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잘 전하셨는지요. 
오늘 오이레터는 <논문을 읽어 드립니다>의 첫번째 시리즈입니다. 첫번째로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의 이준희 교수님께서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과 심장혈관질환 발병 위험성’에 관한 논문을 소개합니다. 
이와 함께, 지난 오이레터(5월 9일자)의 독자의견에 대한 피드백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제로 칼로리 음료를 하루에 얼마나 드시나요?


설탕대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감미료, 에리스리톨

요즘은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 제로 칼로리 음료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제로 칼로리 소주도 나왔다고 하죠. 이런 음료들에는 칼로리는 없지만 단맛을 내는 감미료가 들어가는 데요. 근래에 설탕대신 감미료를 사용하는 추세는 전 세계적입니다. 설탕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는 믿음이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등 식약처에서 승인한 감미료만 22가지나 되죠. 그 중 에리스리톨이라는 물질도 설탕 대용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과일과 채소에도 적은 양이 존재하고 있는 자연유래 물질입니다.


에리스리톨은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으나.. 


2013-2014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한 사람이 에리스리톨을 최대 하루 30g 까지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리스리톨의 알려진 장점으로는 항산화 효과, 단맛의 질적 개선, 혈액 내 인슐린 수치 정상화와 혈당 개선 효과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에리스리톨의 섭취는 대부분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었고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단맛을 원할 때 설탕 대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중입니다.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과 심장혈관질환에 관한 연구


그런데 최근 논문 한편이 발표 되었습니다.

제목은 ‘The artificial sweetener erythritol and cardiovascular event risk’ 라고 합니다. 한글로 번역해 보면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과 심장혈관질환 발병 위험성’ 정도라고 할까요?

요즘은 저널이 많은 시대이지만 ‘Nature Medicine’ 이라는 좋은 저널에 발표가 되어서 한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매우 좋아해서요.


서론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에리스리톨은 자연적으로 과일과 채소에도 소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에리스리톨을 사용한 음료를 광고할 때 이런 문구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제로칼로리’, ‘천연’ 이라는 말들입니다.


그동안 에리스리톨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는 없었는데요. 이 논문에서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한번 살펴 볼까요?

논문 그림을 클릭하면 원문 초록으로 이동 (유료논문입니다)


우연하게 발견된 심혈관계 예측물질 에리스리톨


연구진들은 에리스리톨의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을 연구하려던 의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사람의 혈액에서 향후 3년 동안 심장 마비,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화학 물질을 찾으려고 혈액 샘플을 분석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관련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에리스리톨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확정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에리스리톨을 섭취한 쪽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심혈관계 질환이 높게 발생한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는 연구 시작 시점에서 질환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구성하고 이들을 일정 기간 동안 추적하여 특정 질병의 발생 여부를 관찰하는 연구를 지칭합니다. 여기서는 일정 시점 동안의 에리스리톨 섭취 정도에 따른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보았겠죠?


논문이 나오게 된 배경에 관한 CNN의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고

Zero-calorie sweetener linked to heart attack and stroke, study finds. CNN health.

 


에리스리톨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위험을 높여


위의 분석내용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위험비가 각각 1.80 (1.18-2.77)과 2.21 (1.20-4.07)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위험비’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위험비란 두 집단의 위험정도를 비교하는 데 사용되는 통계적 지표입니다. 보통 어떤 요인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될 때 해당 요인을 가진 집단과 가지지 않은 집단 간의 비를 계산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여기서는 에리스리톨의 섭취가 적은 사람에 비해서 섭취가 많은 사람에게 발생하는 심장 질환의 위험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위험비가 1 보다 크면 해당 요인을 가진 집단이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1보다 작으면 해당 요인을 가진 집단이 더 낮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위험비가 미국에서 1.8, 유럽에서 2.21이 나왔다고 했으니,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에리스리톨 섭취가 많은 사람에서 심장질환이 더 많이 발생한 결과로 보입니다.


혈중 에리스리톨의 농도와 혈소판 응집과의 관련성


여기서 제시한 가설과 일부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혈중의 에리스리톨의 농도가 증가하면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는 물질들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혈소판 세포 내 칼슘 방출을 증가시켜 혈전증 위험을 증가시키고 응집을 강화하여 혈소판의 반응성과 혈전증 위험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혈소판의 본래 역할은 상처가 났을 때 딱딱하게 굳어서 출혈을 멈추게 하는 역할이지요.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음료를 많이 마셔서 혈중의 에리스리톨의 농도가 많이 증가한다면 혈소판의 응집을 촉진하는 물질을 분비해서 정상적인 상태보다 혈소판 응집을 잘 시켜서 혈관 내에서 혈전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 몸에서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혈전이 혈관을 막거나, 혈관의 일부분이 터지는 경우이거든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도 해보았다고 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했을 때 혈장에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아지면 혈전 형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네요.

이 논문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1. 우리가 안전하다고 여겨왔던 에리스리톨에 대하여 뇌졸중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해 장기적인 영향을 조사하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2. 섭취량을 정량화 할 수 있도록 식품라벨의 표기를 바꿔야 한다.


연구에는 정량화가 중요한데 인공 감미료 사용량과 유통 수준과 연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자 이제 큰일입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위해, 건강을 위해, 달달하지만 죄책감 없이 마실 수 있었던 음료가 위험할 수 있다고요?

 


이제 먹지 말아야 할까요?

 

저는 마실 겁니다. 집에 이미 사놓은 에리스리톨이 든 음료가 한 박스나 있거든요.

그런데 다만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는 하루에 음료를 한 캔이나 두 캔 정도 마시거든요. 연구결과에서의 비교는 적게 먹는 사람에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죠. 많이 먹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요.

 

뭐든지 과한 것은 좋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은 음료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신 분들은 이번 기회로 마음을 다잡으시기 바랍니다. 제로 칼로리 음료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건강을 위해 무슨 음료를 먹어야하나 고민되시나요? 그렇다고 제로 칼로리 음료에 대하여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적절한 양의 섭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듯 합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의학자들이 선제적으로 연구한 결과이거든요. 그리고 아직 초기 연구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시작점일 뿐이죠.

 


마지막으로,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 여러분들의 건강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더욱 건강하기를 바라는 저 같은 의학자들이 있다는 것.

둘째, 어떤 것이든 과도한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글 쓰느라 힘 들었으니 저는 제로 칼로리 음료 한잔 하고 쉬어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 이준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오이레터의 A/S


지난 호 "노동시간, 젠더를 빼고 말할 수 있다고?" 독자의견에 대해 답변을 드립니다.



"성격차 지수의 인용은 편향적이다"


독자 피드백 중에서 성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 인용에 대해 한국의 성불평등을 과장하려는 잘못된 인용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대표적인 젠더 관련 지수는 성불평등지수(GII: Gender Inequality Index, 유엔개발계획), 성개발지수(GDI: 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 유엔개발계획), 성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 세계경제포럼)가 있고 우리나라는 성불평등지수(2022년 기준 191개국 15위) 이외 성개발지수(2022년 기준 191개국 106위)와 성격차지수(2022년 기준 146개국 99위)에서 낮은 순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젠더관련 지수들과 특징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산출방식에 있습니다. 성불평등지수(GII)는 일부지표는 절대 값을 측정하고 일부지표는 성비로 측정하는 한편, 성개발지수(GDI)성격차지수(GGI)는 각 지표별 남녀 격차(Gap)만을 평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불평등지수(GII)는 수치의 절대 값으로 반영되는 생식건강부문(모성사망률, 청소년출산율)이 타 국가보다 월등히 높아서 우리나라의 성불평등지수(GII) 순위가 우수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성개발지수(GDI)는 우리나라의 남녀 소득수준 격차가 크게 나타남에 따라, 성격차지수(GGI)는 경제참여 및 기회영역, 정치적 권한 영역 등의 낮은 평가가 낮은 순위의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젠더 관련 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차지수(GGI)를 인용한 것은 다른 지표에 비하여 관리직, 전문직 성비, 유사노동 임금성비, 소득 등 노동관련 지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지표만으로 모든 성별불평등을 포괄하여 평가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각 젠더관련지수의 정의와 지표구성 등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지통계 시스템 (kwdi.re.kr) 



각 지표들의 한계가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이유


지수가 제도개선의 성과를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오이레터 본문에서 언급했던 OECD회원국의 노동시간지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연간 1,915시간으로 여전히 장시간노동국가이지만 지난 10년 간의 감소폭은 OECD회원국 평균에 비하여 매우 큽니다. 2011년 한국의 근로시간은 2,135시간으로 OECD회원국 중 1위였고, 전체 노동시간이 221시간, 2011년에 비하여 10.3%가 감소했습니다. 여기에는 정책적 변화의 효과가 녹아있는데, 2018년 이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유연근무제가 시행되면서 20172,069시간에서 20191,967시간으로 감소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OECD 노동시간 지표에서도 단축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초단시간일자리가 대거 늘어난 상황에서 연간노동시간의 단축이 어디에서, 어떻게 줄어든 것인지, 그 의미를 잘 해석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이레터를 통해 앞으로 성인지적이고 건강한 일터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걱정되는 바가 많습니다만 이번 호처럼 다양하고 의미있는 피드백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쓴이: 정지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성노동건강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