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문제 칼 빼든 대통령
 Season 6  vol 27. 💡2025.11.14. ~ 2025.11.20.

“나조차 이런 일 겪는데 다른 여성들은 어떻겠나”
“성폭력 발생 구조 굳건히 하는 선고”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이번 주 플랫레터를 작성하는 날이 마침 올해 수능일이었어요. 수능에 응시하신 플랫 입주자님이 계시다면 고생하셨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나올 것이라는 응원을 드리고 싶네요👏👏👏

이번 플랫레터에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함께하는 플랫 입주자 전용 이벤트도 있으니 확인해 주세요! 

한층 더 깊어진 가을과 함께 이번 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첫 소식은 멕시코입니다.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성범죄 신고와 처벌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여성들이 괴롭힘이나 학대 상황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실질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신속한 신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아울러 32개 주 제각각인 성폭력 관련 가중 처벌 규정을 통일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통령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피해 경험이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됐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4일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거리를 걷던 중 만취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SNS에 올라온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수행원들과 함께 걷다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는데요. 그 사이 한 남성이 그의 뒤쪽으로 접근해 목과 상체 부위를 만졌습니다. 

은폐된 장소도 아닌 길에서 대통령이 대놓고 피해를 당하는 장면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 본인도 “대통령인 나조차 이런 일을 겪는다면 다른 멕시코 여성들은 어떤 대우를 받겠느냐”, "이는 (내가) 멕시코 여성이라서 겪게 된 일"이라며 가해 남성을 성희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멕시코 정부는 성폭력 대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괴롭혔다. 그것은 우리(여성) 모두를 괴롭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멕시코시티 첫 여성 시장이었던 셰인바움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여성 시장으로 당선됐습니다. 브루가다 시장은 “여성 대상 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했고, 시틀라이 에르난데스 멕시코 여성부 장관도 “여성들은 혼자가 아니며, 오늘날 여러분을 돌보는 대통령이 있고 이를 위해 매일 노력하는 부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15세 이상 여성 청소년 및 성인의 약 70%가 한 번 이상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체 여성의 45%가 성적 학대를 겪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대통령도 성추행을 당하는 현실을 멕시코 사회가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합니다.


축구는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공놀이일텐데요. 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할 자유 없이 기회부터 제한당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축구가 자기 존재를 당당히 드러내는 창구가 될 정도로 절실한 수단이기도 한데요. 이슬람 세계의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몇몇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성 축구선수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탈레반 치하 아프간에서는 여성의 체육 활동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여성 축구가 4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친선대회 ‘피파 유나이츠: 위민스 시리즈 2025’에서 ‘아프간 여성 유나이티드’가 첫 경기를 치렀는데요. 주장 파티마 하이더리 선수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단 하나, ‘뛰는 자유’였다”며 “우리는 단지 선수로서가 아니라 아프간 여성으로서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고 언론에 말했어요. 그리고 “이 골은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우리에게 축구는 생명과 같다”며 “조국 하늘 아래에서 공을 찰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슬람 율법이 강한 나이지리아 중북부에서 여성 팀을 이끄는 한 감독은 부모를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단정한 복장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약속함에도 많은 가정이 딸의 운동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요. 

이집트에서도 여성 축구는 오랜 ‘금기된 영역’이었는데요. 2024년 이집트 여자프리미어리그가 처음으로 전국 방송에 중계되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방송사 ‘온 스포츠’가 경기 중계뿐 아니라 분석까지 제공하면서 여성 축구는 공적 담론의 장에 들어왔고, 여성팀이 정식 창단됐습니다. 한 코치는 “예전엔 딸이 축구를 하면 수치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등록시킨다”고 전했어요. 

스포츠가 단지 유희가 아니라 자아 실현의 방편이기도 하다는 명제는 이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보편이 더 많은 여성에게 가 닿길 응원합니다.
배우 오영수씨가 강제추행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던 1심 판결이 뒤집혔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 강제추행이 발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나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친한 동료 몇 명에게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에 피고인이 사과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한 것 아닌지 의심은 든다”고 밝혔어요. 그러면서도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일기장 내용, 이 사건 이후 상담기관에서 받은 피해자의 상담 내용 등이 사건 내용과 상당 부분 부합하며, 피해자 주장은 일관되고 경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진술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과 상반됩니다. 

선고 이후 피해자는 “성폭력의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한 부끄러운 선고”라며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성찰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과도하게 부정당했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위계 구조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진술분석센터의 평가나 재판 과정이 “오히려 피해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며 ‘2차 가해’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에서는 김연서 인턴기자가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를 소개합니다. 한국 독립영화 여성 감독 기획전도 안내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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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나와 비슷한 정신적 상처를 지닌 사람을 만나면 어딘가 안전함을 느끼기도, 그와 깊이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유사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단순한 ‘상처 드러내기’를 넘어 치유와 연대의 기능을 하는 이유기도 하죠.


“나는 트라우마가 오히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공통분모이자, 서로의 상처를 나눌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는 집단적 흉터라고 믿는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를 만든 고혜진 감독의 이 말은, 제가 생각하는 트라우마의 의미와 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믿음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정신없이 맨발로 병원에 도착한 도경(정려원)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언니 은서(김정민)를 차에서 끌어내리며 “도와 달라”고 울부짖습니다. 사건을 맡은 경찰 현주(이정은)는 도경의 진술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스릴러 장르인 이 영화의 중심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기존 스릴러물은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다소 제한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성들이 극을 이끌어갑니다. 가해자, 피해자, 수사관이라는 평면적인 관계를 넘어, 여성들은 각자의 상처를 매개삼아 서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정 내 학대나 교제 폭력처럼 일상과 밀접한 폭력을 소재로 삼고 있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영화 속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고,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며 해방된다는 서사도 현실과 닮아 있었습니다.


다른 영화의 차별점 중 하나는 🧵여성 경찰관 캐릭터입니다. 실력있는 경찰관인 현주를 보며 그동안 미디어가 여성 경찰관을 어떻게 그렸나 떠올렸습니다. 현주는 다른 남성 경찰관을 부하로 두고 진두지휘하는 리더이자 아픈 상처를 지닌 인물입니다. 상처 앞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속도감있게 전개하는 그의 모습은 존경스러운 동시에 생경했습니다. 그만큼 여성 경찰관의 롤모델 이미지는 현저히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이끌어가는 스릴러 영화는 낯선 동시에 제가 찾던 것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여성이 아닌,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여성이 반가웠습니다. 폭력 앞에 무력하기보다 스스로의 해방을 이끄는 여성들, 그리고 그 속의 연대. <하얀 차를 탄 여자>를 입주자님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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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에 레터에서 소개했던 <세계의 주인>, 기사로 발행되었던 🧵<양양>, 그리고 오늘 소개한 <하얀 차를 탄 여자>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합니다. 바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라이카 시네마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 여성 감독 기획전’입니다. 11월 27일까지 진행되니, 입주자님도 기회가 되신다면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저도 이 기획전을 통해 오늘 소개한 영화를 관람했답니다!)


📢입주자 참여 이벤트 

‘월경을 ‘그 날’ 이라고 부르지 않게 된게 언제부터였더라?’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월경’, ‘생리’라는 표현이 기사나 방송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등장하지만, 학창시절만 해도 여자 친구들끼리도 ‘그 날’이라고 돌려 말하곤 했어요. 월경이 터부시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월경은 다양한 문화권과 종교에서 오랫동안 배제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월경중인 여성이 근처에 있으면 마요네즈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랑스)’ ‘월경중인 여성이 사용한 침상이나 의자는 모두 부정하다(구약성서)’ 등 오랫동안 월경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기(taboo)시 되었습니다. ‘터부’의 어원이 폴리네시아어로 월경을 의미하는 타부(tabu)라는 점은 이러한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프리카의 현실은 더욱 열악합니다. 케냐에서는 월경이 여전히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생리로 인해 매달 일주일씩 학교를 결석하는 여학생이 10명 중 7명에 달한다고 해요. 월경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이 기본적인 교육권마저 가로막는 셈입니다. 열악한 위생 환경 역시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합니다. 화장실과 물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여성은 일상적 위생을 유지하기 어렵고. 특히 유목생활을 하고,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됩니다. 가족이 사용할 물을 구하는 책임이 온전히 여성에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성 유목민들은 비위생적 환경에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반면 의료 서비스에는 접근하기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난민의 절반 이상이 여성임에도 위기 상황 속 공동체의 의사 결정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재난과 전쟁 등을 겪고 난민이 된 여성들에게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구조는 여성들을 더욱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게 하고 소외시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물·위생·보건 분야 전문 NGO인 ‘옥스팜’은 공중보건 영역에 더 많은 ‘여성 위생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물·위생 시설 종사자 중 여성 전문가의 비율은 약 18%에 불과한데, 여성 전문가가 늘어날수록 여성의 경험과 필요를 반영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 6번은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을 주제로 2030년까지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에 접근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식수·위생 분야 지표 중 ‘젠더’를 직접적으로 다룬 지표는 단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는 11월 19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 입니다. 월경을 둘러싼 오래된 금기를 깨고, 여성들이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위생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옥스팜의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힘’ 서명에 참여해 주세요. 서명에 참여해 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특별한 선물도 드립니다.


✔️ 참여 기간: ~11월 30일까지

✔️ 참여 방법: 아래 링크에서 서명 참여 완료

✔️ 참여 링크: 💖바로가기(클릭)💖

✔️ 당첨 인원: 60명 추첨 *추후 개별 연락 예정

✔️ 당첨 선물: 퓨리얼 샤워기, 톤28 어메니티, 실리팟 파우치 (*해당 선물 중 1개 랜덤 발송)


👤 너무 좋은 주제인데 한편으론 씁쓸... 이렇게 어르고 달래고 어화둥둥 알려주고.. 다만 이제껏 나온 책들과 더불어 인상 깊습니다. 잘 읽어볼게요!

  
👀 From.Flat 

📣 [1년 전, 광장에서 만났던 응원봉 동지를 다시 찾습니다] 

1년 전 12월 3일,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다 갑작스레 ‘비상계엄’이라는 네 글자를 맞닥뜨렸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충격에 휩싸여 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우리들의 목소리도 선명합니다.

어느 새 1년이 흘렀습니다. 입주자님은 그 순간들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그 때 어떤 변화를 바라셨는지, 그 바람은 이루어졌는지, 아쉬움이 남았다면 무엇인지요. 플랫팀은 그 때 광장에 나갔던 응원봉 시민들의 생각을 다시 기사로 담아보려 합니다.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비상계엄 반대·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셨던 입주자님이 계시다면 아래 설문에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세요.

입주자님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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