬란히 빛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오늘 살펴본 큐큐북스와 움직씨 출판사라는 두 군데의 퀴어 출판사와 그 도서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소중한 창구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창구를 통해 퀴어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우리는 퀴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죠. 바인드북은 다음 뉴스레터에서 새로운 테마와 더욱 알찬 책 소개로 돌아오겠습니다. 📢

📌 지난 피드백

•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한 실천들을 다룬 내용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 앞으로도 구독자 분들이 보고 싶어하시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다면 피드백을 통해 알려주세요. 💪

님, 오늘 뉴스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버튼을 눌러 만족도 조사에 참여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드려요! 여러분의 피드백 한 줄이 큰 도움이 됩니다 ❤️

🌱 피드백 남기러 가기 🌱

📷 바인드북 인스타그램 👉 보러가기

📝 바인드북 블로그 👉 보러가기

✌️ 이번 테마 뉴스레터 모아보기 👉 보러가기

바인드북
bindbook@naver.com

지난 뉴스레터 모아보기

수신 거부 Un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